미국과 한국의 정치적 전환기인 오는 2017년이 북한에 그 어느 해보다 유리한 환경을 제공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은 핵 전략을 최대한 완성해 미국과의 협상에 대비하는 한편 `남남갈등'과 미-한 동맹 균열을 꾀하려 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매주 목요일 한반도 관련 뉴스를 심층분석해 전해 드리는 ‘뉴스 깊이 보기,’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미국과 한국의 정치적 전환기인 내년이 북한에 과거 어느 때보다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대북정책과 인선이 정비되기까지 6개월 이상이 소요되고, 한국 역시 리더쉽 위기에 처한 박근혜 정부가 임기 마지막 해를 맞기 때문입니다.
최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주최 토론회에 참석한 김영수 서강대 교수입니다.
[녹취: 김영수 교수] “2017년의 경우 한국은 국내 정국 불안정으로 내정 문제에 우선순위가 주어져 대북정책에 강한 추진력을 발휘하기 어렵고, 트럼프 행정부도 적임자가 제자리에 앉을 때까지 내년 상반기를 보낼 것으로 예상돼 북한이 주도하는 공간이 그 어느 때보다도 넓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7년은 한국의 주도적 동력이 약화된 상황 속에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라는 새 변수가 등장한 가운데 북한의 전략적 의도가 먹혀들 공간이 그 어느 해보다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우 선거 이후 나타난 사회분열상을 수습하는 등 상당 기간 국내정책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특히 오는 2018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국내 문제에 우선순위를 두고 대외적으로는 상황 관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지난달 17일 세종연구소가 주최한 세종국가전략포럼에 참석한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입니다.
[녹취: 최강 부원장]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국내 경제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였듯 트럼프 행정부 역시 당분간 국내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사회통합과 보다 나은 삶의 질, 경제부흥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데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우 과거 어느 정부보다 정책 검토기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무엇보다 오는 2018년 중간선거에 승리하기 위해서라도 경제 문제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은 이 기회를 활용해 핵 미사일 역량 고도화를 통해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북한의 목표는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체제 보장을 받는 것이라며,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수립 전까지를 자신들의 몸값을 올릴 수 있는 적기, ‘골든 타임’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내에서는 1994년과 2003년에 이어 내년에 3차 북 핵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지난달 22일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김성배 책임연구위원] “내년에 한반도 긴장이 극도로 고조돼 군사적 충돌까지 거론되는 북 핵 위기, 그런 의미에서 1994년과 2003년에 이어 3번째 북 핵 위기가 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최우선 목표인 핵 보유국 지위 획득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1월 김정은 생일과 트럼프 당선인 취임일, 2월과 4월 김정일, 김일성 생일과 같은 정치적 계기를 충분히 활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은 이와 함께 미국에 대화를 제안하는 ‘평화공세’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탐색전을 통해 미국과의 대화를 타진하는 한편, 핵 보유를 전제로 한 평화협정 체결 등 자신들의 기존 요구를 한층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10월 말레이시아에서 이뤄진 미국과의 민간접촉에서 핵 포기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하면서 평화협정 체결을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이 이뤄질 경우 북한이 미-한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외교 소식통은 지난달 제네바에서 이뤄진 미-북 민간 접촉에서 북측 인사들이 내년 2월로 예정된 미-한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트럼프 행정부가 정책점검 기간을 거친 뒤 군사훈련의 규모를 축소하거나 중단을 고려할 가능성에 대해 미측 인사들에게 물어본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국에 한국과의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할 경우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할 수 있다고 제안해왔습니다.
한국의 정치적 상황도 북한의 전략적 입지를 넓힐 것으로 관측됩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국의 국가 리더쉽 위기와 조기 대선 국면을 최대한 활용해 한국사회 내부의 갈등을 야기하는 통일전선전술을 적극 전개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입니다.
[녹취: 김영수 교수] “북한이 유화 제스처 보이면서 내년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긴장의 책임을 한국 정부에게 돌리며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먼저 꺼내 들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등을 주장한다면 대선 국면을 앞두고, 또 국내 불안정 속에서 남남갈등이 고조될 수 있습니다.”
핵 보유국이라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공세적인 대남 위협을 이어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한국의 대북정책 전환과 대북 제재나 군사훈련 등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전면대결을 선포하는 등 도발 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유엔 안보리 결의 2321호가 채택된 직후 한국의 수도권을 타격 목표로 한 군의 포병 사격훈련을 지도하며 ‘남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등 위협의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정치적 이행기가 대북 제재 공조의 동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한동안 강력한 대북 제재가 유지되겠지만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기와 한국의 정권 이양기가 겹칠 경우 대북 제재 전선이 이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럴 경우 중국은 대북 제재에 형식적으로 동참하면서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의 병행 추진을 더욱 강하게 주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안보리 결의 2321호도 6자회담 재개와 대화를 통한 평화적이고 포괄적인 해결과 긴장 완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단국대 이동민 교수입니다.
[녹취: 이동민 교수] “유엔 안보리 결의안 2321호 47항을 보면 국제사회는 6자회담에 복귀해 비핵화 실현을 도모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역내의 대내외적인 정치적 상황에 따라 대화가 장기간 지연되거나 북한의 체제를 위협하는 상황이 초래될 경우 중국은 2321호의 다자적 대북 제재의 틀은 유지하면서도 다른 방안을 통해서라도 균형을 맞추려 할 개연성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신 고립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으로 대북 제재가 느슨해지고 미-한 동맹에 균열이 생기길 바라고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최근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한 것도 미-한 갈등을 유발하려는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