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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전문가들 “김정남 암살 계기로 아세안 대북관계 재고해야”


지난해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아세안 지역안보 포럼(ARF)이 열리고 있다.
지난해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아세안 지역안보 포럼(ARF)이 열리고 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이 김정남 씨 암살 사건을 계기로 북한과의 관계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역내에서 커지고 있습니다. 한 전문가는 북한이 동남아에서 첩보 활동을 하는 것은 공개된 비밀이라며 아세안이 이를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카비 쫑키타본 동남아시아기자연맹(SEAPA)설립자 겸 의장은 7일 싱가포르의 유력 매체인 ‘스트레이츠 타임스’신문에, “북한이 동남아와의 친선을 모욕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습니다.

태국의 명문대학인 쭐랄롱꼰대학 국제안보연구소(ISIS) 선임연구원인 쫑키타본 의장은 이 기고문에서 “김정남 씨 암살을 계기로 20년 가깝게 아세안이 키워온 북한과의 친선과 신뢰 관계가 산산조각이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2000년 아세안 의장국인 태국의 수린 피츠완 당시 외무장관이 북한을 처음으로 아세안 지역안보 포럼(ARF)에 초청하며 환대한 말을 상기했습니다.

피츠완 당시 장관은 “북한은 절대 고립돼서는 안 된다”며, “북한은 친구들과 지지자들이 필요하며 아세안이 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는 겁니다.

쫑키타본 의장은 이후 북한을 국제사회에 편입시키려는 아세안의 노력이 계속됐지만 김정남 씨 암살을 계기로 “북한과 아세안 관계, 아세안 회원국들과 북한과의 양자 관계 모두 급격히 냉각되고 격하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김정남 씨 암살과 관련해 북한이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사용하고 동남아인들을 동원한 정황이 밝혀지고 있지만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에 협조하기는 커녕 오히려 “적대적 대응”으로 화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과거 아세안 사무총장 특별보좌역을 지낸 쫑키타본 의장은 “북한 정권이 아세안과 회원국들과의 우의와 신뢰를 훼손”한 만큼 아세안이 단기적으로 여러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우선 북한 정권이 요원들을 외교관과 사업가로 위장시켜 아세안 회원국들에서 비밀리에 첩보활동을 하는 것은 공개된 비밀인 만큼 이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북한 정권이 아세안 시스템의 여러 헛점을 활용해 이익을 챙기고 불법 활동을 하는 만큼 회원국들이 조기에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의 사정거리에 아세안 국가들이 모두 포함되는 만큼 진지하게 대응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말레이시아 국립대학의 북한 전문가인 후츄핑 박사도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신문에 “아세안이 북한에 대한 전략적 중요성을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정남 씨 암살 사태뿐 아니라 “김정은의 변덕스러움” 때문이라도 북한 정권과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말레이시아대학의 동아시아 전문가인 기타 고빈다사미 박사는 이 신문에 북한의 동남아시아 국가들 내 합법 또는 불법 활동들은 “당분간 중단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고빈다사미 박사는 “북한의 활동에 대한 아세안 국가 정부들의 경계가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며 이같이 분석했습니다.

1967년 설립된 아세안은 10개 회원국이 모두 남북한과 동시 수교하고 있습니다.

특히 평양에는 베트남과 캄보디아, 라오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5개 나라 대사관이 있고, 브루나이와 필리핀을 제외한 8개 회원국에 북한대사관이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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