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스몰딜'과 '빅딜' 모두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수전 손튼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이 전망했습니다. 손튼 전 차관보는 4일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러나 어떤 형식이든 미-북 간 기대치를 일치시키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북한 체제의 특성상 '톱-다운' 외교가 협상 진전에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손튼 전 차관보 대행은 지난 7월까지 국무부에서 한반도와 중국 등 동아태 관련 현안을 총괄했는데요, 박형주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먼저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아무런 합의도 없이 끝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기본적으로 이 문제는 매우 오랜 협상 과정이 필요한 일입니다. 아주 긴 역사가 있는 복잡한 이슈이죠. 또 싱가포르, 하노이 정상회담 모두 양측이 실질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을 논의할 충분한 기회가 없었던 것도 문제였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뭔가 구체적인 합의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정상회담 이전에 비건-김혁철 라인이 하노이에서 다섯 차례 이상 만났는데, 그것으로도 부족했다는 말씀이신가요?
손튼 전 차관보 대행) 진전을 이루기엔 아마도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비핵화는 물론 제재 문제, 종전 선언 등 이 모든 의제는 극도로 복잡합니다. 하노이 회담 이후 정부 고위 관리가 했던 브리핑을 들어보면, 북한이 과거 의지를 밝힌 바 있는 영변 핵시설 폐쇄에 대한 대가로 너무 큰 보상을 기대한 것에 미국이 놀라지 않았나 싶습니다. 또 북한과의 모든 협상에는 상호 간 기대치에 대한 '부조화'가 뒤따릅니다. 그런데 미국이 북한과 실질적인 협상 단계로 들어가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에, 이런 부조화가 노출되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린 겁니다. 특히 과거에는 북한 협상팀이 미국 입장을 최고지도자에게 전달하고, 다시 지도자의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하는 데 어려움이 컸습니다. 북한 협상팀은 의사결정을 할 재량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직접 협상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비정통적이긴 하지만, 뭔가 긍정적인 것을 얻을 더 많은 여지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존 볼튼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빅딜'을 제시했지만, 북한이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었다고 밝혔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제 생각엔, 만약 이번 회담에서 뭔가 실질직전 진전을 가져올 '단계적 합의'를 이룰 가능성이 있었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추측으로는 영변 핵시설 폐쇄, 폐기에 따른 상응 조치로 미국이 테이블에 내놓은 제안을 북한이 흡족하게 수용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상응 조치' 수준은 북한과의 협상에서 항상 문제였습니다. 이번에는 북한의 기대가 컸던데 반해, 미국이 영변 핵시설 폐쇄와 폐기에 대한 상응 조치를 북한이 보기엔 너무 낮게 잡은 게 합의 결렬의 원인이었다고 저는 평가합니다.
기자) 북한이 이번에 완전한 제재 해제를 요구했는지를 놓고 미국과 북한의 말이 다릅니다. 어느 쪽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저는 양쪽 다 맞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북한은 2016년 3월 이후, 즉 북한의 계속된 실험에 대응해 채택된 유엔 안보리 제재를 모두 해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 이전에 나온 제재도 있기 때문에 북한 관점에선 '부분 해제'가 맞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3월 이후 제재가 북한에 실질적인 경제 압박을 가했고, 북한을 협상장으로 나오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의 시각에선 그 이전 제재는 모두 '무용지물'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양측 모두 자신의 관점에선 옳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미국이 최근 북한의 '동시적, 단계적' 비핵화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번 회담을 계기로 다시 '선 비핵화, 후 보상' 원칙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십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미국은 일종의 '단계적 접근'을 기꺼이 수용할 거로 생각합니다. 또 '모든 것이 결정될 때까지는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는 접근 역시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소위 '빅딜' 접근이죠. 미국은 두 방법은 모두 수용 의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단계적 접근이든, 빅딜이든 서로 기대하는 것에 대한 '매칭'이 이뤄져야 한다는 겁니다. 현재는 그런 게 이뤄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기자) 양측 모두 대화를 지속할 의지는 밝히고 있는 데요, 수 주 안에 협상이 곧 재개될 수 있을까요?
손튼 전 차관보 대행) 확신할 수 없습니다만, 전례를 보면 협상 재개에는 수 주 이상이 걸릴 거라고 봅니다. 북한은 이번과 같은 협상 결말에 놀랐을 겁니다. 이제 돌아가서 하노이에서 미국으로부터 들은 것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기대와 제안들을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질 겁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일 거고요.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협상팀 간 다소 간극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북한이 해야 할 일이 좀 더 많을 것 같습니다. 자신들의 입장을 어떻게 설정할지 검토가 필요한 만큼 회담 재개까지 시간이 조금 걸릴 것으로 전망합니다.
기자)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보십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북한이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이른 것 같습니다. 왜냐면 북한에 열려 있는 길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몇 번의 회담만으로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김 위원장이 어떤 변화를 원하고 빨리 움직일 것이란 기대가 많았지만, 다시 과거의 패턴으로 회귀하는 듯한 상황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기자) 이번 하노이 회담 이후 협상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본격적인 협상 국면으로 가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저는 북한이 중대한 뭔가를 하길 원한다고 기대하고 있으며 낙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번 회담 이후 북한의 의도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더 커진 것도 사실입니다. 전적으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전략적 결단을 했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간이 늘어지면 늘어질수록 북한이 과거 입장으로 회귀하는 것을 더 보게 될 것이고, 그러면 희망은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기자) 현 상황에서 한국 등 관련국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까요?
손튼 전 차관보 대행) 다른 정상과 김 위원장 간 더 많은 접촉만이 이 과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했듯, 실무진과의 회담을 통해서는 김 위원장의 기대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저는 김 위원장이 상대편에서 벌어지는 협상의 진정한 역동성에 더 자주 노출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한 유일한 방법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공동의 노력에서 미국과 다른 나라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는 겁니다. 그들의 입장이 현재 무엇이고, 타협할 수 없는 지점은 무엇인지 등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김 위원장과 만나는 정상들이 이런 상황과 맥락들을 전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위원장과의 소통과 관여가 적을수록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협상은 힘들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자) 3차 미-북 정상회담이 올해 안에 열릴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직접적인 소통이 진전을 위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에겐 그렇게 할 정치적 공간이 있습니다. 북한 지도자와 만나 핵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떤 정치적 비용을 초래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국민들도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런 정치적 공간을 계속 제공할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 문제에서 어떤 진전을 이루기 바란다면, 김 위원장을 다시 만나려고 할 것입니다. 지켜봐야죠. 전적으로 북한에 달렸는데, 특히 북한이 협상에 복귀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고, 다음 실무회담이 언제 재개되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수전 손튼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으로부터 하노이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와 함께 앞으로 미-북 협상 전망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박형주 기자의 인터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