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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혼란 영국, 12월 조기 총선...미 하원, 터키 관련 법안 잇따라 가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30일 영국 하원에서 연설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30일 영국 하원에서 연설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유럽연합 탈퇴, 브렉시트(Brexit) 문제로 총체적 난국을 겪고 있는 영국이 결국 12월 12일 조기 총선을 치르기로 했습니다. 미 연방 하원이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터키를 제재하는 초당적 법안을 압도적으로 가결했습니다. 하원은 또 같은 날, 20세기 터키의 아르메니아인 대학살을 인정하는 결의안도 채택했습니다. 중국의 대미 직접 투자가 최근 몇 년 사이에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관련 내용 이어서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영국이 결국 조기 총선을 치르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군요.

기자) 네, 영국이 오는 12월 12일 조기 총선을 치르기로 했습니다. 영국 하원은 29일, 보리스 존슨 총리 정부가 제출한 조기 총선 관련 단축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438, 반대 20표로 가결했는데요. 이로써 3년 넘게 끌어왔던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브렉시트(Brexit) 문제는 궁극적으로 다시 영국민의 선택에 달리게 됐습니다.

진행자) 원래는 바로 10월 31일이 브렉시트 예정 시한이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영국은 지난 3월과 4월 두 차례 연장한 끝에 10월 31일 브렉시트를 이행하기로 했었는데요. 그 사이 총리까지 교체됐지만, 여전히 10월 31일 브렉시트를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도달하자 결국 조기 총선 수순을 밟기로 한 겁니다.

진행자) 지난 7월에 취임한 보리스 존슨 총리, 10월 31일까지는 무조건 브렉시트를 강행하겠다고 했었는데요. 역부족인 모양새였죠.

기자) 맞습니다. 존슨 총리는 테레사 메이 전 총리 정부가 마련한 합의안을 다시 수정해 이번 달, 유럽연합(EU)과의 합의를 도출해내는데 성공했는데요. 하지만 영국 의회는 이 합의안도 부결시켰습니다. 그러자 존슨 총리는 영국 의회의 요청대로 유럽연합에 브렉시트 재연장을 요청하는 한편으로 조기 총선을 추진해 결국 관철시켰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바로 전날에는 영국 의회가 이를 거부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존슨 총리는 28일에도 조기 총선 동의안을 표결에 부쳤는데요. 하지만 제1야당인 노동당이 대거 기권하면서, 부결됐습니다. 그러자 존슨 총리는 즉각 다음 날, 하원의 과반 지지만 얻으면 통과될 수 있는 이른바 '단축법안'을 다시 상정하겠다고 선언했고, 결국 29일 이를 표결에 부쳐 조기 총선 동의를 얻어냈습니다.

진행자) 이번에는 노동당이 조기 총선에 동의를 한 겁니까?

기자) 네, 노동당 내에서 반발이 있어 분열 조짐도 있긴 하지만, 노동당 지도부는 조기 총선에 동의하는 쪽으로 당론을 모았다는 소식입니다. 지금 영국 정가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이 유럽연합과 아무런 합의 없이 탈퇴하는 이른바 '노딜브렉시트(No-Deal Brexit) 상황인데요. 일단 유럽연합이 내년 1월 31일까지 재연장해주기로 했기 때문에 조기 총선을 거부할 특별한 명분이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노동당도 이날 조기 총선과 관련해 법안을 상정했다고요.

기자) 네, 노동당은 조기 총선 투표일을 12월 12일이 아니라 12월 9일로 하자는 수정안을 표결에 부쳤는데요. 하지만 부결됐습니다. 당초 노동당과 스코틀랜드국민당 등 야당은 '성탄절' 등 연휴와 방학이 있는 12월에 총선을 치르면 대학생 등 젊은 층의 투표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국에서 12월에 총선을 치르는 것은 1923년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진행자) 하원을 통과한 조기 총선 동의안, 이제 어떤 과정이 남아있습니까?

기자) 30일 상원에서 토론에 부쳐지게 됩니다. 상원에서 법안 내용을 수정하면 다시 하원으로 되돌아오게 되고요. 하원은 이를 승인하거나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주요 매체들은 상원에서 별다른 반대에 부딪히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요. 상원이 법안을 채택하고 여왕이 공식 승인하면 법으로 발효됩니다. 한편 영국 하원은 다음 달 4일 새 하원의장을 선출하기 위한 표결을 합니다. 10년간 영국 하원의장을 역임한 존 버커우 의장은 지난달 사퇴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지난 17일 터키 국경과 인접한 시리아 라스 알아인 마을에서 터키군의 포격이 있은 후 검은 연기가 상공으로 치솟고 있다.
지난 17일 터키 국경과 인접한 시리아 라스 알아인 마을에서 터키군의 포격이 있은 후 검은 연기가 상공으로 치솟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미국 하원이 터키 제재안을 통과시켰다고요.

기자) 네, 미 연방 하원이 시리아 북동부 지역을 침공한 터키를 제재하는 내용의 초당적 법안을 가결했습니다. 하원은 29일 이 터키 제재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403, 반대 16의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습니다.

진행자) 공화당 의원들 쪽에서도 찬성표가 많이 나왔나 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공화당 의원들 가운데서는 176명이 찬성표를 던졌고요. 반대한 의원은 15명에 불과했습니다. 주요 매체들은 미 하원이 초당적으로 이 법안을 채택함으로써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결정에 대한 실망감을 분명히 표명했다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법안에 담겨 있는 내용 한 번 살펴볼까요?

기자) 네, 법안은 터키의 주요 정치 지도자들과 군 고위 장성들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이들의 미국 방문 입국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 시리아 사태에 사용될 수 있을 경우, 터키에 대한 무기 수출도 금지합니다. 뿐만 아니라 터키에 군사 장비를 판매하는 외국인 또는 외국 기업에 대해서도 금융, 여행 규제 등의 제재를 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진행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제재도 있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법안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개인 자산에 대한 동향을 감시하고 조사해 의회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에르도안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 터키 은행인 '홀크뱅크'도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법안은 또 트럼프 행정부에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IS 격퇴에 관한 새로운 전략을 제시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터키 지도부를 향한 제재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민주당 소속의 엘리엇 엥겔 하원 외교위원장은 이번 제재는 무분별하게 터키 국민들에게 해를 가하지 않으면서, 시리아 유혈 사태에 책임이 있는 터키의 관리들과 기관들을 대상으로 특별히 고안된 법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이 법안은 언제 발효될까요?

기자) 상원에서도 표결을 거쳐야 하고요. 또 대통령의 최종 서명도 필요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절차가 더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공화당이 주도하고 있는 상원에서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앞서 상원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터키 제재 법안이 발의된 적이 있는데요. 하지만 상원 공화당 지도부는 지난주, 터키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적 노력에 좀 더 시간을 주기 위해 입법 행동을 보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미 하원이 같은 날, 터키와 관련해 또 하나 표결을 진행했군요.

기자) 네, 하원은 20세기 오스만투르크족이 아르메니아인들에 대한 살상행위를 '집단학살'이라고 인정하는 결의안도 채택했습니다. 하원은 이 결의안을 찬성 405 대 반대 11, 역시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습니다.

진행자) 오스만투르크족과 터키, 무슨 관련이 있는 겁니까?

기자) 오스만투르크족이 세웠던 오스만제국이 지금 터키의 전신입니다. 오스만제국은 1200년대부터 1920년대까지 전성기를 누렸던 거대한 제국이었는데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1915년에서 1917년 사이 집중적으로 벌어진 종족 전쟁과 이주 과정에서 수많은 아르메니아인이 살해됐습니다. 아르메니아인들은 터키가 강제노동과 추방, 직접 살해 등의 방법으로 1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학살했다고 주장해 왔는데요. 터키는 일부 사실은 인정했지만, '집단학살' '대학살' 등의 용어는 거부해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미국 의회에서 이런 결의안을 채택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라고요.

기자) 네, 전에도 비슷한 결의안을 추진하는 노력은 있었지만, 터키의 외교적 노력으로 번번이 막혔고요. 대통령 포고령이나 의회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아르메니아인 학살을 인정하는 결의안은 있었지만, 이렇게 하원 전체 결의안이 통과된 건 처음입니다.

진행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이 결의안과 관련해 언급을 했군요.

기자) 네, 펠로시 의장은 20세기, 오스만제국에 의해 150만 명이 넘는 아르메니아 남성과 여성, 어린이들이 조직적으로 살해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참혹한 역사를 기리고 추모하는 미 하원의원들에게 존경을 표하고 함께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터키 측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터키 정부는 30일 데이비드 새터필드 터키 주재 미국 대사를 초치해 강력한 항의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터키 외무부는 또 각각 별도의 성명을 통해 미 하원의 결의안을 단호히 거부하고, 터키의 제재 법안 채택을 비난했습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중국의 대미 투자가 최근 몇 년 사이에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요?

기자) 네, 지난 2016년~2018년 사이 중국의 대미 직접투자가 80%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미국 자문 회사인 ‘로디움그룹(Rhodium Group)’이 발표한 내용인데요. 가장 감소 폭이 큰 분야는 부동산과 접대업으로 특히 뉴욕과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LA) 등 미국의 주요 대도시에 몰리던 중국인 부동산 투자가 크게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한때 미국 주요 도시의 건물주들이 중국인들로 바뀌고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의 투자가 활발하던 때가 있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지난 2015년~2016년 사이 중국의 미국 부동산 투자는 세 배가 뛰면서 165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2018년 한 해 동안에는 부동산과 접대업 분야에서 1억 달러가 넘는 중국의 투자가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상호 직접투자액 역시 2016년 600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이후 급격하게 줄었다고 로디움그룹은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런 중국의 투자 감소가 미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까?

기자) 네, 미국 안에서 중단되거나 취소된 건설 사업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LA 세계무역센터의 스티븐 청 회장은 VOA에, LA 마천루를 세워가던 기중기들이 자취를 감췄다고 표현했는데요. LA 등 대도시에서 이미 진행중인 공사가 자금 부족으로 마무리되지 못할 위험에 처했다고 우려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의 대미 직접 투자가 감소한 이유는 뭡니까?

기자) 첫 번째 이유는 중국 정부의 통화정책을 들 수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외화 반출을 제한하면서 최근 중국 은행들이 개인이나 기업에 대한 해외송금을 통제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중국 정부가 외화 반출을 통제하자 중국 기업들로서는 이미 시작한 해외 사업이라고 해도 투자를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된 겁니다.

진행자) 이 한 가지 이유만 있는 건 아니겠죠?

기자) 미국 정부의 관리 감독이 강화된 것을 또 다른 이유로 들 수 있습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권한을 강화하고 심사 대상을 확대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 위원회의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된 중국인 투자가 25억 달러가 넘는다고 로디움그룹은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국내 경제와는 연관이 없는 겁니까?

기자)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호조를 보이는 것이 영향을 줬다고 보고 있습니다.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중국 투자자들에게 있어 미국이 투자시장으로서의 매력을 잃게 됐다는 건데요. 달러화 가치가 높다는 건 환율 가치에 맞춰 더 많은 위안화를 투자해야 한다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미국에서 건설 비용이 솟구치고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는 분석입니다.

진행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1년을 넘게 계속되고 있는데 이 영향은 없을까요?

기자) 물론 있습니다. 양국의 무역 분쟁이 투자 환경에 불확실성을 가져오면서 투자자들이 주저하고 있다는 겁니다. 스티븐 청 LA 세계무역센터 회장은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데 있어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이 빠져나간 투자 시장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요?

기자) 미-중 무역 분쟁으로 혜택을 보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미국 내 투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무역 분쟁으로 인한 높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많은 국제 기업들이 중국에 있던 생산 공장을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이전하면서 베트남 등은 지금 호황을 맞고 있는데요. 청 회장은 베트남이 자국 이민자 인구가 많은 로스앤젤레스 지역에 관심을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청 회장은 또 장기간의 무역 전쟁으로 중국의 투자가 계속 줄어드는 만큼 중국의 대안으로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태국 등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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