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진원지인 우한시와 인근 도시를 봉쇄했습니다. 유엔이 미얀마 정부에 로힝야족 집단학살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처를 다 취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홀로코스트 희생자를 기억하고 반유대주의에 맞서 싸우기 위한 ‘세계 홀로코스트 포럼’이 열렸는데요. 관련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일명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연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처음 발견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현재까지 17명이 사망하고 약 60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빠르게 숫자가 늘고 있는 상황이고요. 특히 마카오, 타이완 등 중화권은 물론이고 일본, 한국, 그리고 태평양을 넘어 미국에서도 감염 환자가 발생하면서 우려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 당국이 진원지를 봉쇄했다고요.
기자) 네, 중국 당국이 23일 진원지인 우한시와 인근 황강시, 어저우시를 봉쇄하고 이곳으로 통하는 모든 대중교통 수단과 항공, 철도 등을 전면 통제하고 있습니다. 중국 보건 당국은 이날 오전, 공고를 통해 코로나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우한으로 통하는 모든 시내버스와 지하철, 선박, 기차 등의 운행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우한이라는 곳은 어떤 도시입니까?
기자) 중국 중부 후베이성의 성도입니다. 인구 약 1천100만 명으로, 중부 지역에서는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고요. 정치, 경제, 금융, 문화, 교통의 중심지입니다. 대부분의 우한 시내 대중교통 수단은 23일 오전부터 전면 중단됐고요. 주민들은 특별한 상황이 없는 한 시를 떠나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중국은 25일부터 최대 명절인 설 춘제 연휴가 시작되는데요. 수억 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한 폐렴이 더욱 확산할 것을 우려한 데 따른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입니다
진행자) 우한 말고 또 다른 곳들도 봉쇄됐다고요.
기자) 네, 우한시에 대한 봉쇄 조처가 단행된 지 몇 시간 후, 우한시로부터 약 70km 떨어진 황강시에도 비슷한 봉쇄 조처가 내려졌습니다. 황강시에는 약 600만 명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또 이후 같은 후베이성의 어저우와 치비 등에도 봉쇄령이 내려졌고요. 수도 베이징 등 여러 도시가 대규모 춘제 행사를 모두 취소했습니다.
진행자) 봉쇄 조처가 내려진 현지 주민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당국의 돌연 봉쇄 조처에 외부와 완전 차단되자 주민들은 시내 식품점 등으로 달려가 물건을 사재기하는 등 극심한 불안감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상점은 현재 물건이 동이 난 상황이고요. 극장이나 인터넷 카페, 술집 등도 영업 중단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일부 언론은 현지 모습을 마치 유령 도시 같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현재 지하철역과 버스 정거장 등 도로에는 중국 군인들이 도열해 주민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고요. 거리에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진행자) 하지만 일부 도시를 빠져나간 시민들도 있다고 하던데요.
기자) 네, 우한시의 경우, 23일 오전을 기해 봉쇄 조처가 내려졌는데요. 사전에 이 같은 정보를 입수한 일부 시민들은 이미 도시를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들은 인터넷 사회연결망 SNS에 도시를 탈출하는 사진과 동영상 등을 게재했습니다. 또 우한발 항공편도 이날 10시를 기해 운항이 전면 중단됐는데요. 하지만 이후에도 일부 항공기는 그대로 운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여전히 바이러스가 번질 잠재성은 있는 셈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 정부가 진원지를 봉쇄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늦장 대응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우한 폐렴은 지난해 연말 발병했는데요. 하지만 중국 당국이 거의 한 달이 다 되도록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않아 감염을 확산시켰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발병 초기 중국 당국은 우한 폐렴이 사람 간 전염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는데요.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진원지로 지목된 우한시 수산물 시장을 방문한 적도 없는 사람들이 감염되면서 중국 당국이 제대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고조됐습니다.
진행자) 지난 2000년대 초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 전 세계를 휩쓸었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지난 2002년부터 2003년 중국에서 시작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으로 전 세계적으로 약 800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당시 중국 정부는 거의 한 달 넘도록 사스 발병 사실 자체를 공개하지 않아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이번 우한 폐렴 역시 실제 상황보다 축소 발표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가 긴급회의를 개최했군요.
기자) 네, 23일부터 이틀 동안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비상회의를 열고 이번 우한 폐렴과 관련, 국제비상사태를 선포할지 여부를 검토했는데요. 아직 비상사태를 선포할 단계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미얀마 로힝야족 사태에 대한 유엔의 결정이 나왔군요.
기자) 네, 네덜란드 헤이그에 소재한 국제사법재판소(ICJ)가 23일, 미얀마 정부에 소수 민족인 로힝야족의 집단 학살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다 취하라고 명령했습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ICJ 재판부의 이같은 결정을 일제히 환영하고 나섰습니다.
진행자) 재판부의 발표 내용 들어볼까요?
기자) 네, 압둘카위 아메드 유수프 ICJ 소장은 현재 로힝야족이 극도로 취약한 상황에 있다는 데 재판부 17명 전원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미얀마 정부에, 4개월 후 어떤 조처를 이행했는지 보고하고, 이후부터는 6개월마다 보고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재판의 원고는 누구입니까?
기자) 서아프리카 나라인 감비아입니다. 감비아는 이슬람교 국가인데요. 미얀마 정부가 이슬람교를 믿는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집단 학살하고 탄압했다는 혐의로 지난해 11월, 이슬람권 국가들을 대표해 ICJ에 제소했었습니다.
진행자) 미얀마 정부 측에서는 미얀마의 실질적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 자문 겸 외무장관이 전면에 나섰죠?
기자) 맞습니다. ICJ는 지난달 이번 사건에 대한 심리를 시작했는데요. 아웅산 수치 외무장관은 미얀마 변호인단과 함께 미얀마를 대표하는 자격으로 참석했습니다. 수치 장관은 미얀마에서 로힝야족에 대한 조직적인 집단 학살은 없었다는 주장을 펼쳤는데요. 하지만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수치 장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습니다.
진행자) 그럼 이 결정이 최종 판결인 건가요?
기자) 아닙니다. 이번 조처는 긴급 조처로서,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유린 사태를 막기 위한 명령입니다. 로힝야족 집단 학살 혐의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나오려면, 몇 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진행자) ICJ의 결정이 구속력은 있습니까?
기자) 네, ICJ는 1945년 유엔 헌장에 따라 설립된 유엔 최고 헌법 기구로서, ICJ의 결정은 법적인 구속력을 갖고 있고요. ICJ의 결정에 대해서는 항소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행을 강제할 수단이 없어 종종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ICJ 재판부는 미얀마 정부에 이번 조처는 법적인 구속력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미얀마에 국제법적인 의무를 부여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국제 재판정까지 가게 된 로힝야족 사태, 어떤 내용인지 좀 짚어주시죠.
기자) 로힝야족은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 주로 거주하고 있는 소수 종족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오래전부터 미얀마에 정착한 아랍계의 후손이라고 주장하는데요. 하지만 미얀마 정부 측은 이들이 19세기 후반 영국 식민지 시절 방글라데시에서 넘어온 불법 이민자들로 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에도 대다수 불교 신자들인 미얀마인들과 로힝야족 간에는 갈등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다 지난 2017년 로힝야 반군이 정부군 초소를 습격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했습니다.
진행자) 당시 미얀마 정부군의 대응이 문제가 됐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얀마 정부군은 대대적인 로힝야 반군 토벌 작전에 나섰는데요. 이 과정에서 방화와 강간, 살인 등을 자행하며 집단 학살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또 미얀마 정부군의 군사 대응을 피해 수백만 명에 달하는 로힝야족이 인근 방글라데시로 탈출하는 상황이 벌어졌는데요. 유엔과 국제사회는 미얀마 정부의 군사 대응을 사실상 집단학살로 결론지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이스라엘에서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23일 예루살렘의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추모관에서 제5회 세계 홀로코스트 포럼(World Holocaust Forum)이 개최됐습니다. 올해 포럼은 전 세계 수십 개국의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홀로코스트를 기억하고, 반유대주의에 맞서 싸우다’라는 주제로 진행됐는데요. 반유대주의 관련 행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였습니다.
진행자) 홀로코스트가 뭡니까?
기자) 홀로코스트(Holocaust)는 독일 나치 정권의 수장인 아돌프 히틀러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유럽에서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을 말합니다. 특히 폴란드 남부에 지어진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는 100만 명이 넘는 유대인이 학살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1945년 1월 옛 소련군이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갇혀있던 유대인들을 해방하면서 아우슈비츠에서의 악행이 중단됐습니다. 따라서 이날 행사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해방 75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이날 포럼에는 주요국 정상들이 많이 참석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영국의 찰스 왕세자,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등 40여 개 나라 대표단이 참석했는데요. 미국에서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참석했습니다.
진행자) 2차 세계대전 관련국 대표들이 대거 함께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2차 세계대전은 1939년 나치 독일군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후 1945년에 전쟁은 끝났지만, 2차 세계대전을 둘러싼 역사적 논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푸틴 대통령이 2차 세계대전 발발에 폴란드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자 폴란드 대통령이 크게 반발했고요. 이번 행사에 참석하지도 않았습니다.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은 포럼 전날 가진 만찬에서 역사 문제는 학자들에게 남겨 두고 정치 지도자들은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역할을 하자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홀로코스트 포럼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습니까?
기자) 3시간가량 진행된 행사에서 주요 정상들의 연설이 이어졌는데요. 우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을 겨냥한 발언을 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을 가리켜 지구상에서 가장 반유대적인 정권이라고 지목하면서 세계 지도자들이 이 정권, 즉 이란에 통일된 태도를 보이지 않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과거에 나치처럼, 이제는 이란이 이스라엘의 위협이 되고 있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정권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지구상의 유일한 유대 국가인 이스라엘을 전멸시키려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이 중동의 안정을 위협하는 "폭군"인 이란에 맞서는 점에 감사하다고 밝히고 모든 정부가 이 같은 노력에 동참해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대표로 참석한 펜스 부통령은 뭐라고 말했습니까?
기자) 펜스 부통령은 반유대주의를 주도하며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단 하나 정부가 이란이라고 지적하면서 세계는 이란에 강하게 맞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펜스 부통령은 또 홀로코스트로 희생된 유대인들을 기억해야 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다른 정상들은 어떤 이야기를 했습니까?
기자)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나치의 희생자를 애도했는데요. 반유대주의에 대해 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유대인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범죄를 범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이라며 머리를 숙여 사죄했는데요. 특히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이 거부감을 느낄 것을 고려해 독일어가 아닌 영어로 연설했다고 독일 대통령실은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