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대북 제재 완화’ 주장에 대해 북한의 중대한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의 ‘양보’는 실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제재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다른 시각이 동맹에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에는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대체로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 외교장관의 ‘대북 제재 완화’ 제안을 따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핵과 관련해 특정 조치를 취하지 않는 상태에서 미국이 먼저 제재 완화라는 ‘양보안’을 제시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겁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1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제재 완화를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킬 수 있는 유인책이 아니라 북한의 상응 조치에 대한 대응으로 여겨왔다”고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국장] “So far, I believe the Biden administration has regarded sanctions easing as something to be offered in response to reciprocal steps by North Korea that would take place as part of a negotiation rather than as an inducement to return to the negotiating table. For this framework to be altered, South Korea must provide a convincing argument and compelling evidence for how and why a different approach would yield better results.”
따라서 이 같은 바이든 행정부의 틀을 바꾸기 위해선 제재 완화와 같은 다른 접근방식이 왜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해 한국 정부가 설득력 있는 주장과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스나이더 국장은 말했습니다.
앞서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은 지난 1일 한국 국회에서 “이제는 (대북) 제재 완화를 검토할 때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북한에 대한 유엔의 제재는 여전히 유효하며, 유엔과 북한의 이웃나라들과의 외교를 통해 이를 계속 이행할 것”이라며 제재 유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 정부의 방안에 동조할 만한 “어떤 신호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They've given no indication, I think Secretary of State Blinken recently came out talking more about issues of stability in North Korea and didn't mention anything about are willing to put anything any concessions on the table.”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최근 북한의 안정화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 더 많은 언급을 한 반면, 대화 테이블에 양보안을 올려 놓을 의사와 관련해선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제재 완화’라는 카드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혹시라도 그런 결정이 내려진다면 이는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한국 외교장관의 ‘제재 완화 시점’ 발언은 유감스런 일”이라면서, 이는 북한에 그들의 ‘협박외교’가 작동한다는 지표를 제공한다고 말했습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또 “제재 해제는 미-한 동맹이 ‘의도하는 효과’를 달성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며, "오히려 김정은은 정치전쟁 전략을 두 배로 늘리고 계속해서 협박외교를 할 수 있는데, 이는 이것이 효과가 있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는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 정부의) 이번 제안에 어떻게 반응할지 예상할 순 없지만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중대한 조치가 없는 상태에서의 제재 완화는 실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 “I cannot predict how the Biden administration will react to this proposal, but I believe it would be a major mistake to ease sanctions without a significant denuclearization step by North Korea. Pyongyang's goal is to get sanctions removed AND keep its nuclear weapons. By easing sanctions without any denuclearization steps, we would be walking into a trap that Pyongyang has laid for us.”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북한의 목표는 제재 해제와 더불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라며 “비핵화 조치 없이 제재 완화를 한다는 건 북한이 친 덫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단지 대화를 목적으로 북한에 대가를 지불하거나 보상을 하는 건 큰 실수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는 제재 완화에 미국이 어느 정도 열린 자세를 취할 수 있다면서도, 이런 방안은 대화 재개 이후 논의될 사안이라는 점에 더 무게를 실었습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I would also encourage the DPRK to enter into negotiations, stating clearly that everything is open for discussion in regard to deliverables for the North, to include the lifting of sanctions, a path to normal relations, a peace treaty and other issues of interest to Pyongyang. Said deliverable will be on an action for action basis, as they commence with the dismantlement of their nuclear weapons and facilities and enforce a halt to fissile material production.”
제재 해제와 (미국과의) 정상적인 관계로의 길, 평화협정, 그리고 그 외 북한의 관심사 등 모든 것이 논의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방식으로 북한이 협상에 돌입하도록 부추겨야 한다는 겁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북한이 얻을 수 있는 사안들은 결국 ‘행동 대 행동’이 기반이 될 것이라며, 북한이 핵무기와 시설의 해체를 시작하고 핵분열 물질 생산을 중단할 때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제재 완화’와 관련한 최근 논란이 궁극적으로 미-한 동맹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도 주목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제재 완화 주장을 비롯해 ‘미국과 한국이 북한에 대해 다른 시각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Yes, I think that is with North Korea's activity lately about offering, the possibility of an inter-Korean summit, and the testing of missiles. I think all of this is designed to or try to get the U.S. to get off of its position of strategic patience. But if that doesn't work, the secondary benefit for North Korea is to drive a wedge between Washington and Seoul. And I think we see that playing out.”
그러면서 최근 북한이 ‘남북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내놓고,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등의 행동들을 상기시키면서 “이 모든 행보는 미국이 ‘전략적 인내’ 자세를 취하지 못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지만, 만약 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고 해도 북한은 미국과 한국의 사이에 틈을 벌린다는 ‘부수적 이익’을 얻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한국과 미국이 대북전략을 숙고하고, 동맹의 균열을 일으키도록 고안된 함정에 빠지지 않길 바란다”고 조언했습니다.
[맥스웰 연구원] “I would ask the ROK and US to consider the North Korea strategy and not fall into its trap that is designed to drive a wedge in the alliance. The call by the FM for "incentives" and sanctions relief likely has Kim smiling because he thinks it will either result in concessions for him and if it does not it will generate significant friction in the alliance as the US resists the ROK push for sanctions relief.”
맥스웰 연구원은 정의용 장관의 ‘장려책’과 제재 완화 주장은 김정은을 미소 짓게 만들었을 것이라면서, 이는 이런 주장이 김 위원장 자신을 위한 양보를 가져오고, 꼭 그렇지 않더라도 한국의 제재 완화 압박에 미국이 저항함에 따라 동맹에 상당한 마찰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제재 완화’를 놓고 미국과 한국이 엇갈린 견해를 보일 순 있지만 두 나라의 전반적인 대북 접근법에 큰 영향을 끼치진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리비어 전 차관보는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 미국과 한국 사이에 큰 틈이 있는 건 분명해 보이지만 두 동맹이 의견차를 관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같은 입장에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것도 명확한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북한에 대한 한국의 역할이 많지 않다는 현실적 한계를 지적하며, 실질적으로 한국이 미국의 입장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미국과 한국의 ‘시각차’에 대한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은 채 “(미국이) 한국과 함께 발을 맞추는 건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