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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번-서훈 이번 주 미국서 만나...미-북 대화 재개 방안 논의할 듯


제이크 설리번(가운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서훈(앞줄 오른쪽) 한국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4월 메릴랜드주 애나폴리스의 미 해군사관학교에서 회동하고 있다. (자료사진)
제이크 설리번(가운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서훈(앞줄 오른쪽) 한국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4월 메릴랜드주 애나폴리스의 미 해군사관학교에서 회동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남북대화에 나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서훈 한국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번 주 미국에서 만날 예정이어서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청와대 등에 따르면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번 주 초 미국을 방문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대면 양자 협의를 갖습니다.

양측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문제, 미-한 동맹 주요 현안을 주제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방미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뉴욕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하고 북한이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하는 등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는 시점에 이뤄져 주목됩니다.

서 실장이 이번 방미를 통해 미-북 대화 재개를 위한 메신저 역할을 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미국과 한국이 원칙적으로 동의해 온 대북 인도적 협력에 대한 구체적 방안과 미-북 대화 재개 시 미국이 북한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초기 조치 등에 대한 논의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서 실장이 북한의 의중을 이번 방미길에 미국 측에 전달하고 협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 이후 남북간 물밑접촉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 과정에서 북한이 대화 재개 조건으로 내건 대북 적대시 정책과 이중기준 철회의 보다 구체적인 내용과 의도를 한국 측이 파악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안보실장이 방미를 하게 된 의도는 미국과 북한 간 입장차가 극명하게 대립된 상황에서 뭔가 접점을 찾아보려는 그런 노력의 하나로 볼 수 있는 것 같고요. 추정컨대 북한과의 여러 경로를 통한 협의를 통해서 북한이 움직일 수 있는 조건이라고 할까, 그런 것을 갖고 미국 쪽 담당자와 협의를 위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내 화상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이나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정상회담 가능성, 미국과 남북한 3자 혹은 중국까지 포함한 4자 종전선언 시나리오 등이 거론되고 있어 설리번 보좌관과 서 실장의 대화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가 있을지도 주목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은 결국 대미 협상을 통해서만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서 실장이 대미 협상에 대한 북한의 보다 구체적인 의중을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미 관계 없이 남북관계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렇게 보면 지금 ‘통남종미’다, 즉 한국을 경유해서 궁극적으로 미국과 협상을 한다는 전략이고요. 이 과정에서 한국이 적절한 역할을 해달라, 북-미 비핵화 협상, 종미에서 북한이 원하는 결과가 얻어질 수 있도록 한국이 역할을 해야만 협상에 나가겠다, 그 보장을 한국이 해야 되고 미국도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는 게 북한의 입장입니다.”

반면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이미 미국과 한국에 대화를 위한 전제조건을 제시하면서 공을 넘긴 상황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물밑접촉을 통해 한국을 대미 중재역할로 활용하려는 의지는 커 보이지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이 수용하기 어려운 전제조건을 내걸고 있고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자위력 증강을 명분으로 도발을 지속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대화 보다는 공세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지난 4일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남북대화를 위한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0일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기념해 이례적으로 가진 기념강연에서 향후 5년간의 주민 의식주 문제 해결 의지를 강조하며 내부 결속에 주력한 반면 대미 대남 메시지를 발신하지 않았습니다.

박원곤 교수는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 위원장은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을 내세워 대외 메시지를 관리하면서 최근엔 메시지의 모호성을 유지해 향후 운신의 폭을 키우려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최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이미 대외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에 불필요한 중복을 피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메시지가 중의적인 메시지, 이중성, 모호성을 유지하거든요. 일부러 설명을 안 하는 거죠. 사실 김정은의 말이 최종 결정이지 않습니까. 거기서 다 설명을 해버리면 그 다음에 어떻게 보면 북한이 움직일 공간을 줄일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좀 모호하게 이중잣대, 적대시 정책이라는 것만 내세운 상황에서 끌고 가겠다, 그렇다면 이번에 자세하게 이야기할 이유가 전혀 없었죠.”

신범철 센터장은 국제사회의 유엔 대북 제재 결의 준수 등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의 태도를 보면서 미국에 대한 북한의 기대가 줄어들고 있는 양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미국은 최근 미 중앙정보국(CIA)에 ‘중국미션센터’를 신설하면서 미-북 정상회담의 물밑 역할을 했던 CIA 코리아미션센터를 폐지하기도 했습니다.

신범철 센터장입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지금 상황은 북한이 새로운 전략도발을 하는 것도 아니고 북한과 협상이 진행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기존 시스템 내에서 북한 문제를 다루겠다, 이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 외교적 관여를 강조하면서도 제재 유지나 이런 부분에서 원칙을 견지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봐요. 아무래도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문제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문제라고 봐요.”

코리아미션센터는 지난 2017년 5월 신설된 조직으로, 앤드루 김 전 코리아미션센터장은 마이크 폼페오 당시 국무장관과 평양을 방문해 협상을 주도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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