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직 관리들은 미국이 주적이 아니라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언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전략무기를 전시해 놓은 상태에서 나온 발언을 화해 제스처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주한 미국대사관 부대사를 지낸 마크 토콜라 한미경제연구소(KEI) 부소장은 1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정은 위원장이국방발전 전람회 연설에서 `북한의 주적은 미국이 아니라’고 말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토콜라 부소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은 전체 연설의 문맥에서 이해해야 한다면서, 김 위원장은 북한이 현대식 무기를 갖춰야 할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토콜라 부소장] “I'm not sure I would take these remarks to be very significant. Given this context of his whole speech, he’s talking about the need for North Korea to have modern weapons. He's talking about the need to respond to South Korea's new high-tech weaponry. He started to say that the problem is not South Korea, the United States, but war. But take that as being part of this overall presentation of new weapons.”
김정은 위원장은 한국의 새로운 첨단무기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며, 한국과 미국이 문제가 아니라 전쟁이 문제라고 한 것은 전반적으로 새로운 무기를 선 보이면서 나온 전체 발언 내용의 일부로서 해석해야 한다는 겁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김 위원장의 발언이 예전 보다는 미국에 대해 조금 부드러운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느껴지지만 얼마나 의미 있게 봐야 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don't know how much to read into that, really. It did sound like it was a little softer. So I suppose you could see it as a very small step toward. The big problem is still that the Biden administration is not going to give Kim Jong-un sanctions relief as a condition for starting the talks, which is what North Korea is asking for.”
대화를 향한 아주 작은 진전으로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제재 완화’라는 큰 문제가 남아 있다는 겁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정권이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제재 완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앤서니 루지에로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북한담당 국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다른 첨단 탄도미사일을 전시해 놓은 앞에서 연설을 한 것이 미국과 대화를 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루지에로 전 국장] “It's hard to strike a conciliatory tone, while giving a speech in front of an ICBM and other advanced ballistic missiles. Certainly, there are things that North Korea wants on their own terms. I think what the speech overall signifies is trying to set the ground rules for any conversation, and to his mind, that starts with his deterrent nuclear weapons.”
루지에로 전 국장은 북한 입장에서는 대화 시작을 위해 원하는 조건이 분명히 있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은 대화를 위한 기본원칙을 세우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원칙은 북한의 억지력을 보장하는 핵무기가 전제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로버트 매닝 전 국무부 선임자문관은 북한 정권이 꽤 정교한 작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대내적으로는 군사력이 강하다는 것을 내보이면서 동시에 대외적으로는 위협을 드러내지만, 분위기가 다소 다르다는 겁니다.
[녹취: 매닝 전 선임자문관] “I think it's developed into a fairly sophisticated campaign. He's projecting strength domestically and projecting threat externally to us, and the tone is a little different. It's less simply condemnatory. What they're very good at is blame shifting. And so instead of the US thinking the balls are in their court, because we have no conditions and we just want to talk and see, he is setting it up for pressing the US to make concessions to begin some kind of talks on North Korean terms.”
외부의 세력을 단순히 규탄하는 것이 아니라 비난을 돌리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은 조건 없이 북한과 만나 대화하겠다는 입장이기에 공이 북한 쪽으로 넘어간 것으로 생각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거꾸로 북한의 조건에 맞춰 대화하기 위해 미국이 양보할 것을 압박하는 설정을 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매닝 전 선임자문관] “When he talks about the war itself, he's not trying to prepare for war, he's trying to strengthen deterrence. That seems to me to be setting the stage for some kind of arms control discussions. That's been their goal for a long time – ‘we want to be like Israel and Pakistan to be accepted as a nuclear state and treated as a normal country.’”
매닝 전 선임자문관은 김 위원장이 ‘주적은 전쟁’이라고 말한 건 북한이 전쟁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억지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임을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추후 미국과 군축 협상을 벌이기 위한 장을 마련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장기적인 목적은 이스라엘이나 파키스탄과 같이 핵 보유국으로 인정 받고 정상국가로 대우 받는 것이라는 겁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는 북한 정권의 어조는 전략적, 전술적 목표에 따라 끊임없이 바뀌는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The best way to look at this is to keep in mind that the tone is constantly changing depending on what the strategic and tactical goals are. The goals, however, are probably set and fixed and largely unchangeable for North Korea, but the tactics change, and when the tactics change slightly, the language in which they pursue their goals and objectives will change with it.”
북한의 목표는 거의 변하지 않고 고정돼 있지만 전술은 바뀔 수 있으며, 그 전술이 바뀔 때마다 목표와 목적을 추구하는 언어도 같이 바뀔 수 있다는 겁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The core goal of sanctions removal is still there, but I think there's perhaps a sense of greater urgency about it now because of their economic difficulties which Kim Jong Un has acknowledged in his own words. The tactical move that the North Koreans have made right now is to remind the United States that for all of Washington's calls for engagement and dialogue, et cetera, North Korea is not going to begin listening to any of that, unless the United States does something first.”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의 핵심 목표인 제재 해제는 여전하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스스로 인정했듯이 경제적 어려움이 커짐에 따라 더 다급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이 먼저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대화 제안에응하지 않을 것임을 상기시키고자 하는 전술적 움직임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