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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SLBM 시험 미국 겨냥 아냐...안보리 회의에 강한 우려"


김정은(오른쪽 두번째 뒷모습)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위-2021' 국방발전전람회에서 축하 비행을 관람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2일 공개한 사진.
김정은(오른쪽 두번째 뒷모습)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위-2021' 국방발전전람회에서 축하 비행을 관람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2일 공개한 사진.

북한은 최근의 SLBM 시험발사가 미국을 겨냥한 게 아니라 자위권 차원의 주권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유엔 안보리 회의 소집에 반발했습니다. 북한이 핵 무력 증강과 협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겠다는 의도된 행동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1일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지난 19일 이뤄진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SLBM 시험발사와 관련해 미국이 유엔 안보리 회의를 소집 요청한 데 대해 반발했습니다.

대변인은 미국이 “북한의 합법적인 자위권 행사를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으로 오도하며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하는 등 심히 자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변인은 이어 “미국이 주권국가의 고유하고 정당한 자위권 행사에 비정상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매우 우려스럽게 생각한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정상적이며 합법적인 주권 행사를 걸고 들지 않는다면 한반도에서 긴장이 유발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과 추종세력들이 잘못된 행동을 선택한다면 엄중하고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대변인은 “이번 시험발사가 미국을 의식하거나 겨냥한 것이 아니고 순수 국가방위를 위해 이미 전부터 계획된 사업인 것”이라며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주적 대상에서 배제됐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이번 SLBM 시험발사를 정당한 주권 행사임을 내세워 그간 계속 제기해 온 ‘이중기준’ 적용에 또 다시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북한이 SLBM 발사에 대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응 움직임을 극도로 경계하면서도 반발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대응 형식면에서 담화보다 수위가 낮은 기자와의 문답을 택했고 대변인의 발언 수위도 과거보다 눈에 띄게 절제됐다는 평가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는 북한이 핵 능력 증강과 대미 협상력 강화를 함께 모색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박사] “지금 현재로서는 북한 입장에서도 도발 수위를 현저히 높여서 이걸 완전히 대결 국면으로 가는 상황은 아닌 것 같고, 시간을 벌면서 자신의 도발 능력도 키우면서 한편으론 계속 미국을 협박하면서 미국이 어떤 식의 협상안을 들고 나올지 살펴야 되는 이런 시기인 것 같아요.”

자신들의 합법적인 주권 행사를 방해하지 않으면 긴장이 유발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 발언도 미국이 북한을 먼저 자극하지 않는 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실험 모라토리엄은 유지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명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이 주적에서 배제됐다는 북한의 거듭된 발언에 주목하면서 북한이 이처럼 온건해 보이는 반응을 보이는 궁극적인 의도는 핵 보유국임을 정당화하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앞서 지난 11일 국방발전 전람회에서 “북한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한국이나 미국 같은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박 교수는 미국이 조건없는 대화를 촉구하며 북한의 무력 증강 행동에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을 북한이 핵 보유국이라는 인식을 고착화하는데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이 지난번 김정은 연설에서도 그렇고 전술을 바꿨어요. 협박을 하는 게 아니고 순수히 자위권 차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의 이런 개발을 인정해라, 국방박람회부터 시작해서 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판단되거든요.”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미국이 주적은 아니지만 무기 개발은 주권국가로서 정당한 행위라는 북한의 잇단 발언은 새로운 대응 논리라며, 국제사회가 반대하는 핵 무력 증강 행위를 덮고 논점을 흐리려는 의도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대화의 선결조건으로 이중기준과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미국의 호응이 없으면 쉽게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내년 초 베이징동계올림픽과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임박하기까지는 북한이 도발의 명분을 축적하면서 무기 개발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추가적인 무기 테스트를 할 수 있다고 봐요. 자기들의 명분을 쌓고 군사적 필요성에 따라서 실험을 하고 그 다음에 대화로 복귀해도 한국이나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에 조건을 걸지 않기 때문에 언제든지 대화에 복귀할 수 있는, 북한에 유리한 현상이 지금 전개되고 있다.”

한편 한국 정부는 북한이 이중기준 철회를 주장하며 잇단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는 데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21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북한의 SLBM과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가 도발이 아니냐는 질문에 도발 대신 위협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서욱(가운데) 한국 국방부 장관 (자료사진)
서욱(가운데) 한국 국방부 장관 (자료사진)

[녹취: 서욱 장관] "저희가 용어를 좀 구분해서 사용하는데요, 북한의 위협이라고 보여집니다. 도발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의 영공, 영토, 영해와 국민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이고 그렇게 구분해 사용하는데요, 북한의 위협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서 장관은 또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SLBM과 관련해 정밀분석 중이라면서 아직은 ‘초보 단계’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국감에 출석한 박종승 국방과학연구소 소장은 북한은 이번 발사에서 2천t급의 신포급 잠수함 기준으로 함교에 발사관을 설치하는 비정상정적 방식을 취했다며 신포급은 시험함 성격에 가까웠다고 판단한다고 말했습니다.

박 소장은 남북한 SLBM의 수준 차를 묻는 질문엔 “SLBM은 미사일 단독이 아닌 플랫폼과 함께 완전체로 봐야 하는 관점에서 5년 이상 차이가 있지 않나 싶다”고 답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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