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주한미군 규모를 현행수준으로 유지하고 한반도에 순환배치 해 온 일부 부대를 상시주둔 부대로 전환키로 했습니다. 중국과 북한 견제를 위한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을 확인하고 일각에서 제기됐던 주한미군 감축 우려를 해소시켰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국방부는 29일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해외 주둔 미군 배치에 대한 검토 즉 GPR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은 한반도에 순환 배치해 온 아파치 공격헬기 부대와 포병여단 본부를 상시주둔 부대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또 일각에서 감축 우려가 제기됐던 주한미군 규모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입장을 확인했습니다.
순환 배치돼 온 부대를 상시주둔으로 전환할 경우 전장상황에 대한 이해와 대응능력을 높임으로써 사실상 전력증강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른 해외 주둔 미군 배치도 큰 틀에선 변화가 없지만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방안들이 들어있습니다.
미 국방부는 보도자료에서 “검토 결과에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중국의 잠재적인 군사적 공격을 억제하고 북한의 위협을 막기 위한 동맹간 협력 강화를 위한 주문이 포함됐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인도 태평양 지역 군사력 강화를 위해 호주와 괌 등 태평양 도서 지역에서 인프라 시설 강화, 호주에 순환 공군부대 배치 등 방안이 포함됐습니다.
또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향후 2~3년 내 일부 병력을 재배치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 국방부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뒤인 지난 2월부터 GPR 작업을 벌여왔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미국측이 주한미군 규모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고 일부 순환배치 부대를 상시주둔 부대로 전환키로 한 데 대해 미-한 국방당국 간 소통을 지속한 결과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의 30일 브리핑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부승찬 대변인] “오늘 미국에서 GPR 결정내용을 발표했습니다. 결정사항과 관련해선 그동안 한미 국방당국 간에 소통을 지속해 온 결과가 아닌가 보여지고요. 국방부 입장은 한미동맹이 그만큼 미측이나 한측 입장에서 봤을 때 중요하다 이런 방증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 상원과 하원에서 국방수권법(NDAA)에 주한미군 인원을 2만8천500명 미만으로 줄일 경우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감축제한 규정이 삭제되며 일각에선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미국의 이번 GPR결과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흔들렸던 미-한 동맹을 확고히 하고 주한미군 위상을 한층 높이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순환배치에 따른 공백을 한국 군이 자발적으로 그동안 메워왔었거든요. 그런데 이 부분을 다시 상시 배치를 한다는 얘기는 주한미군 전력의 대폭 증강을 의미하고요. 그러니까 이것은 트럼프 정부 시기 한미동맹 주한미군의 위상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는, 특히 미-중 전략경쟁에서 주한미군 위상을 더 강화하는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고요.”
조 박사는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 등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한 미국의 대북 경고 메시지 성격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요구에 양보할 뜻이 없고 강한 억지력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결정이라는 설명입니다.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미국이 안보 공약을 재차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한국 국민들에게 매우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낸 반면 미-한 동맹 균열을 노린 북한에겐 실망스런 결과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북한에 대해선 미국이 결국 큰 틀에선 중국 견제를 하면서 그런 맥락에서 북한을 견제하지만 한반도의 안정적인 주한미군 주둔이 지속된다는 점에서 한미동맹 약화를 기도했던 북한의 전략적 입장을 고려할 때 불편한 마음이 들 것이라고 봅니다.”
한국에선 미국의 이번 GPR 결과가 ‘중국 견제’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에서 대북 억제를 넘어 중국 견제 등 해외 미군의 역외 작전을 위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강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12월 2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53차 미-한안보협의회(SCM)에서도 미국이 한국에 대중 견제 전략의 일환으로 동맹 차원의 협력 강화 등을 요청할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한국 국방연구원 출신 김진무 숙명여대 교수입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미국은 그동안 주한미군을 철수하느니 이런 얘기가 많이 있었지만 중국이 미국에게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대상이라면 한국의 군사 전략적 가치는 훨씬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거죠. 대한민국이 대중 군사 전략적 차원에서 긴요하면서 다시 말하면 중국의 목을 겨누는 비수와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거죠.”
부승찬 대변인은 “주한미군의 목적은 결국은 한반도에서의 무력분쟁 방지가 주목적”이라며 “이외에도 동북아지역의 평화와 안정 증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그런 역할로 이해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