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정부 대표단이 28일 벨라루스에서 러시아 대표단을 만나 '즉각 정전과 철군'을 요구했습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처음 열린 양측의 협상은 이날 벨라루스-우크라이나 접경 지역 내 벨라루스 정부가 제공한 장소에서 진행됐습니다.
러시아 대표단 측은 "우리가 합의를 기대할 수 있는 사안들을 찾았다"며 "다음 협상이 벨라루스-폴란드 국경에서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타스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에는 올렉시 레즈니코프 국방장관,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고문 등 고위급 당국자들이 포함됐다고 우크라이나 정부 측이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군수물자 지원을 확대합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인도·재정적 지원은 물론, 방공 미사일과 대전차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일을 나토 동맹국들이 진전시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밝히고 "우크라이나 국민과 군장병들의 용감함에 찬사를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유럽연합(EU) 가입 신청서에 서명했습니다. EU 가입은 27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결정됩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관련 동영상 연설에서 "우리의 목표는 모든 유럽인들이 함께 하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두 동등한 관계 위에 서야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의 협상 개시에 앞서 벨라루스 외무부는 블라디미르 마케이 장관이 양측 대표단을 만나, 환영 의사를 전하고 안전 보장을 약속했다고 밝혔습니다.
마케이 장관은 이번 협상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합의한 사항"으로써, 안전하게 진행하도록 돕는 것은 벨라루스의 신성한 의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주요 이슈에서 합의를 도출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 "벨라루스 침공 동참" 전망
이런 가운데 벨라루스가 이르면 28일 우크라이나로 파병해 러시아군이 벌이는 전투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미국 고위 정보 당국자가 언론에 밝혔습니다.
이 당국자는 벨라루스의 참전 여부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에 진행되는 협상 내용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벨라루스는 지난 10일부터 러시아와 합동 훈련을 벌이는 등 침공을 지원해왔습니다.
이에 따라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4만8천여 병력에 우크라이나 진입 명령을 몇시간 내, 혹은 며칠 내에 내릴 수 있을 것으로 이 당국자는 전망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명령으로 러시아가 지난 24일 우크라이나에 전면 침공을 단행했으나, 우크라이나가 강렬히 항전하면서 수도 키이브(러시아명 키예프)와 제2 도시 하르키우(러시아명 하리코프) 등지에서 전투가 계속되는 상황입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러시아가 예상치 못한 저항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앞서 분석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어떤 형태라도 대화 준비...항복 안한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와 평화 협상 개시를 위해 대표단을 보낸다고 27일 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 대표단이 벨라루스 국경에서 러시아 대표단을 조건없이 만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옥사나 마르카로바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이날 ABC '디스위크' 인터뷰에서 "싸움을 끝내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떠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어떤 평화회담에도 준비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르카로바 대사는 "우리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외교적 해법에 초점을 맞춰왔다"며, "개전 후에도 평화회담을 줄곧 촉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그가 언제나 했던 말은, 우리가 준비된 것은 평화를 위한 대화이고, 항복이 아니라는 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유엔 긴급 특별총회 소집
이런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논의하기 위해 유엔 긴급 특별총회가 28일 소집됩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93개 유엔 회원국 전체가 참가하는 긴급 특별총회를 여는 안건을 표결에 부쳐 찬성 11개국, 반대 1개국, 기권 3개국으로 가결했습니다.
이달 안보리 순회의장국인 러시아가 반대표를 던졌고, 중국, 인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기권했습니다.
장쥔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반대 투표 이유에 관해 “유엔이 취할 행동은 사태를 가라앉히고 외교적 해법을 도출하는데 도움이 돼야 한다”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은 피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특별 총회가 열리는 28일 안보리 회의도 별도 개최합니다.
지난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안보리에서 규탄 결의안 채택을 추진했지만 무산된 바 있습니다.
미국과 알바니아가 작성한 결의안은 러시아에 대한 규탄과 함께 우크라이나에서의 즉각적이고,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철군을 요구했습니다. 결의안에는 80개국이 서명했습니다.
15개 안보리 이사국 중 11개국이 찬성했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반대했고, 중국, 인도, UAE는 기권했습니다. 결의안이 통과하기 위해서는 9개국 찬성이 필요하며,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합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당시 표결이 끝난 뒤, 러시아 규탄 결의안을 유엔 총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푸틴, '핵전력 특별 전투 체제' 명령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7일 러시아의 핵전력을 "특별 전투임무 체제"에 돌입시킬 것을 국방장관에게 지시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지시의 배경에 관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지도자들이 러시아를 향해 공격적인 발언을 하고 있으며, 강력한 경제 재제를 가하며 위협하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날(26일)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은 공동성명에서 "(러시아) 은행들이 국제 금융시스템과 단절되고, 전 세계적으로 운영 능력이 손상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 “러시아, 불필요하게 전쟁 확대”
미국은 러시아의 핵 위협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오히려 사태를 악화하는 쪽으로 침공 행위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의 움직임이 “불필요한 것”이며, “전쟁을 확대(escalatory)”하는 것이라고 언론에 밝혔습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7일 'ABC 뉴스 선데이'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없는 위협을 만들어내서 침략 행위를 정당화하는" 패턴을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키 대변인은 "어느모로 봐도 러시아가 나토의 위협을 받거나, 우크라이나의 위협을 받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등 세계 곳곳 반전 시위
이런 가운데, 반전 여론이 세계 곳곳에서 고조되고 있습니다.
27일 워싱턴 D.C.를 비롯한 미국 주요 도시, 그리고 유럽 각지와 한국 수도 서울, 그리고 러시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지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항의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러시아 당국은 시위 참가자들을 잇따라 체포하면서, 주요 매체들에 보도 통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