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 정황이 잇따라 포착되는 가운데 추가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핵탄두 소형화를 위한 실험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3의 장소 핵실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군축협회의 대릴 킴벌 소장은 8일 VOA와 전화 통화에서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를 위한 추가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킴벌 소장은 북한이 핵 타격 역량을 갖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역량을 추구하고 있는데, 과제는 핵탄두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와 함께 핵탄두 소형화인 만큼 이와 관련된 시험이 다음 수순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킴벌 소장] “the purpose of further nuclear weapon test explosions might be to field test a smaller, lighter, more compact design that still carries a very powerful nuclear punch but is smaller and lighter and more compact..”
“더 작고 가볍고 조밀하면서도 여전히 강력한 핵 타격 능력을 보유한 설계를 위한 실험이 추가 핵실험의 목적일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킴벌 소장은 통상적으로 핵무기 개발 초기에는 많은 핵분열 물질을 사용하고 무거우면서도 단순한 탄두 설계로 시작하지만 점차 더 효율적이고 내구력 있는 설계가 가능해진다면서 북한도 유사한 방식을 따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최근 복구 정황이 포착된 풍계리 핵실험장의 터널 내부의 정확한 상태는 알 수 없다면서도 최근 위성사진으로 판단하면 추가 준비가 필요해 시간이 더 걸릴지도 모른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one has to remember that you need to be putting the nuclear device there. And it's not just it's not something which you bring in the trunk of the car. So you use a lot of additional equipment and we have not seen that then to set that up will take and it's not overnight job takes more”
특히 “핵실험 장치를 터널 내부에 설치해야 하는데, 단순히 자동차 짐칸에 실어 나르는 작업이 아닌 많은 추가 장비가 필요한 일”이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작업이 관측되지 않고 있고, 하룻밤 사이에 가능한 일도 아니며, 핵 장치 설치 이후에도 방사능 유출을 막기 위해 터널을 메우는 작업 등으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타당한 정보’는 없지만 제3의 장소에서 실험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며 “북한은 산속에 고립된 다른 지역들이 있으며 북한 당국이 필요하다고 결정한다면 그런 장소가 활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북한의 정확한 핵실험 시기를 예단하기 어렵지만 “김정은은 유엔 안보리 제재에 대한 높은 위험 없이 핵실험을 단행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think Kim Jong on believes that he can proceed with a nuclear test without high risk of UN Security Council sanctions. Because he's counting on Russia and China to block any additional sanctions. “
김정은은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추가 핵실험에 대한 어떤 제재도 막아줄 것으로 믿는 만큼 핵실험은 시간 문제라는 설명입니다.
조셉 디트라니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북한의 추가 핵실험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면서도 당장은 추가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가능성이 더욱 높은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110회 생일인 오는 15일 이른바 태양절에는 ‘성공적인 위성 발사’라면서 미사일 시험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미사일과 핵 모두에 대한 시험으로 계속 긴장 상태를 고조시킬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앞서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최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오는 15일 태양절을 맞아 북한이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한편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는 7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CVID’ 목표를 언급하면서 ‘완전한(complete)’ 대신 “포괄적(Comprehensive)이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처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미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포괄적’은 ‘완전한’보다 다소 유연한 표현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특별연구원] “Yes. Comprehensive also a synonym for complete, but you know, then it keeps also parole synonymous broad. Broad is not complete. It broad covers a lot but it doesn't cover everything.”
‘포괄적’이라는 말은 ‘완전한’과 동의어기도 하지만 ‘광범위한’이라는 뜻도 있다며, 이는 “많은 것”을 의미하지만 “모든 것”을 일컫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포괄적인’이라는 의미는 “북한이 의료와 농업 목적의 방사성 동위원소를 생산하는 연구용 원자로 보유 등 덜 민감한 평화적인 핵 활동을 계속할 수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이 우라늄 광산을 유지하고 ‘엘로케이크’라고 불리는 ‘정광’을 생산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며, 북한은 매우 우수한 우라늄 자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수출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신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포기와 더불어 모든 핵무기 관련 활동, 무기, 설비, 운반시스템을 포함한 장비는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해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함께 “고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북한 밖으로 내보내는 것”도 포함된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포괄적인’ 의미가 담긴 CVID를 언급한 것에 대해선 “바이든 행정부가 세부내용은 공개하지 않으면서 여러 카드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는 “실제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좋은 연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바이든 행정부는 이란과 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협상을 통해 우라늄 농축 활동 지속에 동의하는 것이 신뢰할 수 있는 장기적 합의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배웠을 것으로 믿는다”면서, 앞서 언급한 ‘포괄적 비핵화’에 대한 위험성도 지적했습니다.
미국은 바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5년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과 함께 이란이 우라늄 농축 수준을 낮추는 등 핵 활동을 제한하는 대가로 대이란 제재를 종료하는 JCPOA를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등에 대한 영구적 제한 조치와 함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2018년 5월 일방적으로 JCPOA를 탈퇴했습니다.
이후 이란은 농도를 높여가며 농축 우라늄 생산을 재개하며 핵무기 개발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JCPOA 서명국들과 함께 이란 핵 합의 복원 협상을 벌이고 있습니다.
골드버그 지명자의 ‘포괄적인 CVID 언급’을 확대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WMD) 정책 조정관은 골드버그 지명자의 언급이 미국 정부의 북한 비핵화 정책에 대한 어떤 변화도 시사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t doesn't signal any change in policy, Biden Administration, you know, pursues denuclearization, that's their stated policy objective…I mean, nobody thinks Kim Jong Un will give up his nuclear weapons comprehensively or completely in the next, you know, for the for the foreseeable future.”
바이든 행정부는 비핵화를 추구하며, 이는 명시된 정책 목표라는 것입니다.
세이모어 조정관은 ‘포괄적인 비핵화’든 ‘완전한 비핵화’든 미국이 장기적으로 달성하기 원하는 ‘목표’라면서, 하지만 “김정은이 가까운 미래에 핵무기를 포괄적으로, 혹은 완전히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골드버그 지명자의 언급이 미국의 정책 변화를 시사하지 않는다며, 과거 미 관리들이 ‘폐기’와 ‘비핵화’를 혼용해서 사용했지만 정책 변화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 “Ambassador Goldberg was not signaling a change in US policy. Similarly, in the past, officials sometimes used "dismantlement" and "denuclearization" interchangeably which also did not reflect a policy change. When Trump administration officials inexplicably began using FFVD, they emphasized it was the same as CVID.
클링너 연구원은 또 전임 트럼프 행정부 시절 관리들이 FFVD, 즉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이 역시 CVID와 같은 의미라고 강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CVID는 유엔 결의에도 명시됐으며, 이는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중단은 물론 모든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의 포기를 요구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즉 CVID는 2000년대 북핵 6자회담 이후 전임 트럼프 행정부 초기까지 북한의 비핵화를 나타내는 용어로 통용됐습니다.
북한은 이에 대해 강한 반감을 표시한 가운데, 미국은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한동안 CVID 대신 FFVD, 즉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공식 문서 등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와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CVID’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한편 대릴 킴벌 미국 군축협회 소장은 광범위한 정책의 용어와 관련한 논쟁은 “불필요한 방해”라면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현실적인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킴벌 소장] “I mean, whether we're labeling our policy the pursuit of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isarmament or something else. The immediate goal needs to be to freeze North Korea's progress in some key areas in the most destabilizing areas.”
킴벨 소장은 미국의 북한 비핵화 정책을 무엇으로 명명하든 “즉각적인 목표는 가장 불안정을 초래하는 핵심 영역에서 북한의 진전을 동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