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의 ‘전술핵’ 언급을 한국의 새 정부를 압박하려는 전략적 메시지로 풀이했습니다. 갑작스러운 남북 간 친서 교환도 한국 내 분열을 위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22일 VOA 한국어 서비스의 ‘워싱턴 톡’ 프로그램에 출연한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적성국 분석 국장과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의 대담을 함지하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은 이번에 시험발사한 신형 전술유도무기가 전술핵의 운용을 강화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이런 주장을 어떻게 보십니까?
켄 고스 국장) 우리는 새로운 무기 체계를 개발했다는 북한의 주장을 접하고 있습니다. 극초음속 체계를 봤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이젠 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기의 보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쏟아부을 수 있는 단순한 장사정포를 뛰어넘는 것입니다. 그들의 주장이 놀랍지는 않습니다. 다만 실전에 배치하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진행자) 스나이더 국장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스콧 스나이더 국장) 중요한 건 북한이 핵무기를 그들의 전투 계획의 일환으로 도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북한의 재래식 역량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을 우리가 알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그들은 아주 많은 도구를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우려하는 건 북한이 ‘핵 카드’로 손을 뻗어야 한다고 느낄지 모르는 가능성에 대한 것입니다.
진행자) 한반도에서 북한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고스 국장) 특정 상황이라면 그럴 수 있습니다. 침략당하거나 또 붕괴하는 시나리오에 있다면 잠재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비록 재래식 체계가 낡고 오래됐지만 여전히 한반도에서 어느 정도의 억지력을 갖고 있다고 믿고 있을 겁니다. 핵 프로그램은 여전히 미국에 대한 억지력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정권 교체에 대한 우려에 따른 것이죠.
진행자) 북한은 지금까지는 미국의 영토 또는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 역량을 자랑해 왔는데요. 일각에서는 북한 정권이 무기 정책에서의 변화를 신호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고스 국장) 북한의 최근 성명을 보면 북한 내에서 핵무기를 이용한 선제타격 등과 관련해 정책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역량을 어떻게 가동할 것인지, 또 전략적인 메시지는 무엇인지와 관련한 북한 내 논의에 대해서 우리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한국에 보수적인 정권이 들어섭니다. 이에 대비해 북한이 미리 한국에 보내는 전략적 메시지의 일환일 수 있습니다. 긴장을 고조시키려 한다는 것이죠.
진행자)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 확장억제가 현시점 충분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스나이더 국장) ‘확장 억제’는 어떤 면에서는 문제가 있는 약속입니다. 이를 증명할 방법도 또 그런 사례도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동맹의 방어를 위해 핵 역량을 사용하리란 것을 보여주는 사례 말입니다. 역사적으로 그런 사례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이건 미국이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한국 동맹에 그런 확신을 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당신과 함께 있고, 당신을 보호할 것이다’라는 보장 말입니다. 그리고 또 북한에는 이런 메시지를 줘야 합니다. ‘우리에겐 그런 역량이 있고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그것을 사용하겠다는 진정한 의지가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진행자) 한국 내에서 점차 고개를 들고 있는 자체 핵무기 보유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고스 국장) 그건 역내 많은 종류의 문제를 일으킬 것입니다. 만약 한국이 핵무기나 핵 역량을 갖게 된다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일본도 그렇습니다. 일본도 핵 역량을 갖겠다고 결정하는 것이죠. 또 중국이 역내를 바라보는 시각도 훨씬 더 우려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긴장을 높이고 이에 따라 위험 수위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 계속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상황이 된다면 우리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관영 매체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친서를 교환했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갑자기 분위기가 왜 바뀐 건가요?
스나이더 국장) 이것이 향후 어떤 상황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 서한 교환은 김정은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외교로 가는 길을 열기 위한 보험으로 여겨집니다. 또한 전임 대통령과 김 위원장과의 관계가 가까워지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 내에서 분열을 일으키거나 조장하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의 새 대통령과 어떤 개인적인 관계를 만들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죠.
진행자) 미국 정부는 북한의 긴장 고조 행위에 결과가 따른다는 점을 말하고 있지만 북한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고스 국장님. 미국이 북한에 새로운 제안을 할 의사가 있다고 보십니까?
고스 국장)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들이기 위해서 해야 할 건 상당한 제재 완화입니다. 안전보장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건 나쁜 행동에 보상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미국 국내 정치와는 잘 맞지 않는 것이죠. 또 한국의 보수 정권은 문재인 정부처럼 미국에 (북한에 대한) 양보를 압박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을 관여시키기 위해 해야만 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북한이 대화를 위한 대화에는 관심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입니다. 테이블 위에 무언가 올려 놔야 합니다.
진행자)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하기 전까지 북한이 도발 분위기를 이어갈까요?
스나이더 국장) 여러 요소가 혼재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남북군사합의가 향후 어떻게 될 것이냐 하는 것과 그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정책이 무엇이 될 것이냐 하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여기에 반응할 수 있다고 봅니다. 북한 정권의 기본적인 접근법은 미사일 시험을 하고 국경 부근에서 억제 가능한 수준의 대치 상황을 만들어 한국의 새로운 정부를 시험하려 하는 것입니다. 대안이 될 수 있는 접근법도 있습니다. 문재인 정권은 김정은 위원장이 어떤 형태로든 대화를 재개할 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그럴 수 있습니다. 흥미롭고 또 선택 가능한 길입니다.
지금까지 고스 국장과 스나이더 국장의 대담 들으셨습니다.
※ 위 대담 영상은 VOA 한국어 방송 웹사이트와 YouTube, Facebook의 '워싱턴 톡'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