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권이 최근 열병식에서 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을 선보인 데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고체 연료 미사일 개발 등 기존에 공언한 무기 개발을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의 특성상 과시용 가짜 미사일일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과 함께 김정은 위원장의 핵 무력 발언은 핵 사용 문턱을 낮추겠다는 의도가 있지만, 위험하고 무능한 발언이란 지적도 나왔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이상훈)
미국의 미사일 전문가인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26일 VOA에, 북한 정권이 전날 열병식에서 선보인 무기 중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에 주목했습니다.
이 미사일이 북한의 기존 SLBM인 북극성 4, 5형에 이은 북극성 6형일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신년사에서 ICBM 사거리의 고체연료 SLBM을 언급한 것에 따라 무기 프로그램 개발을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겁니다.
미사일 전문가인 안킷 판다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도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의 등장은 김정은의 목표에 부합하기 때문에 새삼스럽지 않다며, 조만간 고체연료 미사일을 시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같은 전체주의 국가는 독재자의 위상을 나라 안팎에 과시하기 위해 열병식을 활용하고 이를 위해 거짓 선전도 서슴지 않는 만큼 김정은의 보여주기식 행사 분석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브루스 베넷 /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북한 (정권)은 과거 열병식에서 가짜 미사일을 선보인 역사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북한이 최근 화성 15형 발사를 신형 ICBM인 화성 17형 시험으로 위장했다는 의혹은 북한이 그런 실제 미사일이 없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미국 전문가들은 또 김정은 위원장이 열병식 연설에서 핵무기를 전쟁 방지용으로만 두지 않고 국가 근본이익을 침탈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 이를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데도 주목했습니다.
켄 고스 / 미국 해군분석센터 적성국 분석국장
“핵무기 사용 문턱을 낮춘 것입니다. 다시 말해 적들이 침략은 아니더라도 북한을 위협하는 어떤 행동에 나선다고 인식할 경우 선제공격 수단을 잠재적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도 김정은의 발언은 핵은 억지용으로 누구도 위협하지 않는다는 선대의 핵 노선을 고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핵무기 사용 문턱을 낮춘 매우 위험한 발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육군대학의 라미 김 국가안보전략과 조교수는 김정은이 대외적으로는 제재를 완화, 해제하라는 압박, 국내적으로는 경제 악화에 따른 위상 약화 우려 때문에 자신의 정당성과 체제 결속을 공고히 하려는 복합적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담당 부차관보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과 함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위협한 것처럼 김정은도 핵무기의 역할을 억지용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무책임하고 무지한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의 핵무기 사용은 정권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으로 결국 자신의 ‘근본 이익’을 스스로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나친 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