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조사국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하지 못한 유엔의 의사결정 구조를 주목했습니다. 이런 한계 때문에 향후 북한의 행동을 바꾸기 위한 국제적 단합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신규 대북 제재에 거부권을 행사한 사실을 자세히 소개하며, 앞으로 국제사회의 대응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의회조사국은 16일 갱신한 ‘북한: 미국 경제 제재의 법적 근거’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안보리에서의 거부권 행사’라는 소제목을 추가해 관련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의회 조사국은 3월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포함해 올해 북한의 일련의 미사일 도발을 규탄하기 위해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안보리 이사국들과 수 주간 협상을 진행한 뒤 표결에 부쳤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협상 초기부터 결의안을 지지하지 않았으며, 결국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의회조사국] “Some have speculated that the failed vote marks a turning point on coordinated and cooperative efforts to bring North Korea closer to international norms.”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이번 채택 실패가 북한을 국제 규범에 더 가깝게 데려오려는 조정되고 협력적인 노력에 있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 있어도 중국이 대북 경제 압박 강화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을 상기시켰습니다.
의회조사국은 미국 대표가 이달 초 유엔 총회에서 열린 ‘대북 결의 채택 무산’ 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는 북한이 7차 핵실험 준비를 마무리하는 가운데, 북한에 암묵적인 승인을 준 것”이라고 지적한 내용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날 회의는 “결의안에 찬성하고 반대하는 국가들 모두의 주장을 들어볼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를 제공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달 26일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한 새 제재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채택이 무산됐습니다.
이어 6월 8일 ‘대북 결의안’을 주제로 유엔 총회 회의가 열렸습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로 결의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해당 상임이사국이 총회에 출석해 반대 이유를 설명하도록 하는 ‘제 76차 유엔총회 결의 262호’를 유엔 총회가 4월 26일 채택한 데 따른 것입니다.
“유엔 제재 체재 한계 다다라”
제재 전문가들도 북한의 도발에 대한 유엔의 대응 실패와 향후 국제사회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후안 자라테 전 재무부 테러자금∙금융범죄 담당 차관보는 최근 VOA와 인터뷰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이익에 영향을 주지 않는 분명한 상황들을 제외하고는 유엔 제재 체제의 한계에 다다랐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자라테 전 차관보] “We may have seen and reached the limits of U.N. sanctions regimes other than in very clear situations where Chinese and Russian interests may not be implicated. But I think there is such fierce resistance to the idea of multilateral sanctions for malign activities. I think it’s very hard to imagine a robust UN sanctions regimes moving forward of the type that we’ve had over the last 20 years, including the terrorist financing regime that I was a part of.”
자라테 전 차관보는 “중국과 러시아는 해로운 활동에 대한 다자 제재에 격렬히 저항한다”며 “지난 20년간 우리가 봤던 강력한 유엔 제재는 앞으로는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자신이 관여했던 강력한 테러 금융 제재도 앞으로는 볼 수 없을 것”이라며 “제재를 가하는 능력에 있어 유엔은 더 약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 제재로 북한을 국제 금융 체제에서 고립시켰던 자라테 전 차관보는 앞으로는 민간 부문과 금융 중심지들이 불량 활동을 고립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