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11일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러시아명 하리코프)의 학교와 주거용 건물, 쇼핑센터 등을 공습해 최소 6명이 사망하고 31명이 부상당했다고 현지 당국이 밝혔습니다.
올레 시네구보우 하르키우 주지사는 이날 "러시아군이 쏜 미사일 세 발이 하르키우 시 곳곳의 민간시설만 골라서 떨어졌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발표하고, 물류 창고 관련 시설도 큰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시네구보우 지사는 "미사일 표적이 된 학교와 주거용 건물, 쇼핑센터 등은 모두 민간 시설"이라며, "완전한 테러리즘"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지역 당국이 발표한 사상자 명단에는 4세와 16세, 17세 미성년자들도 포함돼있습니다.
부상자 가운데 중상이 많아서,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당국은 밝혔습니다.
하르키우 주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북부 지역입니다. 우크라이나 제2 도시인 하르키우 시도 이 주에 속해 있습니다.
러시아군은 침공 초기 하르키우 시 인근까지 진격했으나,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에 밀려 국경까지 후퇴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다시 밀고 내려오면서 하르키우 주의 동부 일부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 러시아군, 민간 시설 무차별 공격
러시아군은 이밖에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곳곳의 민간인 거주지에 무차별 공격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9일에는 동부 도네츠크 주의 소도시 차시우 야르의 아파트에 미사일을 쏴, 대규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사건 직후 지역 당국은 사망자를 5명으로 집계했으나, 10일 오후에는 15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이어서 11일에는 30명에 이른 것으로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습니다.
무너진 아파트 건물 잔해에 주민들이 매몰돼 있어, 인명 피해는 계속 증가할 전망입니다.
앞서 이달 1일에는 남서부 항구도시 오데사에 있는 아파트와 리조트 건물에 미사일을 발사해 21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다쳤습니다.
또한 지난달 27일에는 중부 크레멘추크의 쇼핑센터를 공격해 19명이 사망했습니다.
◼︎ 젤렌스키 "살인자들 반드시 처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을 나치에 빗대며 "반드시 처벌받을 것"이라고 10일 강조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영상 연설에서, 도네츠크 주 차시우 야르 아파트 공격 사건에 관해 "살인자들(러시아군)은 그들이 몰랐다거나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어서 "우리 도시를 로켓과 대포, 미사일로 공격한 자들은 모두 확인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10일) 연설에서 "온종일 차시우 야르에서 보고를 받았다"며, 당시 "사망자 명단에 15명(11일 현재 30명)의 이름이 있지만 안타깝게 이것은 최종 숫자가 아니며 수십 명이 잔해 아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테러는 선을 넘은 지 오래"라고 지적하고 "테러 국가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국제법 질서에 대해 자행한 모든 일에 대해 처벌하는 것이 국제 안보의 문제라는 것이 명확해졌다"고 덧붙였습니다.
◼︎ "100살 돼도 법의 심판"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치 살인범은 90살이나 100살이 돼서도 적발돼 법의 심판을 받는다"며 응징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물론 우리는 그렇게 오래 기다리고 싶지 않지만 러시아의 살인자들에게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나치의 예를 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러시아군 장병들을 향해, 위법·부당한 명령에 따르지 말 것을 촉구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자신을 보호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러시아는 정치적 상황이 바뀌면 가장 먼저 그들을 버릴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도네츠크주 50% 장악
러시아군은 얼마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루한시크 주를 점령한 뒤, 도네츠크 주에 공세를 강화하는 중입니다.
이번에 미사일 공격을 받은 차시우 야르는 도네츠크 주 요충지인 크라마토르스크에서 남동쪽으로 20km 떨어져 있는 지역입니다.
러시아군은 도네츠크 주에서 최우선 목표로 설정한 슬로뱐스크의 동쪽 50km 지점까지 진출했다고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시크 주지사가 밝혔습니다.
현재 도네츠크 주의 50%가량을 러시아군이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 우크라이나인 러시아 국적 취득 간소화
이런 가운데, 러시아 국적 취득 간소화 적용 대상이 모든 우크라이나인으로 확대됐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1일 이같은 내용의 대통령령에 서명했습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월, 헤르손과 자포리자 등 우크라이나 남부 주민들의 러시아 국적 취득을 수월하게 하도록 조치한 바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네츠크와 루한시크에서 시행한 조치를 확대한 것인데, 이번에 우크라이나 전역으로 범위를 넓힌 것입니다.
푸틴 대통령의 이같은 움직임은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주민투표 등을 진행해 자국 영토로 편입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서방 매체들은 풀이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러시아 측은 점령지에서 우크라이나 행정기관들을 무력화하고, 자체 지역 정부를 속속 출범시키고 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