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북한을 외부 식량지원이 필요한 국가로 재지정하며 신종 코로나 통제 조치와 봄 가뭄이 맞물려 주민들의 식량 안보가 악화됐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투명한 통계를 바탕으로 보고서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11일 발표한 ‘작황 전망과 식량 상황 분기 보고서’ (Crop Prospects and Food Situation Quarterly Global Report)에서 북한을 외부 식량 지원이 필요한 나라로 재지정했습니다.
지난 3월에 이어 또다시 북한을 ‘전반적으로 식량에 대한 접근이 부족한 국가’로 분류하고 외부 지원이 필요한 46개국에 포함한 겁니다.
북한이 이처럼 외부 식량 지원을 받아야 하는 나라로 꼽힌 건 FAO가 해당 조사를 시작한 지난 2007년 이래 16년째입니다.
FAO는 이번 보고서에서 북한 주민 대다수가 적은 수준의 식량 섭취로 고통받고 있으며 다양한 식품군을 골고루 섭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세계적 대유행 확산 통제 조치로 경제적 제약이 늘면서 필수 농산물과 인도적 물품 수입이 크게 감소해 북한 주민들의 식량 안보 취약성은 더욱 커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지난 4월과 5월 사이 북한의 강수량이 평균 이하를 기록해 지난달 강수량이 증가했음에도 2022년 작물 수확 활동에 지장을 주고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식량 부족으로 외국에서 필수적으로 수입했어야 할 곡물량은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지난해 12월 보고서는 지난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월 사이 북한의 외부 식량 수입 추산량을 106만 3천t으로 계산한 바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에 따른 북한의 국경 봉쇄와 여행 금지 조치로 국제 직원들이 전원 철수하면서 가뜩이나 수집이 어려운 북한 내 식량 부족 실태를 파악하기 어려워진 데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보고서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며 국제기구들이 이제 다른 접근을 취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미국 국무부 대북 지원감시단으로 활동한 북한 경제 전문가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대학 교수는 1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국제기구들이 성의 없이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y are just sort of guessing, and they are guessing on a very important thing, you know, how much food they need for the people. They never challenged the collectivization program which is the root cause of North Korea’s famine. So if they can’t honestly challenge why North Korean farmers can’t produce enough food, it is just pathetic. So now I’m at this point, I’m angry with FAO, I’m angry with WFP, because they don’t challenge the regime”
북한 주민을 위해 정확히 얼마큼의 식량이 필요한 지 등 중요한 문제들을 그저 추측만 하고 있다는 것이 실망스럽다는 겁니다.
브라운 교수는 관련 기구들이 북한 식량난의 근본 원인인 농업집단화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며 도전에 나선 적이 전혀 없다며, 이런 부분을 진정성 있게 다루지 못한다면 한심한 수준에 그친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의 트로이 스탠가론 선임연구원도 이날 VOA에 과연 어느 정도 FAO의 보고서 내용을 신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의구심을 나타냈습니다.
[녹취: 스탠가론 선임연구원]”The challenge is that without good access to quality data and the ability to be on the ground it is difficult to know that actual state of any food deficits.”
스탠가론 선임연구원은 양질의 통계를 얻기 위한 접근과 현장 방문 능력이 없다면 식량 부족 실태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북한과 관련해서는 국제기구와 NGO 모두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관련 보고서들은 국제 기부자들의 대북 지원 의지를 높일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며, 하지만 투명한 정보가 반영되지 않는다면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탠가론 선임연구원]”At a time when war is increasing the cost of food and food scarcity is increasing, international donors have increasingly limited resources and an obligation to use the resource”
특히 지금처럼 전쟁으로 식량 비용과 부족량이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국제 기부자들이 점차 제한된 자원을 사용해야 할 의무가 있는 만큼 더욱 그렇다고 스탠가론 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