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윤석열 정부 들어 첫 미-한 연합훈련 일정이 가닥이 잡혔습니다. 야외 실기동 훈련이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북한의 반발이 예상돼 한반도 긴장이 한층 고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군 당국에 따르면 올 후반기 미-한 연합지휘소훈련(CCPT)은 다음달 22일부터 9월1일까지 실시될 전망입니다.
연례 연합지휘소훈련은 통상 3월에 전반기 훈련이, 그리고 8월에 후반기 훈련이 이뤄지는데, 미-한 양국 군은 지난 2018년 이전까지만 해도 전반기엔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의 도상훈련 즉 CPX인 '키 리졸브(KR)'와 야외실기동훈련 즉 FTX인 '독수리연습(FE)'을 병행 실시하고, 후반기엔 CPX인 '을지프리덤 가디언(UFG)' 연습을 진행해왔습니다.
그러나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미-북 정상회담 뒤 미국 측은 ‘북한의 비핵화 노력을 뒷받침한다’는 차원에서 미-한 훈련을 줄줄이 연기 또는 취소하거나 축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한 양국 군의 연합 FTX는 그동안 대대급 이하 소규모로만 진행돼 왔습니다.
한국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실시되는 이번 후반기 연합훈련에 FTX를 포함할지 여부를 놓고 미-한 군 당국이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따른 연합대비태세 점검과 확립 차원에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지난 5월 미-한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진화하는 위협을 고려해 양 정상은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의 연합연습과 훈련의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협의를 개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입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지난 몇 년간 워게임뿐만 아니라 실기동 훈련까지도 축소되고 실시하지 않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한-미 연합전투력이 많이 약화됐을 것으로 봅니다. 후반기에 당장 대규모 기동훈련을 할 순 없지만 전시에 한-미 연합군이 해야 될 전투적 절차 등을 숙달시킴으로써 차후 연도에 대규모 실기동 훈련을 할 수 있는 기반 정도를 만드는 훈련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후반기 연합훈련이 본래 FTX 중심이 아니었고 이번에 한다고 해도 준비기간 부족 때문에 소규모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일각에선 최근 재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유행 상황도 FTX 본격 재개 여부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미-한 두 나라 군은 북한이 올들어 20차례의 무력시위를 벌인 가운데 7차 핵실험 준비까지 마무리한 것으로 판단하고, 일련의 군사적 공동 대응을 통해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6일 공군 수원기지에서 화학탄 대응훈련을 실시한 데 이어 이번 주 F-35A 스텔스 전투기 등 연합 공군전력의 비행훈련이 예정돼 있습니다.
미 태평양공군에 따르면 미주리주 화이트맨 공군기지 소재 제509폭격비행단 소속의 B-2 스텔스 폭격기가 최근 호주 공군기지에 배치됐습니다.
B-2 폭격기가 인도태평양 지역에 배치된 것은 2020년 8월 이후 2년만입니다.
미국의 3대 핵 전략자산 중 하나로 알려진 B-2 폭격기는 과거 2013년 3월 한반도 전개 시 당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심야 최고사령부 회의를 소집해 전략미사일 부대에 사격대비상태 진입을 지시했을 정도로 북한이 두려워하는 무기체계입니다.
이런 가운데 후반기 연합훈련의 규모와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여부에 따라 한반도 긴장 수위가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북한 외무성은 11일 홈페이지에 실은 국제정치연구학회 연구사 리지성 명의의 글에서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미국의 핵 전략자산들이 투입된 대규모 합동군사연습들이 강행되면 응분의 대응 조치를 유발하게 될 것”이라며 특히 “사소한 우발적 충돌로도 핵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위협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외무성의 이런 반응에 대해 7차 핵실험을 위한 명분을 하나씩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전임 정부이긴 합니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고 김정은한테 약속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북한 입장에선 이게 명분이 될 수 있는 거죠. 7차 핵실험을 하고 자신들의 명분으로 삼거나 아니면 7차 핵실험의 명분으로 이것을 활용하거나 다 가능하겠죠.”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차두현 박사는 북한이 미-한 연합훈련을 빌미로 7차 핵실험과 한국을 겨냥한 재래식 도발을 병행할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차 박사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한반도의 안정적 관리에 주력하려는 미국과 달리 북한은 최대한 긴장을 끌어 올리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차두현 박사] “미국 입장에선 지금 우크라이나 사태 등 이런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한반도에서 긴장이 너무 올라가는 것을 되도록이면 좀 관리하려는 입장일 거에요. 그런데 거기에 비해서 북한 입장에선 여기서 긴장을 갑자기 확 올려 놔야 자기들한테 유리한, 그러니까 미국이 양보할 수 있는 국면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할 거고요.”
차 박사는 후반기 연합훈련 기간 중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가능성에 대해선 미측이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전략자산 전개가 북한의 핵실험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할수 있고 이 카드를 써 버리면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 이후 꺼낼 카드가 마땅치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도 일단 연합훈련의 정상화 자체만으로도 북한에 경고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단번에 미 전략자산 전개까지 나가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 핵 위협 대비하기 위해선 전략자산 전개를, B-52나 B-1B나 B-2나 이런 것들을 할 필요는 있지만 그것은 사실은 마지막 카드거든요. 핵실험을 한다면 한반도에 당연히 전개될 것 같고요. 현재는 경고하는 수준이다, 따라서 한-미 연합훈련 그리고 실기동 훈련 정도까지가 아마 압박 수위가 되지 않을까 이렇게 보여지네요.”
한편 미-한은 현재의 연례 연합훈련 이름인 ‘지휘소훈련’을 ‘동맹’ 등 단어를 넣은 다른 이름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한 연합지휘소훈련은 2019년 전반기엔 ‘동맹’ 연습으로 불렸으나 같은 해 후반기부터는 미-한 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발 등을 의식해 ‘연합지휘소훈련’으로 변경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