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DC 한국전쟁 기념공원 ‘추모의 벽’ 제막식이 27일 미한 정부 인사와 참전용사, 유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습니다. 미국 정부 대표는 미군과 한국군의 희생이 번영하는 한국과 강력한 미한동맹의 초석이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승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69주년을 맞은 27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국전쟁 추모의 벽’ 제막식이 열렸습니다.
2015년 추모의 벽 건립 법안이 미 의회에서 발의된 후 7년 만입니다.
워싱턴 DC의 한복판 한국전쟁 기념공원에 들어선 추모의 벽은 한국전쟁의 미군 전사자와 미군에 배속된 한국군 지원단 카투사 전사자들의 이름을 새긴 기념비입니다.
검은 화강암 재질의 추모의 벽에는 미군 3만6천634명과 한국군 카투사 7천174명 등 총 4만3천808명의 이름이 알파벳 순서에 따라 빼곡히 새겨졌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미국과 한국 정부 대표단과 참전용사, 유족, 보훈단체, 한인단체 관계자 등 약 1천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미국 정부를 대표해서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이 참석했습니다.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조 바이든 대통령은 참석하지 못했지만 전날 발표한 한국전쟁 정전협정 기념일 선포문에서 미군 장병들의 용기와 희생, 지속되는 미한 동맹과 자유로운 한국을 기념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Our Nation honors those selfless American service members whose courage and sacrifice helped forge the armistice, the enduring Alliance between our two nations, and a lasting legacy of freedom in the Republic of Korea.”
‘세컨드 젠틀맨’ 엠호프 변호사는 제막식에서 “우리는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용감히 함께 싸운 미국인과 한국인들의 희생을 기린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 “We commemorate the sacrifice of those Americans and Koreans who bravely fought together side by side to defend our freedom, laying the foundation for thriving democratic Republic of Korea and a strong, unbreakable US-ROK alliance.”
그러면서 그들의 희생이 번영하는 민주주의 한국과 강력하고 깨지지 않는 미한 동맹을 위한 초석을 놓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추모의 벽 건립 사업을 관장한 한국전참전용사추모재단의 존 틸럴리 이사장은 추모의 벽에는 “미군 배속 한국군 지원단 전사자의 이름은 미군과 분리하지 않고 함께 적혀있다”며 “그들은 미군 부대에서 미군 장병들과 함께 싸우다 죽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존 틸럴리 이사장] “The Wall of Remembrance has inscribed on it, Korea Augmentees to the U.S. Army integrated on the wall not separated, because they died in American units fighting with the American soldiers.”
주한미군사령관 출신의 틸럴리 이사장은 매년 400만 명의 방문객이 워싱턴 DC를 찾는다며, 추모의 벽은 자유의 가치를 알리는 기념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에서는 이종섭 국방장관과 박민식 보훈처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박민식 보훈처장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참전용사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습니다.
[녹취: 박민식 한국 보훈처장 (윤석열 대통령 축사 대독)] “참전용사 여러분의 희생과 헌신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며, 여러분의 희생 위에 우뚝 세워진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지켜나갈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또한 지난 4월 작고한 고 윌리엄 웨버 대령을 추모했습니다.
[녹취: 박민식 한국 보훈처장 (윤석열 대통령 축사 대독)] “한국전쟁이 잊혀진 전쟁이 되지 않도록 평생을 노력하셨고, 추모의 벽 건립에도 크게 기여하신 고 윌리엄 웨버 대령님의 영전에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고 웨버 대령은 6.25 전쟁에서 오른 팔과 오른 다리를 잃었으며, 전역 후에는 미국 워싱턴 DC의 한국전쟁 기념공원과 추모의 벽 건립을 주도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제막식에 참석한 80-90대의 한국전 참전용사 50여 명은 뙤약볕이 내리쬐는 무더위 속에서도 두꺼운 정복을 입고 행사 내내 자리를 지켰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참석한 93세의 참전용사 찰스 마블리 씨는 추모의 벽이 “매우 큰 의미가 있다”며 “한국전쟁은 ‘잊혀진 전쟁’이 아니라 ‘잊혀진 승리’”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찰스 마블리 씨] “It means a great deal because it really is not a forgotten war, it’s a forgotten victory. Because without that war, without the U.S. participation, the world would be a lot different than it is today. We did stop communist aggression in Asia.”
또 “한국전쟁과 미국의 참전이 없었다면 세상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아시아에서 공산주의의 침략을 막아냈다”고 말했습니다.
92세의 참전용사 스태포드 실버먼 씨는 한반도가 분단돼 북한 주민들이 현재 한국 국민들과 같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누리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태포드 실버먼 씨] “I’m sorry that it split up, and I’m sorry that the Northern people haven’t had the advantages of what the Southern people have.”
참전용사와 유족들은 행사 후에도 추모의 벽 앞에서 전사자들의 이름을 읽어보며 한참동안 현장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VOA 뉴스 박승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