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반도를 강타한 폭우로 인해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북한이 핵실험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풍계리 핵실험장의 활동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적어도 9월 중순까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북한 핵실험 시기는 홍수보다 중국 요인이 더 변수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10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최근 몇 주 간의 폭우가 영변과 평산,풍계리 등 북한의 주요 핵 시설의 활동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런 현장의 공사가 사실상 중단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8월 말과 9월 초에 또다시 폭우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가 있다며 “따라서 앞으로 추가 폭우 가능성도 풍계리 핵실험장의 활동에 제약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 “In recent weeks heavy rains have had impact on operations on all main nuclear sites of North Korea, such as Yongbyon, Pyongsan and Punggye-ri. In particular, construction work at these sites has become practically to halt. Long term weather forecasts are predicting that a third period of heavy rains may hit the region by the end of August and early September. Therefore, the possibility of the third wave of heavy rains may also put constrains to the activities at Pungguye-ri.”
하이노넨 연구원은 이어 북한이 앞선 6차례의 핵실험 중 여름에 핵실험을 한 적이 없었다는 점을 상기했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특별연구원] “None of earlier six nuclear tests took place during summer season. There are many political and technical factors effecting on the timing of a nuclear test, but it appears that North Korea has until now avoided tests during raining season, which makes technically sense. In addition, we have seen quite a few landslides caused by heavy raining. A nuclear test could cause additional larger landslides, which could have effect on the infrastfructure of the site.”
하이노넨 특별연구원은 “핵실험 시기를 결정하는 데는 많은 정치적, 기술적 요인이 있지만 북한은 현재까지는 장마철 핵실험을 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기술적으로 납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에서 폭우로 인한 산사태가 꽤 많이 목격되고 있다면서 “핵실험은 추가로 더 큰 산사태를 일으킬 수 있으며 이는 핵실험장 기반시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이런 요인도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스팀슨센터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매체 ‘38 노스’는 최근 북한에 몇 주간 지속된 집중호우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일부 시설이 침수됐다고 전했습니다.
이 매체는 지난달 27일 촬영된 위성사진에서 특히 핵실험장 4번 갱도로 이어지는 도로 일부가 산사태로 옹벽이 무너져 유실된 모습이 포착됐다며, 차량은 이동할 순 없고 도보 통행만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하이노넨 특별연구원은 추가 집중호우 예보를 고려하면 “폭우로 손상된 도로와 기타 기반시설을 9월 이전에 복구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닐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앞으로 몇 주안에 핵실험을 단행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데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핵실험을 위해선 차량을 통한 관련 장비들의 운반이 필요하지만 최근 위성사진을 보면 차량이 다닐 만큼 도로 여건이 원활하지 않아 보이며, 도로 복구와 관련된 활동도 관측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다만 “북한은 핵실험장 갱도의 침수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분명히 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7차 핵실험의 유력 장소로 계속 지목된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의 경우 “기상 상태에 따라 늦어도 9월 중순까지는 실험 준비가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3번 갱도가 다른 갱도들에 비해 그동안 많은 진전이 이뤄진 만큼 일단 피해 복구 작업이 시작되면 핵실험 준비에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반면 근래 들어 활동이 포착됐던 4번 갱도의 경우 “기반시설이 갖춰지고 굴착 작업이 완료되려면 여전히 상당한 작업이 필요하다”며 “이런 작업을 완료하는 데 몇 달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하이노넨 특별연구원은 전망했습니다.
미국의 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핵실험을 위해선 인력과 함께 핵 기폭장치와 장비 등의 운반이 필요하기 때문에 핵실험장 주변에 홍수가 나면 핵실험이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정말로 핵실험을 결심했다면 이 문제를 항상 해결할 방법이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반드시 오래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 “Certainly flooding can delay the test. You've got to transport a nuclear explosive device, people, equipment and so heavy flooding can certainly delay a test. But not that not necessarily that long because there's always a workaround if you're really determined to test…Was the explosive device already delivered to the site? so one of the things I don't know the answer to is if there is flooding in the valley, does that affect or increase the chance that water gets into the tunnel complex?”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지난 몇 달간 핵실험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 알 수 없다”면서 인공위성 등 외부에서 관측할 수 없는 3번 갱도 내부에 상황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특히 갱도 안에 이미 핵 기폭장치 등을 설치했는지, 또 핵실험장 주변 계곡의 범람 때문에 터널 내부로 물이 유입됐는지 등을 변수로 지적했습니다.
[녹취: 올브라이트 소장] “You would think North Korea think through and make sure that that the tunnel has good drainage and so that they can deal with this kind of situation. And why I would say we can't really rule out a test in August is the nuclear explosive device may already be there. And then it's in the diagnostic equipment to be there.”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은 터널 내부에 배수 장비를 갖추는 등 이런 문제를 해결할 준비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핵 기폭장치와 진단장비가 이미 터널 안으로 반입됐다면 8월에 핵실험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장기적으로 7차 핵실험을 연기한다면 홍수보다는 ‘중국 요인’이 클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올브라이트 소장] I would think when I would think of China more than a flood as delaying them in the longer term, I don't think they're worried about the U.S. or South Korean or Japanese reaction, but I do think they worry about China and I would think that China would not be happy during maneuvers you know, trying to intimidate Taiwan that North Korea detonates something and turns the wrath of the world against North Korea, and then everyone looks to China to rein in their proxy.”
북한이 핵실험에 따른 미국과 한국, 일본의 대응을 우려하지는 않겠지만 중국의 반응을 걱정하고 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중국이 타이완 문제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분노가 북한, 그리고 자신들에게 향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번 폭우로 인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현대화’ 공사가 진행 중이던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서해 위성 발사장도 일부 침수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10일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지난 8일 촬영된 플래닛 랩스 위성 사진을 보면 서해 위성 발사장 내 철로와 창고, 노동자 숙소 등에서 산사태와 침수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매체는 그러면서 "이는 그간의 공사를 무의미하게 하고 공사를 지연시킬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VOA에 이번 집중호우가 서해 위성 발사장 공사에는 차질을 주겠지만 북한의 최근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녹취: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 “It would appear that the rain is going to disrupt the construction.... Some of the statements they may imply that substantial launch activity would depend on the completion of the construction. And so by delaying the construction, the rain would presumably also delay any substantial launch activities.... The ballistic missiles now use, you know, mobile launchers And so they could, you know, they could launch from locations that they thought were more suitable even with the weather. The weather has less of an impact on that activity. And those activities are probably influenced much more by North Korea's political calculations.”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는 서해 위성 발사장의 공사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북한 성명들은 '공사 완료 이후에 중요한 발사 활동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곳에선 대형 우주위성이나 관련 추진체 발사 등의 활동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탄도미사일 발사의 경우 이동식 발사대를 사용하고 있으며, 따라서 북한은 기상 여건과 무관하게 자신들이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장소에서 발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는 탄도미사일 발사 등 북한이 올해 주력한 미사일 관련 활동은 기상 여건보다는 북한 지도부의 정치적 셈법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