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6개월째를 맞습니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시작된 이번 전쟁은 국제 안보 환경은 물론, 식량과 에너지 등 사회·경제 분야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VOA 한국어 서비스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현황을 짚어보는 특집 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특집-우크라이나 전쟁 6개월] 자포리자 원전 사찰 촉구...'개전 6개월' 전면 충돌 경고
[특집-우크라이나 전쟁 6개월] 미, 사상 최대 '30억 달러' 군수 지원 발표...젤렌스키 "끝까지 싸운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이래 방어에 나선 우크라이나군 사망자가 9천명에 육박한다고 22일 우크라이나 군 수뇌부 인사가 밝혔습니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이날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에게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며 "이들의 아버지가 전선에 나갔고 9천명 가까운 전사자 영웅 중 한 명일 것"이라고 퇴역군인 행사에서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의 전사자 수치 공개는 지난 4월, 개전 이래 3천명이 숨지고 1만명이 다쳤다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발언한 이후 처음입니다.
다만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이번에 밝힌 수치가 국경수비대와 지역 민방위대 등 관계 병력을 포함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러시아군 사망자는 23일 현재 4만5천550명에 이르는 것으로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추산했습니다.
부상자까지 포함해 러시아군 사상자가 8만명에 이른다는 미 국방부의 추정치도 최근 나왔습니다.
민간인 사망자도 상당한 숫자입니다.
이날(23일) 유엔은 우크라이나에서 개전 이후 5천500명 넘는 민간인이 희생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통계에 따르면 어린이 사상자도 972명에 달합니다.
공식 집계된 수치가 이 정도이고, 실제로는 훨씬 많을 것으로 파악됩니다.
■ 유럽에 흩어진 피란민 약 666만 명
전쟁 발발 이후 여성과 어린이 등 민간인 수백만 명이 우크라이나를 떠났습니다.
유럽 곳곳으로 향한 인원만 665만7천918명에 달하는 것으로 유엔난민기구(UNHCR) 17일자 통계에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이웃나라 폴란드에서 피란민으로 등록된 사람이 127만4천130명으로 가장 많습니다.
그 밖에 독일에서 97만1천명, 체코에서 41만3천212명이 등록됐습니다.
■ 확전 관측 잇따라
지난 2월 24일 러시아군의 전면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오는 24일로 6개월째를 맞습니다.
이날은 우크라이나가 옛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지 31주년 되는 독립기념일이기도 합니다. 최근 국지전 양상을 보이는 전쟁이 독립기념일을 전후로 전면전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는 22일, 러시아군이 며칠 안에 우크라이나 민간·정부 시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 주재 미국 대사관은 현지 미국인들에게 신속히 떠날 것을 당부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 따라, 크이우 당국은 옥내외 독립기념일 행사들을 금지했습니다.
제2 도시 하르키우에서는 23일부터 독립기념일 당일(24일)을 지나, 25일까지 야간 통행금지령을 확대 시행합니다.
남부 거점 도시 므콜라이우 당국도 관내에서 대규모 행사나 모임을 자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 전세계가 맞은 '역대급 시험'
단기전으로 우크라이나를 무너뜨리려던 러시아의 당초 구상과 달리, 이번 전쟁은 우크라이나 국민·정부의 강한 항전 의지와 미국을 비롯한 서방 측의 지원이 결합하면서, 지구전 양상으로 전개됐습니다.
우크라이나를 꾸준히 지원해온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개전 약 한달째였던 지난 3월 26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특별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항전은 "자유를 위한 위대한 싸움"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서방세계가 러시아의 침공으로부터 우크라이나를 지켜주는 것은 전세계 민주주의 보호에 필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세계가 맞고있는 "현 시점의 시험은 역대급 시험"이라고 강조하고, 전 세계는 앞으로 긴 싸움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가늠하기 어려운 종전 전망
바이든 대통령이 '역대급 시험'으로 규정한 이번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는 가늠하기 어려운 형편입니다.
러시아군은 개전 이래, 수도 크이우 함락에는 실패했지만 도네츠크와 루한시크 등 동부 '돈바스' 지역 대부분과 아조우해(아조프해) 거점 항구도시 마리우폴, 그리고 헤르손 등 남부 전략 요충지들을 점령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생각이 없고 오히려 확전 의지를 다지는 상황입니다.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분쟁을 끝낼 외교적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며 전쟁 장기화를 예고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맞대응 의지도 강합니다.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은 최근 VOA 우크라이나어 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전쟁에서 승리할 것을 확신한다고 밝히고 1991년 당시 국경의 완전한 회복이 목표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회복할 우크라이나 국경에는 "2014년도 아니고, 2022년 2월 24일도 아닌 1991년 당시의 영토"가 들어가야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2014년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크름반도(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해이고, 2022년 2월 24일은 이번 전쟁이 시작된 날입니다.
그리고 1991년은 우크라이나가 옛 소련에서 독립한 시점입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의 목표는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점령한 돈바스와 남부 영토를 회복하고 크름반도를 되찾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소련에서 독립한 직후의 영토, 즉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곳들까지 온전하게 우크라이나의 주권이 미치는 수준에 이르도록 할 것이라는 의지를 내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 최근 크름반도 곳곳에서는 의문의 폭발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남부 영토 탈환 작전에 나선 우크라이나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우크라이나 당국은 공식적으로 책임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 미국과 나토·서방 결집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일방적 우크라이나 침략에 맞서 결집하고 있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을 막겠다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의도와 다르게 상황이 진행된 것입니다.
현대 역사에서 꾸준히 중립노선을 지켜온 스웨덴과 핀란드는 나토 가입 막바지 단계에 돌입했습니다.
이들 두 나라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안보 지형이 급변하자, 중립과 군사적 비동맹주의를 포기하고 지난 5월 나토 가입 신청서를 냈습니다.
지난달 기존 30개 나토 회원국들이 두 나라의 가입을 승인하는 의정서에 서명한 뒤, 현재 각 회원국 의회 비준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냉전 종식 후 존재감이 줄고 있던 나토는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대항하는 실질적 억지력으로 작용하게 됐습니다.
반면 러시아는 세르비아와 헝가리 등 극소수 친러 정권을 제외하면, 유럽 전체를 적으로 돌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핀란드와 스웨덴이 가입하면 나토 회원국 영역은 유럽에서 출범 당시보다 2배 늘어나고, 러시아는 자신들의 앞마당으로 여겼던 발트해와 북극해마저 견제받게 됩니다.
유럽 밖에서도 러시아의 입지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러시아 제재에 주요 국가들이 줄지어 동참했기 때문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1일자에서 "(전쟁 발발) 6개월 만에 러시아는 중국 등 10여개국을 제외하면 중진국 이상 국가 중 어디서도 친구를 찾을 수 없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