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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 남부지역 수복 작전 개시 선언...젤렌스키 "국경까지 진격할 것"


29일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인근 므콜라이우 시내에서 러시아군 공격으로 파괴된 주택을 주민이 살펴보고 있다. 
29일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인근 므콜라이우 시내에서 러시아군 공격으로 파괴된 주택을 주민이 살펴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에 빼앗긴 헤르손 등 남부 지역을 향해 대대적인 반격을 개시했다고 29일 현지 군 당국이 밝혔습니다.

나탈리아 후메니우크 우크라이나군 남부사령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그동안 준비해온 헤르손 시 공세가 시작됐다고 확인했습니다.

후메니우크 대변인은 "지난주 10곳 이상을 폭격하면서 의심의 여지 없이 적군의 세력을 약화시켰다”고 밝히고 "다방면으로 우크라이나군이 진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은 안전한 곳에 머물러 주길 당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향후 반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후메니우크 대변인은 "모든 군사 작전에는 침묵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면서 "남부에 있는 러시아군은 상당히 강력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익명의 우크라이나군 관계자는 "러시아군 주둔지와 후방을 겨냥한 야간 포격과 함께 작전이 시작됐으며, 방어선 3곳을 돌파해 헤르손 인근 프라우디네, 노바 드미트리우카 등 4곳을 탈환했다"고 CNN에 밝혔습니다.

세르게이 클란 헤르손 지방 의원은 이와 관련, "러시아의 1차 저지선이 무너졌다"고 소셜미디어에 적었습니다.

헤르손 북동쪽 55km 지점에 있는 노바 카호우카에서도 여러 폭발음이 들린 뒤 전기와 수도가 끊겼다고 BBC가 보도했습니다.

헤르손 주는 동부 돈바스와 크름반도(크림반도)를 잇는 육상 교통로입니다. 또한 크름반도로 들어가는 상수와 전력 공급을 통제할 수 있는 곳이어서 전략적 요충지로 꼽힙니다.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와 전략 요충지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와 전략 요충지

우크라이나 정부는 앞서 여러 차례 헤르손 수복을 공언해왔습니다. 지난 6월 말부터 주민들에게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를 촉구했고, 헤르손과 외부를 잇는 다리를 공격해 고립을 노리는 등 이번 작전을 준비해왔습니다.

■ 러시아군 병력 보강

러시아는 헤르손 인근 지역의 병력 보강에 나섰습니다. 크이우 인디펜던트는 앞서 러시아가 헤르손 전선에 최소 10개 이상의 대대전술단(BTG)를 배치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대게 러시아군 BTG는 600명에서 800명 정도 인원으로 구성됩니다. 따라서 10개 BTG면 최소 6천명, 최대 8천명 병력이 추가로 모인 것입니다.

이와관련, 러시아 매체들은 30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국가방위군 책임자로부터 직접 보고받는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보고 현장에서는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돈바스와 남부 일대 전황이 거론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전날(29일) 이스라엘 위성 업체 자료를 인용해, 최근 러시아가 시리아에 배치했던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S-300을 크름반도 인근 노보르시스크항으로 긴급 수송했다고 전했습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전황과 관련, "우크라이나가 남부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는 소식만으로도 러시아는 동부의 군자산을 일부 철수해야 했다"고 밝히고 "러시아가 처한 병력 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대규모 반격의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 관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공격을 시도했지만 큰 피해를 입고 물러났다고 주장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29일) "여러 방면에서 우크라이나군이 공격했지만, 우리 군이 적극적인 방어로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고 타스 통신 등 현지 매체들에 밝혔습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군은 560명이 전사하고, 탱크 26대, 장갑차 31대, 군용기 2대를 잃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이날 헤르손 인근 므콜라이우에 러시아군이 포격을 가해 2명이 숨지고 24명이 다쳤습니다.

■ 젤렌스키 "국경까지 진격할 것"

헤르손을 비롯한 우크라이나 남부 주들은 지난 2월 24일 개전 이후 한 달도 안 돼 러시아군이 차지한 곳들입니다.

남부와 동부 지역 수복을 모색해온 우크라이나군은 본격적인 반격에 앞서, 최근 보급로 무력화에 주력해온 것으로 보입니다.

후메니우크 대변인은 29일 브리핑에서 "남부 지역의 러시아군 병참로를 겨냥한 공격은 의심할 여지 없이 적을 약화시켰다"고 밝히고 "지난주에도 러시아군 탄약고가 10개 이상 타격을 받았다"고 덧붙였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29일) 밤 영상 연설에서 남부지역 탈환 작전을 언급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헤르손을 탈환하려는 우리의 계획이 궁금하겠지만, 구체적으로 말할 순 없다"면서도 "우린 국경까지 진격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러시아군 중 살아남고 싶은 자가 있다면 지금이 도망칠 때"라고 경고했습니다.

아울러 "투항하는 러시아군에 대해 제네바 협약을 준수할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 IAEA 시찰단 도착

이런 가운데, 국제원자력기구(IAEA) 시찰단이 29일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에 도착했습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과 중립국 출신이 중심이 된 전문가 등 조사단 14명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주 안에 "(자포리자 원전) 시설의 물리적 피해를 확인하고 주 안전·보안 체계와 보조 안전·보안 체계가 제대로 기능하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해당 원전 일대에 포격이 잇따르면서 방사능 누출 등 사고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은 개전 9일째였던 3월 4일, 남부 자포리자 주 에네르호다르에 있는 원전 시설과 주변 지역 등을 점령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은 원전 주변에서 상대방이 도발하고 있다며 서로 비난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원전을 폐쇄할 수 있다고도 경고한 바 있습니다.

포격으로 인한 근처 화재로 원전에 전기 공급이 끊어져 비상 발전기를 가동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 러시아 협력 의사...포격 계속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30일, IAEA 시찰단 파견을 환영하고 협력하겠다고 러시아 매체들에 밝혔습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아울러 "IAEA가 나서 우크라이나가 원전과 주변 지역을 향한 공격을 중단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반면 원전을 관리하는 에네르고아톰은 이날도 러시아군의 폭격이 계속됐다고 밝혔습니다.

에네르고아톰 측은 "러시아의 폭격으로 원전 직원 4명이 다쳤다"고 발표하고 "점령군이 원전을 군사기지로 사용하면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점을 IAEA에 숨기려고 직원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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