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모든 유럽인의 일상을 파괴하려 한다고 비난했습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부 장관이 신임 영국 총리로 확정됐습니다. 케냐 대법원이 최근 치러진 대통령 선거의 결과를 그대로 인정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먼저 우크라이나 소식부터 보겠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에너지 문제를 두고 러시아를 비난했군요?
기자) 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주말 공개한 영상 연설에서 “러시아가 이번 겨울 모든 유럽인에 대해 결정적인 에너지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러시아는 모든 유럽인의 정상적인 생활을 파괴하기를 원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젤렌스키 대통령 발언은 최근 러시아가 유럽에 가스 공급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들리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 회사인 가즈프롬은 2일 독일로 들어가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의 가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노르트스트림1은 지난 8월 31일부터 정비를 위해 가동을 중단했고, 3일부터 재가동될 예정이었는데요. 가즈프롬 측은 유류 누출이 확인됐다면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가스관 가동을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가즈프롬 측 발표가 나온 날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이 러시아를 제재하는 조처를 추가로 내놨죠?
기자) 네. 2일 가즈프롬 발표가 나오기 전 G7 재무장관들이 러시아산 석유와 석유 제품 가격에 상한선을 부과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조처에 참여하는 나라들은 상한선 이하 가격으로 바다를 통해서 운송되는 러시아산 석유와 석유 제품만 살 수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이 조처에 대응해 가격 상한제에 참여하는 나라들에는 석유를 팔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유럽은 러시아가 가스 등 에너지를 무기화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나라들을 위협한다고 비난하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런 비난을 일축하고 있습니다. 한편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는 미사일로 공격하지 못하는 곳은 가난과 정치적 혼란으로 공격하려고 시도한다”면서 “유럽인이 더 단결하고 모든 수준에서 제재를 강화하며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 수익을 제한하는 것으로 대응해야만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가 에너지 공급을 옥죄자 많은 유럽 나라에 비상이 걸렸죠?
기자) 네. 그래서 많은 나라가 에너지 수입원을 다변화하고 가스 비축량을 늘리는 등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가스 공급 중단으로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독일은 치솟는 에너지 가격에 대응해 650억 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을 4일 발표했습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러시아가 더 이상 믿을 만한 에너지 협력국이 아니라고 선언했습니다. 한편 핀란드와 스웨덴도 4일 에너지 위기에 대응해 전력 회사들에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에너지 문제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안전 문제도 국제 사회 현안인데요. 현재 상황이 어떻습니까?
기자) 네. 우크라이나 국영 에너지 회사인 에네르고아톰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5일 원전에 들어가는 전력이 잠시 끊겼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군 포격으로 발생한 화재로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는 것인데요. IAEA는 “전력선 자체는 손상되지 않았고, 불이 꺼진 뒤에 전력선이 연결됐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원전에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 재앙이 발생할 수도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전력 공급이 일정 시간 이상 중단되면 냉각이 안 돼서 원자로가 녹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편 IAEA는 지난 3일에도 원전 내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자포리자 원전에는 원자로가 모두 몇 기가 있나요?
기자) 네. 모두 6기입니다. 이 가운데 현재 1기만 가동 중인데요. IAEA는 남아 있는 원자로가 원전 냉각과 다른 필수적인 안전장치 작동에 필요한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이번엔 영국 소식입니다. 신임 영국 총리가 결정됐군요?
기자) 네. 5일 영국 집권당인 보수당의 대표를 뽑는 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됐는데요. 리즈 트러스 현 외무부 장관이 57%를 득표해 43%를 얻은 리시 수낙 전 재무부 장관을 누르고 승리했습니다. 이 결과에 따라 트러스 장관이 차기 영국 총리에 취임하는데요. 의원 내각제인 영국에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습니다.
진행자) 투표가 끝났는데 향후 일정이 어떻게 됩니까?
기자) 네. 현 보리스 존슨 총리가 6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정식으로 사직서를 제출합니다. 그러면 여왕은 보수당 대표인 트러스 장관을 정식으로 총리로 임명하고 새 내각 구성을 요청합니다. 새 총리 임명과 내각 구성 요청은 그간 영국 국왕 관저인 런던 버킹엄궁에서 진행돼왔는데요. 하지만, 이번에는 여왕이 여름을 맞아 머무는 스코틀랜드 밸모럴궁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진행자) 트러스 장관이 영국 역사상 몇 번째 여성 총리인가요?
기자) 네. 트러스 장관은 마거릿 대처, 그리고 테레사 메이 총리에 이어 여성으로서는 세 번째로 총리직에 오르게 됩니다.
진행자) 당원 투표에 올라갈 최종 후보를 추리는 의원 투표에서는 수낙 전 장관이 앞서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보수당 하원의원 투표 단계에서는 수낙 전 장관이 계속 1위를 달렸습니다. 하지만, 전체 당원 투표로 넘어간 후부터 전세가 역전돼 트러스 장관이 줄곧 우세를 유지했습니다.
진행자) 트러스 장관이 당원 투표에서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었던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보수당원은 영국 평균에 비해 고연령 고소득의 백인 남성이 많아서 우파 색채가 강하다는데요. 미국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트러스 장관이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 등 공약으로 백인 보수당원들의 마음을 샀다고 분석했습니다.
진행자) 6일 영국 총리가 될 트러스 장관은 어떤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까?
기자) 네. 올해 47세로 옥스퍼드대학을 졸업했습니다. 그는 대학 시절 자유민주당원이었지만, 곧 보수당으로 전환했습니다. 트러스 장관은 2001년과 2005년 총선에 출마해 고배를 마셨는데요. 하지만, 2010년 총선에서 승리해 의회에 입성했습니다.
진행자) 트러스 장관은 다양한 내각 직위를 거쳤죠?
기자) 그렇습니다. 2014년에 환경부 장관이 됐고, 이후 재무장관, 국제통상장관 등을 거쳤습니다. 그는 3명의 총리 아래서 각료를 지냈는데요. 지난 2021년 당시 도니미크 랍 장관에 이어 외무장관 자리에 올랐습니다.
진행자) 트러스 장관은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를 결정할 당시 엇갈리는 행보를 보이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당초 트러스 장관은 EU 잔류를 주장했습니다. 당시 그는 ‘더선’ 신문에 게재한 글에서 “브렉시트가 물건을 EU에 팔 때 더 많은 규정과 양식, 그리고 지연 등 삼중 비극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가 승인되자 말을 바꿔 브렉시트가 일이 돌아가는 방법을 대대적으로 바꿀 기회를 준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총리 자리에 오를 트러스 장관이 직면할 현안으로는 어떤 것들을 꼽을 수 있을까요?
기자) 네. 영국 ‘가디언’지는 최근 기사에서 ‘에너지 가격과 생활비’, ‘사회복지제도 개혁’, ‘보수당 통합’, ‘우크라이나’, 그리고 ‘조기 총선’ 등 다섯 가지 현안을 거론했는데요. 이 가운데 ‘에너지 가격과 생활비’, 그리고 ‘우크라이나’ 문제가 눈에 띕니다.
진행자) 최근 영국도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에너지 요금이 급등하는 등 물가가 뛰어오름에 따라 생계비가 치솟았는데요. 트러스 장관은 이 문제와 관련해 세금을 낮추고, 무엇보다도 경제 성장 정책을 우선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는 4일 영국 ‘BBC’ 방송과의 회견에서 총리가 되면 일주일 안에 치솟는 에너지 비용을 해결하고 미래 연료 공급을 확보할 방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는데요. 5일 승리를 확정지은 뒤 행한 연설에서도 이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진행자) 트러스 장관은 대외 정책에서는 어떤 기조를 유지하고 있나요?
기자) 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향한 제재를 주도했고요. 중국에는 초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밖에 브렉시트의 일환인 북아일랜드 협약을 파기하겠다고 해서 EU와 갈등을 빚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트러스 장관의 총리 확정에 대해서 국제사회는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기자) 네. 먼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어려운 시기에 협력하기를 기대한다”면서 “독일과 영국은 파트너와 친구로서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기후변화부터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많은 도전에 함께 직면해 있다”며, “건설적인 관계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케냐에서는 지난달 9일 치른 대통령 선거의 개표 결과를 두고 소송이 제기됐었는데요. 케냐 대법원이 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개표 결과를 인정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케냐 대법원이 5일 야권 후보였던 라일라 오딩가 후보 측이 개표 결과와 관련해 제기한 이의를 만장일치로 기각했습니다. 이로써 현 부통령인 윌리엄 루토 후보의 승리가 확정됐는데요. 이 판결에 따라 루토 후보는 오는 13일 정식으로 대통령직에 취임합니다.
진행자) 당시 공식 개표 결과, 두 후보의 득표율이 얼마나 나왔습니까?
기자) 네. 루토 후보가 50.5%, 그리고 오딩가 후보가 48.9%를 득표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당시 오딩가 후보 측은 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는데요. 투표 시스템 해킹 가능성, 투표용지 전송 과정의 부정, 투표수 대비 총집계수 불일치, 선관위원장의 독단적인 결과 발표 등을 문제 삼으며 개표 결과를 무효화해 달라는 소송을 냈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케냐 대법원이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거로군요?
기자) 네. 케냐 대법원은 먼저 누군가 중간에 투표 전송 시스템에 개입했다는 오딩가 후보 측 주장에 대해 믿을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개표 결과를 둘러싼 선관위 분열과 관련해 선관위원장 혼자 개표 결과를 발표한 것이 선거를 훼손하기에 충분했다는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개표 결과가 발표된 뒤에 일부 선관위원이 이의를 제기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선관위원 7명 가운데 4명이 위원장이 자기들 동의를 얻지 않고 일방적으로 개표 결과를 발표했다면서 위원장이 발표한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들이 거의 마지막까지 개표 결과 집계 과정에 참여했다면서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케냐 대법원은 오딩가 후보 쪽 소송단이 법원에 위조 서류를 일부 제출했다며 꾸짖었습니다.
진행자) 패배가 확정된 오딩가 후보 쪽에서는 어떤 말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오딩가 후보가 5일 오후 성명을 냈는데요. “대법원 판결에 강하게 동의하지 않지만, 이를 존중한다”면서 “하지만, 이 판결이 우리 운동의 끝이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판결로 다음 주에 대통령이 될 루토 부통령은 어떻게 반응했나요?
기자) 네. 루토 부통령은 선관위와 선관위원장을 칭송하고 사법부를 민주주의와 법치, 그리고 헌법주의의 영웅으로 묘사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운영할 정부는 모든 케냐인에게 봉사할 정부”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과거 케냐에서는 대선 결과가 나온 뒤에 유혈사태가 발생한 적이 있는데요.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에 현지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기자) 네. 루토 부통령의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서는 대규모 축하 행사가 벌어졌습니다. 반면 오딩가 후보의 근거지에서는 별다른 일 없이 평온함을 유지했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