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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포리자 원전 폐쇄 검토"..."러시아군, 원전 근무자 2명 살해·200명 구금 학대"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주 에네르호다르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 단지 전경. 군용차량이 주변을 지키고 있다. (자료사진)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주 에네르호다르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 단지 전경. 군용차량이 주변을 지키고 있다. (자료사진)

우크라이나가 포격이 잇따르며 사고 위험성이 꾸준히 지적돼온 자포리자 원전을 폐쇄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0일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IAEA가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원전의 가동이 현실적으로 지속할 수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전했습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에 관해 "원전단지에 있는 원자로 6기 가운데 5기가 운전을 멈췄으며, 이는 원전에 대한 전력 공급원이 1개밖에 남지 않은 위험한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원자로는 자체 생산 전력을 핵연료봉 냉각용 안전 체계에 공급하는 '자가 발전'을 진행 중입니다.

또한 원전이 스스로 전력을 공급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인근 다른 발전소에서 전력을 임시 조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포격으로 인근 석탄 화력 발전소에서 원전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예비 전력 공급선마저 사용할 수 없게됐습니다.

그로시 총장은 "계속되는 포격 때문에 외부 비상 동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예비 전력 공급선이 수리될 가능성은 작다"고 설명했습니다.

원전에 전력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원자로가 과열되면 방사성 물질이 새어나오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원자로의 노심이 녹아내리는 '멜트다운' 위험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 회사 에네르고아톰에 따르면, 비상수단으로 디젤 발전기를 돌릴 수 있지만 약 10일간 사용할 수 있는 연료 밖에 남지 않은 형편입니다.

■ 러시아군, 원전 근무자 살해·학대

자포리자 원전이 처한 위기는 러시아군의 통제를 받고 있는 직원들의 상황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페트로 코틴 에네르고아톰 회장은 러시아군이 원전 운영 인력 2명을 살해하고, 그밖에 약 200명을 학대했다고 9일 AFP 통신에 밝혔습니다.

코틴 회장은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원전을 점령한 이후, "2명이 맞아 죽었고 10명 가량은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200명 정도가 억류됐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해당 원전의 통제권은 러시아군이 갖고 있지만, 실무 운영을 맡은 사람들은 에네르고아톰 소속 등 우크라이나 측 인력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 필수 근무 인력이 속속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로시 총장은 현재 자포리자 원전의 운영 실태에 관해 "지속 불가능한 상황이고 점점 더 불안해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달 초 자포리자 원전을 방문한 그로시 총장 등 IAEA 조사단은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교전 속에 원전의 전력 공급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경우가 여러차례 발생했고 원전의 물리적 완결성도 훼손됐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원전 주변에서 군사행동을 할 수 없도록 보호 구역을 설정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

자포리자 원전은 유럽 최대 규모 원자력 발전소입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침공 9일 째였던 지난 3월 4일, 해당 시설을 접수했습니다.

러시아군이 이곳을 점령하는 과정에서 단지 내 포격으로 인한 섬광이 솟아오르고, 행정·관리동과 훈련용 시설 등에 화재가 발생해 원전 사고에 관한 우려가 컸습니다.

역대 최악의 사태로 평가되는 지난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와 같은 참사가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습니다.

■ 원전 단지와 주변 지역 포격 잇따라

최근 자포리자 원전 일대에 포격이 잦아지면서 핵물질 관리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실정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은 상대방에 책임을 돌리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자포리자 원전 단지를 탈환하기 위해 원전에 위험한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중입니다.

실제로 자포리자 원전과 그 인근을 둘러싼 포격은 우크라이나 군이 러시아가 점령 중인 남부 요충지 헤르손 수복을 위한 공세 국면에서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반면,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군이 원전일대를 군사요새화하는 명분을 쌓기 위해, 원전이 공격받고 있는 상황을 스스로 꾸며내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다연장 로켓 공격을 방어한다는 명분으로 원자력발전소 인근에 지대공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이같은 행위를 두고, 원전을 방패 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가 자포리자 원전과 인근 시설들을 일종의 '방패막이'로 활용하고 있다는 신뢰할 만한 정보가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측은 또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역의 전력 공급에 타격을 주기 위해 원전 시설을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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