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은 북한에 제안한 ‘담대한 구상’이 대화 초기부터 북한이 우려하는 체제안보와 관련한 정치 군사적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취지라며 북한 최고 지도부가 대화 제안에 호응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권 장관은 이 제안과 관련해 북한과의 물밑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은 20일 국회 외교·국방·통일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과 관련해 “북한이 핵 개발의 구실로 삼고 있는 안보 우려도 논의하겠다는 게 과거 대북정책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밝혔습니다.
권 장관은 “이전 구상들은 대개 비핵화와 경제적인 지원을 서로 맞바꾸는 형태였지만 ‘담대한 구상’은 경제적인 지원 외에 북한이 우려하는 안보 분야도 감안해 군사적 정치적인 분야까지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권 장관은 “김 위원장이 최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핵무력 법안을 언급하며 북한의 핵정책 변화는 정치·군사적인 상황의 변화에서만 가능하다고 했다"며 담대한 구상이 이런 정치 군사적인 상황의 변화까지 논의하자는 것인 만큼 북한 최고 지도부가 대화 제안에 응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녹취: 권영세 장관] “담대한 구상은 바로 정치 군사적 상황의 변화까지 우리가 생각을 하겠다라는 점에서 북한의 김정은이나 김여정을 포함해서 우리 담대한 구상에 대해서 좀 더 연구를 해가지고 하루빨리 대화로 나오길 기대합니다.”
권 장관은 하지만 “아직은 북한과의 물밑대화 채널은 없고, 물밑대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대북 문제에 있어서 공개적인 대화가 다가 아닐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한다”고 말해 물밑대화 필요성은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권 장관은 북한이 ‘담대한 구상’을 과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천’과 다를 게 없다며 거부한 데 대해 “비핵 개방 3천은 경제적인 지원 조치도 비핵화와 1대1로 비례적으로 교환하는 구조였는데 ‘담대한 구상’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실하다면 초기에 선제적으로 민생과 인도적 조치를 과감하게 한다는 데 큰 차이가 있다”고 거듭 설명했습니다.
권 장관은 이와 함께 ‘담대한 구상’은 다른 대북 제의와 달리 자기실현적인 조치를 담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북한이 대화에 응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조치들이 담겨 있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 북한을 대화로 끌어낼 방법으로 억제(Deterrence)와 단념(Dissuasion), 대화(Dialogue)를 의미하는 이른바 ‘3D’ 정책을 제시했습니다.
권 장관은 “북한이 과거에도 제의에 바로 응하겠다고 나온 적은 없었다”며 북한이 거부가 예견된 상황임을 인정하면서 “3D를 통해서 대화로 나올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이날 대정부질문에 나와 핵무력 정책 법제화를 통해 핵 선제사용 의지를 공식화한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 문제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이 장관은 북한의 핵 위협과 관련해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핵 사용을 억제하는 것”이라며 이에 따라 미한 확장억제 실행력을 높이고 미국이 확장억제 공약을 준수토록 계속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 장관은 미국에만 의존할 수 없기 때문에 자체적인 군사력 확충을 해야 하는 데 3축체계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미한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의 성과로는 “이번 협의를 통해 핵에 대한 전략 수립 과정에서 한국 측이 조금 더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매년 EDSCG 회의를 갖기로 정례화한 점을 꼽았습니다.
이 장관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 공유로의 진전 가능성을 묻는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회의에서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며 핵 공유 단계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답변했습니다.
[녹취: 이종섭 장관] “한반도 비핵화 정책을 계속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 내용은 포함되지 않고 다만 우리의 의지가 반영될 수 있도록 협의 채널이라든지 협의 수준이라든지 이런 것을 기존보다는 더 강화시켰다 이렇게 답변드리겠습니다.”
대정부질문에 함께 출석한 한덕수 국무총리도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확장억제만으론 북한 핵 위협 대응에 미흡하다며 미군 전술핵의 한국 재배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비슷한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한 총리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완전한 포기 단계가 아니라면 논의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지금은 북한에 대해 평화적 해결의 문을 열고 ‘담대한 구상’같은 과거와 다른 접근법으로 미한일이 합의하고 중국과 협의해서 북한 비핵화를 함께 추진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한덕수 총리] “전술핵을 국내에 배치하고 북한에 대해서 비핵화를 하자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정말 그거는 우리가 북한 비핵화에 대해서 완벽하게 포기하는 그런 단계가 아니라면 좀 채택하는 데 신중하는 게 좋겠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한편 권영세 장관은 북한 방송의 한국 내 개방 추진 여부를 묻는 태영호 의원의 질의에 시행에 앞서 기술적이고 국가보안법 같은 제도적인 부분 등을 세세하게 검토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권 장관은 한국 국민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안보적 우려는 안 해도 될 부분이라며 무조건 수세적 방어적이어야 할 시대는 지났다고 추진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