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 우크라이나 내 4개 점령지 병합 조약 의회 비준 문서와 관련 법안에 서명해 최종 재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도네츠크와 루한시크, 헤르손, 자포리자 주 일원을 러시아에 편입하는 법적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습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달 30일, 해당 우크라이나 영토 4개 주의 친러 행정 당국과 병합 조약을 체결했습니다.
친러 당국이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주도한 주민투표에서 압도적 찬성이 나왔다고 발표한 뒤, 러시아에 병합을 요청해 조약을 맺은 것입니다.
이후 러시아 헌법재판소는 2일, 해당 조약을 합헌으로 판결했습니다.
곧바로 다음날인 3일, 해당 조약의 비준안을 국가 두마(하원)가 만장일치로 가결했습니다.
이어서 4일 러시아 연방 평의회(상원)가 본회의를 열어, 비준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관련 법률안과 함께 푸틴 대통령에게 송부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하루 만인 5일 이를 재가해 관련 절차를 마친 것입니다.
■ 바이든 "영토 병합 절대 인정 않을 것"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러시아의 이번 병합 조치를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우크라이나를 위한 무기 등 지원과 대러시아 추가 제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4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고 6억2천500만 달러 규모의 무기·군수품을 추가로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지원 품목은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4기, 장갑차량 200대와 기타 포탄·탄약 등으로 구성된다고 미 국방부가 이날 설명했습니다.
이로써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군수 지원은 총액 175억 달러 규모로 늘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병합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지속적인 우크라이나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세계 시장에 안전하게 수출할 길을 연 협정을 환영하면서 이를 지속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이날(4일) 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사기 주민투표와 합병 시도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주민들에 대한 잔혹성에 이르기까지 최근 상황은 우리의 결의를 강화할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어떤 협상도 불가능하다고 선언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습니다.
■ 유엔총회 긴급회의 예정
유엔총회는 오는 10일 긴급회의를 열고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진행한 우크라이나 영토 병합 문제를 논의할 예정입니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 사안에 관해 러시아 규탄 결의안을 상정했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와 중국·인도·브라질의 기권으로 채택이 무산됐습니다.
■ 우크라이나군, 요충지 속속 탈환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병합한 주에 속하는 지역들을 속속 탈환하고 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4일 밤 영상 연설에서 "남부 전선에서 우리 군이 빠르고 강력하게 진격하고 있다"고 밝히고, 리우비우카, 흐레셴니우카, 졸라타, 발카 등 러시아군이 점령했던 소도시들을 수복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탈환한 남부 헤르손 주 베리슬라프 라이온 지역 다비디프 브리드에서 우크라이나군 장병들이 행진하는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했습니다.
러시아 당국도 이 같은 전황을 확인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가 이날(4일) 일일 브리핑에서 공개한 지도에는 헤르손 주에서 러시아군이 상당 부분 밀려난 것으로 표시됐습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우리는 모든 방향에서 도시와 마을들을 해방시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러시아는 2014년에 빼앗은 곳(크름반도)을 포함해 모든 영토를 되찾으려는 우크라이나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동부와 남부에 걸쳐있는 러시아군 점령지에서 최근 수복 작전을 강화하며 전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지난 1일, 동부 도네츠크 주 거점 도시이자 루한시크 주의 북쪽 관문인 리만을 탈환했습니다.
이어서, 남부 헤르손 주에서 드니프로 강을 중심으로 펼쳐진 전선을 돌파해 러시아군의 보급선을 끊었습니다. 헤르손 주 친러 행정 당국도 이같은 상황을 인정했습니다.
■ 우크라이나 수도 시민들에 핵 공격 대비 약품 배포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대비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에는 핵전쟁 대피소가 설치되기 시작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하고 있습니다.
크이우 시 당국은 요오드화칼륨을 시민들에게 배포하고 있습니다. 요오드화칼륨은 인체가 방사선을 흡수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약품입니다.
시민들은 해당 약품을 받은 뒤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리면서, 엄중한 현실을 맞았다고 적고 있습니다.
앞서, 푸틴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등 러시아 핵심 당국자들은 점령지 병합 완료 후 '영토 방어' 명목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여러 차례 시사한 바 있습니다.
이같은 러시아의 핵 공격 우려와 관련해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신이 궁지에 몰렸다고 생각할 경우 상당히 위험해지고 무모해질 수 있다"고 3일 공개된 CBS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이어서, 이 문제를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여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는 실질적인 징후는 없는 것으로 설명했습니다.
■ 미 최첨단 핵항모 대서양 이동
이런 가운데, 미 해군은 최신예 핵추진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함을 대서양으로 출항시켰습니다.
미 해군은 4일 "제럴드 포드함과 타격 전단이 대서양과 지중해에서 동맹국들과 작전(훈련)을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일정에는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 덴마크, 네덜란드, 캐나다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동참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이후 나토 가입 절차를 밟고 있는 핀란드와 스웨덴도 합류합니다.
이를 통해 총 9개국 병력 9천여명, 함정 20척, 항공기 60대가 투입됩니다.
미군 당국은 제럴드 포드함에 관해 "40여년 만에 해군에서 새롭게 개발한 최첨단 항모"라고 이날 설명했습니다.
제럴드 포드함은 지난 2009년 건조를 시작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인 2017년 취역식을 거행했습니다. 임무에 투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훈련과 순찰 임무를 포함하는 제럴드 포드함의 이같은 움직임은 핵 어뢰를 탑재한 러시아 핵잠수함이 북극해로 이동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이뤄졌습니다.
최근 러시아 핵잠수함 '벨고로드'함이 '지구 종말의 무기(doomsday weapon)'로 불리는 핵 어뢰 '포세이돈'을 싣고 북극해로 출항했으며, 이같은 상황을 나토가 회원국과 동맹국들에 경고했다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미군 당국은 제럴드 포드함의 이동을 해당 보도와 직접 연관 짓지는 않았으나, 유럽 매체들은 러시아의 핵 무력 시위 가능성에 대응하는 움직임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