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에서 한국계 현역 하원의원 4명이 모두 재선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각자 다른 분야에서 의정 활동을 펼치지만 한국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 관련 정책 입안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8일 실시된 미 중간선거에서 가장 먼저 승리를 확정한 한국계 의원은 민주당의 앤디 김 하원의원입니다.
1996년 김창준 전 하원의원 이후 한국계로서는 26년 만에 3선 의원이 탄생했습니다.
미 동부 시각으로 10일 자정 개표가 95% 이뤄진 뉴저지주 3선거구에서 김 의원은 55%의 득표율로 44.1%에 그친 공화당의 밥 힐리 후보를 제쳤습니다.
미군인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민주당 소속의 매릴린 스트릭랜드 하원의원도 워싱턴주 10선거구에서 당선을 확정했습니다. 개표율 70%인 10일 자정 현재 56.4%의 득표율로 43.6%에 그친 공화당 키스 스완크 후보에 승리했습니다.
캘리포니아주 공화당 현역 하원의원인 영 김 의원도 10일 자정 현재 개표가 63% 이뤄진 40선거구에서 58.5%의 표를 얻어 41.5%를 획득한 민주당 아시프 마흐무드 후보를 제치고 승리를 확정했습니다.
미셸 스틸 의원은 60%의 개표가 이뤄진 45선거구에서 54.6%의 득표율로 45.4%를 얻는 데 그친 민주당 제이 첸 후보와의 경쟁에서 앞서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신문은 스틸 의원의 당선 가능성을 75%로 내다보는 등 한국계 현역 4명 모두 연임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앤디 김 의원은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보좌관을 지냈고, 2019년 하원에 입성한 이후 외교위원회와 군사위원회에서 활동했습니다.
특히 한반도 외교안보와 관련해선 민주당 내 진보성향 의원들과 함께 한국전 종전선언을 촉구하는 등 일부 사안에서 민주당 주류와는 다른 입장을 보였습니다.
‘순자’라는 한국 이름으로 잘 알려진 스트릭랜드 의원은 워싱턴주 첫 한국계이자 흑인 여성 의원이라는 타이틀을 강조하며 2021년부터 초선 의원으로서 활동했습니다.
영 김 의원과 스틸 의원은 모두 민주당 ‘텃밭’으로 꼽히는 캘리포니아주에서 공화당 소속으로 승리하며 스트릭랜드 의원과 함께 첫 한국계 여성의원으로서 의회에 입성했습니다.
한국 인천 출신으로 1975년 미국으로 이주한 영 김 의원은 에드 로이스 전 하원 외교위원장 보좌관을 지냈고, 외교위에서 활동하며 한반도 외교안보와 관련해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인 인사로 떠올랐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난 스틸 의원은 1976년 미국으로 이주했고,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1~2004년 백악관 아시아·태평양계 자문위원을 지냈고,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백악관 아시아·태평양계 공동 자문위원장이었습니다.
이들 의원은 한국계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각기 다른 분야에 주안점을 두고 의정 활동을 벌여왔습니다.
앤디 김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까지 한반도 외교안보 현안과 관련한 활동을 벌였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지난해부터는 한반도 관련 활동은 줄고 소기업을 위한 의정 활동에 주력했습니다.
스트릭랜드 의원은 교통사회기반시설 위원회와 군사위원회에서 활동하며 경제와 재향군인 관련 사안에 중점을 뒀고, 스틸 의원은 교통사회기반시설 위원회와 교육노동위에서 활동하며 경제와 교육 관련 의정 활동에 주력했습니다.
영 김 의원은 외교위 소속으로 한반도 외교안보 문제에 깊이 관여하면서도 중국, 타이완 등 외교안보는 물론 소기업과 재향군인 관련 의정 활동도 활발히 벌였습니다.
수미 테리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 프로그램 담당 국장은 10일 VOA와의 통화에서 한국계 의원들이 특정 정책을 다 함께 추진할 순 없다며 이들은 서로 매우 다른 정치적 시각과 경험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테리 국장] “They understand Korean American story. They also understand better about Korean history. They understand Korean and US-South Korean Alliance issues. So hopefully, that awareness will be helpful…it's impossible to say like, all collectively work to pursue X policy or y policy. They have very different political views. They have different experiences. Their common theme is that the fact that they're Korean American, but that doesn't also mean necessarily, that they will always vote for something.”
그러면서도 한국계 의원들은 한국계 미국인의 스토리를 비롯해 한국 역사와 한국, 그리고 미한 동맹 문제를 잘 이해하는 공통점이 있다며 이런 점이 의회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한국계 의원들이 한국 문제에 대한 “특별한 지식과 이해”를 의회에 불어넣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계 의원들은 다른 의원들과 일하면서 한국에 대한 질문과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동료 의원들에게 그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신뢰성을 준다는 설명입니다.
[녹취:킹 전 특사] “They bring a special knowledge and understanding of Korean issues. That is very helpful to have them involved… because as they deal with other members of Congress they're able to raise questions and issues about Korea, with other people and they bring up a credibility and an understanding that helps other members of Congress understand the importance of the issues.”
킹 전 특사는 한국계 미국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사안 중 하나는 이산가족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녹취:킹 전 특사] “One of the issues that is very important to Korean Americans, all Korean Americans, are questions about family relationships between North Korea and South Korea. South Korean citizens have very limited contact with their relatives in North Korea, and for Korean Americans it is even more difficult… and this is, I think, an important issue for the Korean American community here. And this is an area where members of Congress can play a particularly useful role in terms of encouraging contacts between Korean Americans and their relatives in North Korea.”
한국인들은 북한에 있는 친지들과 제한적이나마 접촉을 하고 있지만, 한국계 미국인들이 북한에 있는 가족들과 만나는 것은 더욱 어렵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킹 전 특사는 미북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한국계 미국인들과 북한에 있는 친지와의 접촉을 독려한다는 측면에서 한국계 의원들이 특히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