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어제(19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쏜 발사체가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시험이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은 내년 4월 군 정찰위성 1호기를 준비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기술 수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국가우주개발국이 지난 18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 단계의 중요 시험을 했다고 19일 보도했습니다.
발사 장면 사진 등도 함께 공개했습니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북한 국가우주개발국 대변인은 “이번 중요 시험이 위성촬영과 자료 전송 계통과 지상관제체계의 능력을 평가하는 데 기본 목적을 뒀다"고 밝혔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시험은 20m 분해능시험용 전색촬영기 1대와 다스펙트르 촬영기 2대, 영상송신기와 각 대역의 송수신기들, 조종장치 등 설치한 위성시험품을 운반체에 탑재해 고도 500㎞까지 고각발사시킨 후 우주환경을 모의한 최적한 환경에서 진행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시험을 통해 중요 기술적 지표들을 확증한 데 대해 국가우주개발국은 중요한 성과이자 정찰위성 발사의 최종 관문 공정을 거친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국가우주개발국이 “2023년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낼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중요 시험 결과는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에 보고됐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이에 앞서 북한이 18일 오전 11시 13분께부터 12시 5분께까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 2발을 발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합참은 미사일이 고각으로 발사돼 약 500㎞ 비행했다는 것 외에는 제원 분석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미한 정보 당국은 북한이 ‘위성시험품’을 탑재한 운반체를 발사했다고 발표했지만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초기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탐지 제원을 바탕으로 북한이 18일 발사한 것은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미한 정보 당국의 평가는 변함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정찰위성 개발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통상 위성을 개발할 때 극심한 온도차, 방사능 등 가혹한 우주환경에서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실험은 지상 시설에서 이뤄지는데 북한은 위성장비를 발사체에 실어 우주공간으로 쏘아올려 해당 실험을 진행하는 방식을 쓰고 있는 게 상식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서 운반체의 외형과 분출 화염, 궤적 등을 볼 때 노동미사일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위성에 들어가는 각종 전자장비들은 발사체에 탑재해서 실험하지 않고 대부분 나라들이 지상에서 우주환경을 만들어놓고 거기서 실험하고 결국 마지막에 우주 발사체에 실어서 쏘는데 그냥 허공에 날려버리고 이렇게 쏘는 것을 가지고 그게 과연 정찰위성 개발에 어떤 효과가 있을 것인가, 게다가 미사일 자체가 거의 폐기된 수준의 노동미사일 갖고 한 것을 봐선 과연 이것을 우주개발 목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는가를 봤을 땐 그런 부분들이 확인되지 않더라고요.”
한국 항공대 장영근 교수는 “위성 개발용 우주환경 시험시설은 구축과 시험을 진행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비용 절감 차원에서 운반체를 고각으로 쏘아 올려 최고고도에서 서서히 떨어지게 하는 방식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이번 시험 중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과 인천항 위성사진도 공개했습니다.
장영근 교수는 “공개한 사진들이 이번에 촬영된 것이라면, 북한이 관측위성으로 한국을 20m 분해능으로 다파장으로 촬영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장 교수는 “북한이 이 정도 수준의 위성촬영 사진을 제시한 게 처음이므로 기술적으로 진일보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분해능 20m는 지구관측위성으로도 효용성이 떨어지는 조악한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장영근 교수] “요새 해상도가 정찰위성이 보통 0.3~0.5m 정도 돼요. 영상을 찍었다고 해도 해상도 20m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얘기에요. 요새 학생들이 학교에서 만든 위성발사에도 이 정도는 나와요. 그러니까 정찰위성이라고 말하기에는 낯간지럽다는 거죠.”
일각에선 동창리와 서울 지역에 최근 눈이 내렸는데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사진에는 눈에 덮인 풍경이 잡히지 않는다며 사진 자체의 진위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사진 진위 여부를 떠나 공개 자체가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미국의 정찰자산이 북한 곳곳을 탐지하고 있는 상황이고 한국도 자체적으로 2024년까지 다수의 군 정찰위성을 쏘아올릴 계획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도 한국을 지켜보고 있다는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내년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내겠다고 밝힌 대목도 한국에 지지 않겠다는 경쟁심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북한은 연말 총화기간인 12월 들어서도 이례적으로 도발을 이어가는 양상입니다.
북한은 이번 정찰위성 시험발사에 앞서 지난 15일엔 대륙간탄도미사일급 고출력의 고체연료 로켓엔진 시험을 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반도 긴장을 유지하는 한편 이달 하순으로 예고한 노동당 전원회의에 앞서 주민들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 치적으로 국방력 강화를 내세우기 위한 계산된 행동을 하고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 입장에선 전원회의를 통해서 김정은 업적을 선전하고 과시해야 하는데 올 한 해 경제 분야에서의 업적을 찾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고 그렇다면 역시 군사적 분야에서 업적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연말, 12월 총화 결산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도발을 지속하고 있다고 판단되고요.”
한편 북한 매체들은 이번 시험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했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김 위원장은 15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고출력 로켓엔진 시험을 지도한 데 이어 이틀 뒤인 17일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11주기 때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홍민 실장은 8차 당 대회 당시 국방력 강화 핵심 과제로 제시된 만큼 김 위원장이 서해위성발사장에 머물며 정찰위성 시험 결과를 보고 받았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실험의 수준과 실험을 공개했을 때 지도자의 성과로 바로 연결될 수 있는지 등 여러 가지를 선전 차원에서 고려했을 때 아직 단계적으로 성숙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공개해 봐야 성과로 보여지기엔 좀 그렇다라고 한다면 아마 공개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는 거죠.”
북한은 앞서 지난 2월과 3월에도 정찰위성 시험발사라고 주장하며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쏜 적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