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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중동의 두 맹주,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얀(왼쪽) 이란 외무장관과 친강 중국 외교부장(가운데),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이 지난 4월 베이징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얀(왼쪽) 이란 외무장관과 친강 중국 외교부장(가운데),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이 지난 4월 베이징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 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이번 주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외교 공관을 다시 열었습니다. 지난 2016년 외교 관계를 단절한 지 7년 만입니다. 양국은 지난 3월 외교 관계 복원을 전격 선언하는 등 최근 두 나라 사이가 급속히 개선되는 모양새인데요.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관계 살펴봅니다.

“흔들리는 중동의 지각판”

지난 3월, 중국 베이징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대표들이 비밀 회동 끝에 외교 관계를 복원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국제 사회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중동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두 나라,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수십 년간 사사건건 갈등과 대립, 반목을 이어왔기 때문입니다.

사우디와 이란의 외교 관계 복원을 신호탄으로 사우디는 친이란 정권인 시리아와도 외교 관계 정상화에 나섰습니다.

사우디 정부는 지난 5월 남부 휴양 도시 제다에서 열린 아랍연맹 정상회의에 시리아 내전의 원흉으로 국제 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을 초청해 일종의 면죄부를 줬습니다.

아랍에미리트(UAE)를 필두로 이라크, 오만 등 대부분의 중동 국가는 맏형 노릇을 자처해 온 사우디아라비아의 이 같은 행보를 따르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스라엘의 행보도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태생부터 아랍 국가들과의 갈등 속에 세워진 이스라엘이다 보니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은 늘 대립과 반목의 세월을 보냈는데요.

하지만 지난 2020년 미국의 중재로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 복원에 나서면서 모처럼 훈풍이 부는 모양새였습니다.

사우디는 팔레스타인 분쟁이 먼저 해결된 후 이스라엘과의 외교 관계를 고려하겠다고 했지만, 이들 나라 행보에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다른 주변 아랍국들에도 길을 열어줬습니다.

하지만 최근 다시 팔레스타인을 둘러싼 무력 충돌이 고조되면서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는 다시 경색되는 모양새입니다.

“사우디와 이란 공존을 보는 시각”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전격적인 외교 관계 복원 선언에도 불구하고 관계의 지속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두 나라가 충돌하고 있는 폭이 너무 넓고, 분야도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두 나라의 뿌리 깊은 종파 갈등을 들 수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둘 다 이슬람 국가입니다.

이슬람교는 크게 두 개의 종파로 나뉘는데요. 문제는 이들 두 나라가 서로 다른 종파라는 것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수니파이고, 이란은 시아파입니다.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 즉 무슬림 가운데 수니파가 약 85%~90%로 압도적 다수인데요. 사우디아라비아가 바로 이 수니파의 맏형 격입니다.

반면 시아파는 전체 무슬림의 10%~15% 정도를 차지하는 소수로, 이란과 이라크, 바레인, 아제르바이잔 등 일부 국가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이란은 인구의 80% 이상이 시아파로서 시아파의 맹주로 일컬어집니다.

이런 배경 속에 이들 두 나라는 시아파와 수니파를 대표하며 예멘, 시리아 등 각종 역내 분쟁에 개입하면서 일종의 대리전을 치러왔습니다.

이 때문에,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이런 뿌리 깊은 종파 간 대립을 뛰어넘어 이 두 나라가 얼마나 오랫동안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습니다.

중동의 주요 산유국들인 두 나라는 또 바닷길을 놓고도 갈등을 벌여왔습니다.

아라비아반도와 이란 사이를 가르는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요충지인데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등 대부분의 아랍 국가가 원유를 싣고 아라비아해나 인도양에 나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매우 중요한 바닷길입니다.

문제는 이 호르무즈 해협 대부분을 이란이 소유권을 주장하며 통제하고 있다는 건데요. 이란은 다른 아랍 국가들 또는 미국 등 서방과 갈등이 생기면 번번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꺼내왔고요. 이는 곧 중동 최대 산유국의 하나인 사우디에 대한 타격으로도 이어져 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7년 만에 찾아온 양국 간 해빙 무드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으로 이어질지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란 핵 문제도 이들 나라의 지속적 공존을 어렵게 하는 부분입니다.

사우디를 위시한 아랍 국가들은 이란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을 견제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란이 이스라엘을 빌미로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중동 지역의 안보를 흔드는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사우디도 이스라엘과의 대화 조건의 하나로 민간용 핵 개발 지원을 미국에 요구하고 있어 양국 간 충돌 지점이 더 늘었습니다.

“복잡한 역학 관계”

중동의 오랜 앙숙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밀착 움직임은 국제 정치 지형을 미묘하고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 나라가 외교 관계 복원을 발표한 장소가 중국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중국은 급성장한 경제력에 힘입어 인도∙태평양을 넘어,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등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어려울 것으로만 보였던 중동의 두 앙숙, 이란과 사우디의 갈등을 중국이 중재하며 새로운 영향력을 과시한 겁니다.

일각에서는 지난 몇 년간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에 균열이 생긴 것을 틈탄 중국의 외교적 승리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원래 중동에서 전통적인 미국의 우방국이었는데요. 하지만 지난 2018년 사우디 주재 튀르키예 대사관에서 사우디 반체제 인사 자말 카쇼기 씨가 살해된 사건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경색됐습니다.

미국 정부는 오랜 수사 끝에, 해당 사건의 배후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모하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지목했고요. 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의 인권 실태를 지적하며 모하마드 왕세자를 국제적 왕따로 만들겠다고 말을 하는 등 양국 간에는 계속 불편한 기류가 흘렀는데요.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해 모하마드 왕세자를 만나기도 했지만, 큰 수확은 없었습니다.

미국과 이란 관계는 더 좋지 않습니다.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2016년에 이란과 주요 6개국이 체결한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즉 이란 핵 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한 이래 양국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걸었는데요.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이란 핵 합의 복원 협상을 추진했지만, 아무 성과 없이 답보 상태에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은 지금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에 공격용 무인기, 드론을 지원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 속에 미국과 계속 대척점에 서 있습니다.

반면 이란과 중국은 최근 부쩍 가까워지는 모양새입니다. 지난 2월에는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을 받고 중국을 국빈 방문했습니다.

또한 이란과 사우디는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경제안보협력체 ‘상하이협력기구(SCO)’ 가입 의사도 이미 밝힌 상태로, 이들 두 나라가 합류하면 중국의 중동 내 입지는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행보도 바빠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이어 이번 주에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사우디를 방문해 양국 간 관계 증진을 도모했는데요. 과연 향후 어떠한 가시적 성과가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모하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모하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최근 뉴스의 화제 인물을 소개하는 ‘뉴스 속 인물’ 시간입니다. 오늘 주인공은 모하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모하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정식 이름은 모하마드 빈살만 알사우드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를 줄여 빈살만 왕세자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빈살만은 이름이 아니라 살만의 아들이라는 뜻이고, 모하마드가 이름입니다.

따라서 엄밀하게 이름을 부른다면 모하마드가 맞지만, 빈살만 왕세자도 혼용되고 있고요. 영어 이름 첫 글자를 따서 MBS라고도 부릅니다.

모하마드 왕세자는 이름대로 살만 빈 압둘아지즈 현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의 아들입니다.

1985년생으로, 살만 국왕과 그의 셋째 왕비 사이의 장남입니다.

군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직계 또는 방계 왕자가 수백 명에 달하는데요. 이런 구조 속에서 그는 지금 사우디의 최고 실권자 자리에 올라 있습니다.

공식 직함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총리입니다.

모하마드 왕세자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통치에 관심을 보였다고 합니다.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있는 킹사우드대학교를 다녔고, 2007년 법학 학사 학위를 받고 졸업했습니다. 이후 많은 기업과 비영리 단체를 설립하며 영향력을 확대했고요. 2015년 아버지가 국왕에 오르면서 국방부 장관이 됐습니다.

예멘 내전에 대한 사우디 개입은 그의 국방장관 재임 시절 이뤄진 것입니다.

오늘날 사우디에서 그의 위상은 절대적이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외교관들 사이에서는 ‘Mr. Everything’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모하마드 왕세자는 또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사람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데요. 공식 재산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재산이 약 2조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중동 관계 살펴봤고요. 뉴스 속 인물로 모하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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