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독재자’라고 에둘러 표현했습니다. 중국은 ‘정치적 도발’이라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전 세계 60여 개국 대표와 수백 개 기업이 참석한 가운데 영국에서 우크라이나 재건회의가 열렸습니다. 유럽연합(EU)이 중국을 겨냥한 경제 안보 전략을 공개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먼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관련 발언부터 살펴보도록 하죠.
기자) 네.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독재자’로 언급해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서부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모금행사에 참석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지난 2월 있었던 이른바 ‘중국 정찰풍선’ 사건에 대해 설명하면서 시진핑 주석을 거론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이 정확히 뭐라고 말했습니까?
기자) 네.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차량 두 대 분량의 첩보 장비가 가득 실린 풍선을 격추했을 때, 시진핑이 매우 격노했던 이유는 그는 그게 거기 있는 줄 몰랐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건 독재자들에게는 매우 당혹스런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이 ‘독재자들’이라는 표현을 썼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독재자다.” 이렇게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독재자들’이라는 복수형으로 일반화시켜 에둘러 표현했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른다는 건 독재자들로서는 당혹스런 일이라는 맥락으로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바이든 대통령은 일단 시진핑 주석이 당시 이른바 중국 정찰풍선이 미국 영공을 침범하기까지의 과정을 잘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보는 거군요?
기자) 네. 바이든 대통령은 또 “그것은 날려져 경로를 벗어났다”고 말했는데요. 이는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정찰풍선을 미국 영공에 띄운 건 아니라는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중국은 아예 ‘정찰풍선’이라는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 정부는 지금도 해당 풍선이 기상관측을 위한 민간용 비행기구이며 제어장치 고장으로 바람을 타고 우발적으로 미국 영공에 진입한 것이라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 일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 계획이 무산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미국과 중국 관계는 최근 몇 년 째 계속 경색돼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이 타이완을 방문하면서 양국 관계는 최저점을 찍었는데요. 그러다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이 회담한 것을 계기로 양국 관계 개선의 물꼬가 트였고요. 그 일환으로 지난 2월 블링컨 장관이 중국을 방문하기로 했다가 `정찰풍선’ 사건이 터지면서 계획을 취소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다 이번 주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이 있었죠?
기자) 맞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18일과 19일 이틀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친강 외교부장 등을 만났습니다. 양국 모두 지속적인 소통 라인 구축 등을 통해 관계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데 합의하고 고위급 대화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는데요. 괄목할 만한 성과는 없었지만, 초미의 관심을 끌었던 시진핑 주석과의 회동이 성사되면서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은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에 대해 어떻게 평가했습니까?
기자) 네. 바이든 대통령은 19일, 블링컨 장관의 방중 기간 일부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하면서, 양국 관계가 올바른 길 위에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리고 바로 하루 뒤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 관련 발언을 했는데요. 이에 대해 중국 정부, 어떤 반응을 나타냈습니까?
기자) 중국 외교부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공개적인 정치적 도발”이자 “매우 터무니없고 무책임하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에 심각히 위배될 뿐 아니라 외교적 의전, 중국의 정치적 존엄성을 심각히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양국 관계에 어떤 실질적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기자) 중국 내에서도 아직은 사태 추이를 좀 더 관망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상하이 푸단대학교 미국연구센터 우신보 주임은 바이든 대통령을 ‘입이 가벼운 사람(Big Mouth)’이라고 비난하면서 상호 신뢰는 중국이 강조해 온 것으로서, 바이든 대통령 발언은 매우 파괴적이고 손상적이라고 지적했는데요. 하지만 이번 일이 블링컨 장관의 방중 성과를 완전히 없던 일로 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과 관련해 한 발언이 또 있습니까?
기자) 네.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이 미국, 인도, 호주, 일본이 참여하는 안보협의체 ‘쿼드(QUAD)’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가 나에게 전화를 해, 그게 자신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며 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미국은 쿼드로 중국을 포위하려는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지금 쿼드의 일원인 인도 총리가 미국을 국빈방문 중이지요?
기자) 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미국 정부의 초청으로 미국을 국빈방문 중입니다. 모디 총리는 20일 뉴욕에 도착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만나는 것으로 미국 방문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모디 총리는 21일까지 뉴욕에서 세계 요가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고 워싱턴으로 이동해 22일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 상하원 합동연설 등의 일정을 소화합니다. 인도는 아시아에서 중국의 강력한 맞수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이번에는 영국으로 가봅니다. 런던에서 우크라이나 재건회의가 열리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과 복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우크라이나 재건회의’가 21일 영국 런던에서 개막했습니다. 이틀 일정으로 열리는 이번 회의에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주요7개국(G7) 장관 등 전 세계 60여 개국 정부와 민간, 기업 고위 관계자 1천 여 명이 참석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회의를 주최하고 있는 영국 총리의 이야기부터 들어볼까요?
기자) 네. 리시 수낙 영국 총리는 개막식에 앞서 공개한 발언에서 “우크라이나의 신속한 복구와 우크라이나가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우리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각국 정부, 국제 금융기관, 기업 대표들이 파트너십을 맺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현재까지 성과를 거둔 게 있습니까?
기자) 네. 영국 총리실은 38개국 400개 기업이 우크라이나 재건과 복구 노력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투자를 약속한 기업들에는 ‘BT’, ‘필립스’, ‘버진’,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있다고 수낙 총리는 말했습니다. 영국 정부는 또 이와는 별도로 자국의 지원책을 공개했습니다.
진행자) 어떤 지원 계획인가요?
기자) 우크라이나 복구 지원을 위해 30억 달러 규모의 세계은행 대출을 영국 정부가 보증하기로 했습니다. 영국 정부는 또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3억 달러 규모의 원조도 약속했습니다.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 재건은 엄청나게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며 앞으로도 계속될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클레벌리 장관은 또 우크라이나 전쟁에 책임이 있는 러시아가 복구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강화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회의에 참석했죠?
기자) 네. 블링컨 장관은 지난 19일 중국 방문을 마치고 바로 영국으로 이동해 이번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우크라이나 재건회의는 군사적으로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력하고 지속적인 지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또 미국 정부의 13억 달러 규모의 추가 지원 계획을 밝혔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 정부 측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나왔습니까?
기자) 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화상 연설을 통해 참석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우크라이나가 필요한 것은 “공약이 아니라 행동”이라고 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비전에서 합의로, 합의에서 실제 프로젝트로 반드시 나아가야 한다”며 말이 아닌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전쟁이 16개월째 계속되면서 피해는 점점 더 커지고 있는데요. 전후 재건 과정에 막대한 규모의 돈이 예상되고 있죠?
기자) 세계은행 추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은 최소 4천억 달러에 이릅니다. 이는 우크라이나 국내총생산(GDP)의 3배 규모입니다. 수낙 총리에 따르면 전쟁으로 지난해 우크라이나 국내총생산(GDP)이 29%나 감소했는데요. 수낙 총리는 그러나 우크라이나 국민은 공격의 위협과 공포 속에서도 그들의 삶과 사업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지원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유럽연합(EU)이 ‘유럽경제안보전략(The European Economic Security Strategy)’을 공개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EU 집행위원회는 20일 EU 경제 안보를 달성하기 위한 공통 틀을 제시한 경제 안보 전략을 사상 처음으로 발표했습니다. 이 전략은 경제 안보에 매우 중요한 양자컴퓨터나 인공지능, 첨단 반도체, 여타 이중 용도 기술 수출이나 해외 생산을 안전하게 하기 위한 방안 등을 담았습니다.
진행자) 경제 안보라고 했으니까 인공지능 같은 미래 첨단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인가요?
기자) 맞습니다. 새 전략은 EU가 직면한 위험을 네 가지로 분류하고 이 위험들을 완화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집행위는 이들 위험으로 에너지 안보를 포함한 공급망 탄력성, 그리고 중요 기반 시설의 물리적-사이버 안보에 대한 위험, 또 기술 안보나 기술 유출 관련, 그리고 경제적 의존성 무기화나 경제적 강압 위험 등을 들었습니다.
진행자) 기술 유출 외에 공급망 문제와 경제 의존도 문제도 위험으로 언급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EU 집행위는 14쪽 분량 전략에서 “EU 회원국들 사이 불충분한 조정과 약한 무역 규정이 적들이 EU 경제와 제조업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면서 “이를 시급하게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새 전략이 언급한 적들이라면 누구를 말하는 겁니까?
기자) 네. 이 전략은 특정 나라나 회사 이름을 지적하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경제 안보에 아주 중요한 자원들을 한 나라에 과도하게 의지하는 것이 어떤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는지 사례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들었습니다. EU 집행위는 이번 전략에서 잠재적 적성국들이나 이들 나라 회사가 항만이나 파이프라인 같은 중요 기반 시설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고, EU 기업들이 첨단기술이 들어간 군사용 제품을 잠재적 적들에게 수출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중국이나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EU 외교관들은 특히 이번 경제 전략이 분명하게 중국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미국 뉴욕타임스 신문은 새 전략이 민감한 시장이나 산업 비밀에 중국이 접근하는 것을 제한하는 데 있어 EU가 미국과 어떻게 보조를 맞추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번 전략이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 가운데 하나이고 미국과 중국의 중요 무역 대상국인 EU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관리하고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와의 일종의 경제적 단절을 어떻게 피하려고 노력하는지 강조한다고 신문은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을 염두에 둔 전략이라지만 EU가 중국과는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서 중국 문제에는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경향이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이번에 리창 중국 총리가 독일을 방문했는데, 방금 언급한 그런 경향을 이번 방문에서도 잘 볼 수 있습니다. 리 총리와는 달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공급망이라든지 중국 의존도 같은 민감한 문제들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숄츠 총리는 이렇게 어려운 현안은 피하고 대신 기후나 청정에너지 문제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진행자) 20일 공개된 경제 안보 전략이 그대로 확정되는 건 아니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제 첫발을 내디뎠다고 할 수 있는데요. 확고한 정책이 되기 전에 아마 몇 달 동안 이를 두고 토론이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