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단체들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에 억류돼 있는 탈북민들을 강제 북송하지 말 것을 촉구했습니다. 중국이 유엔난민협약 당사국으로서 국제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에 있는 북한인권단체들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신형 코로나 기간 중국에 구금돼 있는 최대 2천 명의 탈북민에 대한 강제북송을 중지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사단법인 북한인권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올바른 북한인권법과 통일을 위한 시민모임(올인모) 등은 4일 주한 중국대사관에 전달한 수신인 시진핑 주석, 참조인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로 명시한 서한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서한은 접근성이 떨어져 비밀 북송에 편리한 지린성 난핑과 함경북도 무산을 잇는 세관이 지난달 20일 3년 5개월여 만에 다시 개통됐다며 이를 통해 2천 명의 탈북민들이 단계적으로 북송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지난 1982년 유엔난민협약과 1988년 유엔고문방지협약에 가입한 유엔 회원국으로서 강제송환 금지원칙(Non Refoulement)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중국 내 탈북민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밝힌 대로 현장 난민이거나 난민 여부를 불문하고 북송되면 고문을 당할 위험에 처해 있는 사람들이라고 서한은 설명했습니다.
이번 서한 발송에 참여한 김태훈 북한인권 이사장은 4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중국에는 2천 명에 달하는 탈북민이 구금돼 있는데, 이들의 강제 북송 시기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져 더는 지켜만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태훈 이사장] “그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2천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북한으로 북송이 되면 그 사람들이 겪게 될 고통은 눈에 뻔합니다. 교화소, 정치범 수용소, 심지어는 처형까지 당하는 그런 엄청난 인권 유린을 당하게 되는데 그런 사실을 중국이 알면서도 보내는 것은 인륜에 반한다는 건데 관심들이 없어요.”
김 이사장은 “중국이 탈북자를 상대로 한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국제사회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을 압박할 위치에 있는 미국과 더욱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김태훈 이사장 ] “미국은 경제, 사회, 문화, 군사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중국에게 그래도 비중 있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런 위치에 있다고 봅니다. 인권은 국경을 넘는 보편적인 것이니까 미국에서도 좀 나서 주면 하고요. 또 어제는 7월 4일이었습니다. 미국이 독립선언을 한 뜻깊은 날이었는데, 미국에서도 좀 나서 줬으면 좋겠습니다.”
국제사회에서는 장기간 봉쇄 중인 북중 국경이 다시 열리면 중국 내 구금시설에 억류 중인 탈북민들이 대규모 강제북송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앞서 미국 의회 산하 초당적 협의체인 ‘의회·행정부 중국 위원회’(CECC)의 크리스 스미스 공동의장은 지난달 13일 열린 관련 청문회에서 신종 코로나 기간 봉쇄됐던 북중 국경이 열리면 중국에 구금 중인 탈북 난민 2천여 명이 강제 북송에 처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 정부가 중국에 관련 문제에 대한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지만 유엔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VOA의 관련 질의에 “정기적으로 중국에 이러한 사례를 제기하고 중국이 난민 지위에 관한 유엔 협약, 1967년 의정서, 유엔 고문방지협약에 따른 의무를 준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인권단체들은 중국에 의해 강제 북송된 탈북민들이 고문과 구금, 강제 노동에 노출되고 심지어 처형당한다며 탈북민 보호를 위한 유엔 등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해 왔습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지난해 12월 중국 정부에 서한을 보내 강제송환을 금지원칙을 강조하며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송환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탈북민은 난민이 아닌 경제적 목적으로 자국에 입국한 불법체류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