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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캐나다 원자력 당국 “삼중수소 ‘소량 방출’ 위험성 낮아”


일본 후쿠시마 원전과 주변에 설치된 오염수 저장탱크들.
일본 후쿠시마 원전과 주변에 설치된 오염수 저장탱크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 계획과 관련해 미국과 캐나다의 원자력 관련 당국이 소량의 ‘삼중수소’ 방출은 위험성이 낮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전문가들도 일본의 계획이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는 IAEA의 판단에 대체로 동의했지만 일각에선 장기적 여파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조상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 정부 산하 기관인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과 관련해 ‘삼중수소’의 소량 방출로 인한 위험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습니다.

이 위원회에는 11일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과 관련한 VOA의 서면질의에 이 같은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 원자력규제위원회] “Tritium is present naturally in the environment and the radiation produced by natural tritium is identical to the radiation produced by tritium from nuclear power plants. The tritium dose from nuclear power plants is much lower than the exposures attributable to natural background radiation and medical administrations. The NRC agrees with national and international radiation protection regulatory agencies that any exposure to radiation could pose some health risk. This risk increases with exposure in a linear, no-threshold manner. Lower levels of radiation therefore have lower risks.”

“삼중수소는 환경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며 자연 삼중수소에 의해 생성되는 방사선은 원자력 발전소의 삼중수소에 의해 생성되는 방사선과 동일하다”는 설명입니다.

또한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삼중수소 선량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방사선이나 의료 과정에서 생기는 방사선 노출량보다 훨씬 낮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NRC는 방사선에 노출될 경우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미국 및 국제 방사선 보호 규제 기관의 견해에 동의한다”며 “이 같은 위험은 임계치가 없는 선형적 방식으로 노출될수록 증가하며, 따라서 방사선 수치가 낮을수록 위험성은 낮아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선이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만큼은 아니다’는 판단입니다.

다만 NRC 측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의 유해 여부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상업 원자력 발전소를 감독하고 핵물질∙핵폐기물의 관리를 담당하기 위해 1975년 창설된 미국의 독립 행정기관입니다.

캐나다 정부 산하 ‘캐나다 원자력안전위원회(CNSC)도 같은 문의에 대해 “삼중수소는 상대적으로 약한 베타 방사선으로 그 자체로는 너무 약해 피부를 통과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러나 극도로 많은 양을 섭취했을 경우에 암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캐나다 원자력안전위원회] “Tritium is a relatively weak source of beta radiation, which itself is too weak to penetrate the skin. However, it can increase the risk of cancer if consumed in extremely large quantities.”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세슘 등 인체에 해로운 방사성 물질을 걸러낸 뒤 방류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삼중수소’는 ALPS를 통해서도 걸러지지 않는 성분 중 하나입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할 경우 삼중수소가 해양 생물이나 인체에 축적돼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태평양을 접하고 있는 미국과 캐나다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실제 방류될 경우 해류의 흐름 상 오염수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국가들입니다.

미국과 캐나다의 관계 당국은 ‘소량의 삼중수소는 위험성이 낮다’고 밝혔지만, 후쿠시마 오염수에서 방출되는 삼중수소의 선량이 이런 ‘소량’에 포함되느냐가 주요 쟁점입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지난 7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을 방문한 후 기자회견을 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지난 7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을 방문한 후 기자회견을 했다.

일본 정부의 요청에 따라 방류 계획을 검토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제안하고 수정한 계획은 합의된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며 “정부가 이를 적용하기로 결정할 경우 수질, 어류, 퇴적물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녹취: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 “The plan as it has been proposed and revised is in conformity with the agreed international standards. And its application, if the government decides to proceed with it, would have negligible impact on the environment, meaning the water, fish, and sediment.”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관련 연구를 진행했던 미 오리건주립대 핵공학과의 캐서린 히글리 교수는 IAEA의 판단에 동의한다고 11일 VOA에 전했습니다.

방사선 전문의이기도 한 히글리 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논란은 “소량의 삼중수소에 대한 일각의 과도한 우려”때문이라면서 “삼중수소는 환경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물질”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히글리 교수] “Tritium is a naturally present in the environment. We have standards all around the world that actually allow nuclear facilities to discharge small amounts of tritium into lakes or into streams or rivers or the ocean. So whether or not the people from the United States are specifically concerned about Fukushima, we do have some small amounts of tritium routinely being discharged from nuclear activities whether it's research facilities, hospitals, universities or power plants.”

실제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 시설에서 소량의 삼중수소를 호수나 하천 또는 바다에 배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히글리 교수는 “실제로 전 세계에는 원자력 시설에서 소량의 삼중수소를 호수나 하천, 강, 바다로 배출하는 것을 허용하는 기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연구 시설, 병원, 대학, 발전소 등 모든 원자력 활동에서 일상적으로 소량의 삼중수소가 배출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가 방류하기로 한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리터당 1천 500베크렐(Bq) 정도로 “이는 음용 가능한 삼중수소 농도의 국제 기준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히글리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 히글리 교수] “My understanding the concentrations that Japan is putting on I think it's 1500bq per liter is what they are restricting the concentration and the discharge to that lower than many international standards for drinking water for tritium and drinking. And the 1500bq per liter like I said is in the realm of what's considered acceptable for drinking water tritium in drinking water.”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해 삼중수소 농도를 자국 배출 기준치인 리터당 6만 베크렐의 40분의 1,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음용수 기준인 리터당 1만 베크렐의 7분의 1 수준인 리터당 1천 500Bq로 떨어뜨려 배출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 12주년을 맞아 후쿠시마현 이와키 해변에서 한 주민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꽃을 바다에 띄우고 있다.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 12주년을 맞아 후쿠시마현 이와키 해변에서 한 주민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꽃을 바다에 띄우고 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 문제를 연구했던 국제 환경과학 전문가인 짐 스미스 영국 포츠머스대 교수도 “삼중수소수는 일반 물과 화학적으로 동일하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에 대한 일각의 우려가 지나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녹취: 스미스 교수] “The tritiated water is chemically identical to ordinary water. And that's why nuclear sites all over the world discharge tritium to the sea including in France in the UK in China in South Korea. Actually at much higher levels than we're going to see from Fukushima.”

영국, 프랑스, 한국, 중국 등 세계 각국들도 핵시설에서 삼중수소를 배출하며 “이는 사실 후쿠시마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높은 농도의 삼중수소”라는 것입니다.

아울러 삼중수소가 배출되더라도 엄청난 양의 바닷물과 섞여 희석되기 때문에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유의미한 방사선량을 측정하는 것조차 어려울 것이라고 스미스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 스미스 교수] “And it's really, really very low. And we don't expect to see any impact on the marine ecosystem or on consumers of seafood from that area. There's absolutely zero risk for it won't be measurable. It won't be measurable beyond maybe a few kilometers from the Fukushima pipeline.”

스미스 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한 방사선량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해양 생태계나 지역의 해산물 소비자들에게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습니다.

특히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관에서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조차 (삼중수소가 희석돼) 방사선량을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며 ‘제로 리스크’라고 표현했습니다.

또한 북태평양 해류의 흐름상 후쿠시마 오염수가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 도달하는 데는 4년 이상이 걸리고, 중국이나 한국에 도달하기 까지는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스미스 교수는 덧붙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소량의 방사성이

지난 4월 일본 후쿠시마현 주민들이 원전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지난 4월 일본 후쿠시마현 주민들이 원전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라도 장기간 축적될 경우에 대한 판단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미국 하와이대 케왈로 해양연구소장인 로버트 리치몬드 교수는 적은 양이라도 방사성 핵종이 남아 있고 이것이 해양 생태계를 따라 퍼져나가 장기적으로는 위험 요소가 계속 축적될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녹취: 리치몬드 교수] “We feel at this point that it's not been adequately addressed as to the effect it will have. And especially over that time period of 30 plus years, we can expect there to be the distribution and the biological accumulation of radionuclides. Of course it would be diluted. The ocean is large and the volume of water that they're discussing is relatively small compared to the ocean. But the issue is that dilution is a chemical process and bioaccumulation is a biological process.”

리치몬드 교수는 “특히 30년 이상의 긴 기간에 걸쳐 방사성 핵종의 생물학적 축적과 분배가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면서 “현재 이에 대한 영향에 대해선 충분히 다뤄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넓은 바다에 비교적 소량의 오염수가 배출돼 희석되겠지만 “희석은 화학적 과정이고 생체 축적은 생물학적 과정이라는 점이 문제”라며 장기적 축적에 따른 영향도 깊이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에 대한 일반의 우려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며, 정부와 국제기구, 과학계 등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충실한 설명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한국과 중국에서 이 문제가 ‘정치화’되는 상황에 대해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영국 포츠머스대 스미스 교수는 2년 동안의 조사를 바탕으로 방사능 방충량이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는 IAEA의 보고서는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한국 정부 측도 IAEA의 결과에 동의한다고 밝혔지만 한국에선 이에 대한 ‘반대’도 많다면서 “이는 과학적인 관점에서 근거가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녹취: 스미스 교수] “I think they're absolutely right.
They've looked at this for two years they've come up with good doses…I know that the prime minister of South Korea has said that he believed that the release is okay and agreed the IAEA’s result but I know there's been a lot of opposition in South Korea to that. And that's totally scientifically unjustified.”

한국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9일 서울을 방문한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에게 IAEA의 보고서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혔습니다.

민주당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대책위원회’ 측은 이날 “대한민국 국민의 85%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에 반대한다”면서 IAEA 최종보고서에 대해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하다고 결론 내린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미 오리건주립대 히글리 교수는 안타까운 사고로 발생한 특정 방사성 핵종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바다 방류 외에는 대안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오염수를 증발시켜 대기로 방출하는 방법이 있지만 바다 방류가 더 짧은 시간 안에 더 작은 반경에서 더 효과적으로 희석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환경과 사람들에게 미치는 위험과 영향을 최소화한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과학자로서 국제원자력기구와 일본 정부의 방류 선택은 이치에 맞는 결정이라고 판단한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히글리 교수] “So you've gotta come up with a solution that minimizes as much as possible the risk and the impact to people in the environment. And I think that what they're choosing to do, it makes sense. It's unfortunate they have to do it but you've got to deal with the problem that you're confronted with. And it seems like this is a reasonable approach all other things consider.”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치적 비판이 아닌 과학적 근거를 둔 우려 제기는 과학계가 계속 수용하면서 관련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각국 정부와 국제사회도 일본 정부가 방류를 하게 될 경우 국제 기준에 부합해 과학적 안전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지속적인 감시와 조언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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