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2일 동해상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8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단념할 때까지 군사적 공세를 지속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화성-18형’ 시험발사를 감행했다고 13일 보도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이번 미사일이 최대 정점고도 6천648㎞까지 상승해 거리 1천㎞를 74분51초 간 비행해 동해 공해상 목표 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이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8형’을 시험발사한 것은 지난 4월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1차 시험발사 당시 미사일은 의도적으로 추력을 조절해 비행거리 1천㎞에 정점 고도는 3천㎞ 미만이었습니다.
이번 2차 시험발사는 1단계는 표준탄도비행 방식으로, 2단계와 3단계는 고각비행 방식으로 설정됐다고 매체들은 설명했습니다.
정상각도로 발사할 경우 1만5천㎞ 이상 날아갈 것으로 추정돼 미 본토 전역이 사정거리 안에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고체연료 ICBM은 발사 전 연료를 주입할 필요가 없어 기습발사에 용이하기 때문에 북한 미사일을 탐지해 선제타격하는 한국의 ‘킬체인’ 같은 대응 시스템을 무력화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전 국방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발표한 최고고도와 비행거리 비율 등을 보면 고체연료 ICBM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 성숙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1단과 2, 3단 비행 방식이 다르게 설정된 것은 비행 중 회피기동 능력을 시사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권용수 전 교수] “이것은 뭐냐 하면 비행 중에 급격히 어떤 기동을 할 수 있다는 얘기거든요. 그래서 비행 중 급격한 유도조종기술에 상당한 기술적 진전이 있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에 대해 북한대학원대학교 김동엽 교수는 표준보다는 고각으로 비행했을 때 엔진에 무리가 많이 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새롭게 개발한 고체연료 엔진을 사용하는 1단의 안정성을 고려해 표준비행 방식으로 발사한 것일 수 있다고 신중한 해석을 내놨습니다.
‘화성-18형’에 적용된 고체연료의 종류와 엔진 노즐부에 적용된 소재 등에서도 상당한 기술적 진전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이번 ‘화성-18형’ 시험발사 사진을 보면 엔진부의 화염이 붉은빛을 띠며 치마 모양으로 넓게 퍼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춘근 박사는 화염 색깔과 70분이 넘는 비행시간으로 미뤄 “고성능 추진체인 NEPE를 적용하고 고성능 복합재로 만든 엔진 노즐부를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며 “상당히 빠른 발전”이라고 말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장영근 미사일센터장은 “두 번째 시험발사의 성공을 통해 북한이 고추력 중대형 고체로켓 추진체 개발과 기술을 검증했다는 것이 중요한 메시지”라며 “미국으로서는 북한 ICBM에 대한 위협이 가중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미사일 발사 현지지도에서 “미제와 남조선이 반공화국 적대시 정책을 단념할 때까지 보다 강력한 군사적 공세를 연속적으로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미한의 대북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과 미국의 전략핵 탑재 핵추진 잠수함 등의 한반도 전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최근 상황을 ‘냉전시대를 초월한 핵 위기 국면’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화성-18형’ 시험발사가 미한의 군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권 차원이라고 정당화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미한의 대북 억지력 강화에 강대강 대응을 하고 있다며 지난달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로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려는, 국면 전환의 의도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정찰위성 발사로 아주 자존심을 많이 구겼거든요. 그 상황에서 이를 만회하기 위한, 결국 김정은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 그래서 의도적으로 고도나 비행시간을 가장 긴 형태로 해서 자신들의 기술력을 보여주려고 했다 이 정도로 정리가 될 것 같고요.”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시험발사 결과에 대만족을 표하며 “오늘의 이 사변적인 성과는 공화국 전략무력 발전에서 중요한 진일보로 된다고 기쁨에 넘쳐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이번 ‘화성-18형’ 발사에 앞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까지 나서 연일 미 정찰기가 자신들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했다며 격추 위협을 했습니다.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김진무 교수는 북한이 ICBM 도발을 할 땐 보다 분명한 명분을 필요로 한다며 ‘미 정찰기 침범’ 주장을 새삼 꺼낸 것도 그런 차원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최근 북한 김여정이 얘기했던 것은 당면한 미국의 위협에 대해서 부각을 시켰잖아요. 왜 그런 명분이 필요했느냐 결국 지금처럼 ICBM급을 쏘면 이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니까 당연히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고 논의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옹호할 수 있는 어떤 명분을 제공하는 것이 1차적인 목표다 이렇게 볼 수 있거든요.”
한국 통일부는 13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보고에서 북한의 ICBM 도발과 미 정찰기 격추 위협 담화, 그리고 오는 27일 이른바 ‘전승절’을 앞두고 보이고 있는 대규모 열병식 준비 동향 등에 대해 불리한 정세를 타개하고자 대남 대미 압박 재개에 시동을 건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군사적 공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힌 만큼 북한이 ‘화성-18형’ 추가 시험발사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발사 등 또 다른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이 ‘화성-18형’에 대해 단 분리 등 정상가동 여부를 테스트한 1차 발사에 이어 이번에 최대 성능 테스트를 한 만큼 향후 정상각도 발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과거 ‘화성-12형’처럼 고각발사를 동해안에서 여러 번 하고 그 다음에 북한이 나름대로 이게 신뢰성이 확보됐다고 평가할 경우엔 정상각도도 충분히 시도해 볼 수 있는 거죠.”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의 어떠한 위협과 도발에도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굳건히 할 것”이라며 “미한동맹의 압도적인 전력에 기반한 힘에 의한 평화를 구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