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일 이틀동안 미국, 중국, 인도 등 40여 개국 고위관리들이 우크라이나의 제안으로 사우디 제다에서 우크라이나 평화회의를 열었지만 '지속적인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약속 외에 구체적 행동으로 이어지진 못했습니다.
안드리 예르막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번 회의 결과에 관해 "논의가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말했으나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번 평화회의는 지난 6월 덴마크 코펜하겐 회의에 이은 두 번째 회의입니다.
두 차례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고, 각국 안보보좌관급이 참석했습니다.
이번 회의에는 미국의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주최국인 사우디의 무사드 빈 모하마드 알아이반 국가안보보좌관, 중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문제 특사 임무를 맡은 리후이 유라시아사무특별대표 등이 참석했습니다.
첫 번째 회의에 참여하지 않았던 중국이 나온 점은 주목할 사항입니다.
서방 측 관계자는 "제다 회담엔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참석국이 코펜하겐 회담 때보다 배 이상 많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중국이 대표단을 파견한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강조하고 "중국은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으로서 회담 바깥에서 견인력을 구축하는데 중요하고, 잠재적으로 러시아의 레드라인과 우려 중 일부를 논의에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은 다음 회의에도 참석할 의향을 내비쳤습니다. 시기와 장소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을 위한 추가적인 국제 회담에 기꺼이 참석할 의사가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관해 유럽 당국자는 "중국은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현재 수준에서 세 번째 회담을 갖는 것에 긍정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이 이번 회의에서 어떤 입장을 보였는지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러시아 국영 RT방송에 따르면 지난 2월 공개한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의 입장' 12개항을 다시 한 번 제시했습니다.
러시아는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제안한 10개항 평화방식(peace formula)에 대한 지지를 모으는 것이 회의를 제안한 배경이었던 만큼 러시아는 초청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 러시아, 브릭스 중심 우군 확보 모색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번 회의가 젤렌스키의 배후에 있는 개발도상국들을 동원하려는 서방의 "끝없는 노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러시아는 이달 22~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에 관해 논의하겠단 방침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중국과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러시아 이외 다른 브릭스 회원국들은 이번 제다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 우크라이나, 크름반도 교량 공격
러시아가 점령한 크름반도(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의 나머지 지역을 연결하는 주요 교량 두 곳을 우크라이나군이 공격했습니다.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6일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크름반도와 헤르손 지역을 연결하는 촌하르 다리 도로에 구멍 3개가 생성돼 차량 통행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6월에도 같은 다리를 공격한 바 있습니다.
러시아 측 인사인 블라디미르 살도 헤르손 주 점령지 행정부 수반은 공격으로 운전자 한 명이 부상을 입었고, 작은 마을 헤니체스크 근처 촌하르 동쪽에 있는 두 번째 다리(헤니체스크 다리)의 교통이 폐쇄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다리 근처의 가스 파이프라인이 손상돼 2만명 이상에게 공급이 차단됐다고 덧붙였습니다.
공격 받은 두 다리는 러시아 본토에서 크름반도를 거쳐 헤르손과 자포리자 전선의 러시아군에게 병력과 장비를 보내는 주요 경로입니다.
살도 수반은 스톰 섀도 장거리 미사일이 촌하르 다리 공격에 사용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현장에서 수거된 스톰 섀도 파편 사진이 잇따라 올라왔습니다.
스톰 섀도(프랑스명 스칼프)는 영국과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입니다.
우크라이나 24tv 방송은 우크라이나군이 이번 공격에 미사일 12발을 발사했다고 보도하면서, 이 가운데 9발은 대공방어망에 격추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설했습니다.
■ 공격 사실 인정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공격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같은 날 오후 3시쯤 촌가르 다리와 헤니체스크 다리가 손상됐다고 발표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의 최근 움직임은 러시아의 주요 보급 경로를 차단하고 전쟁의 범위를 기존 러시아 점령지로 확전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됩니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 텔레그램에 올린 성명에 따르면 이날 공격은 러시아 방공시스템이 모스크바로 접근하는 우크라이나 드론을 격추한 당일 발생했습니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은 이날 모스크바에 취항하는 브누코보 공항이 '보안상의 이유'로 항공편 운항을 일시 중단했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4일 우크라이나 해상 드론은 러시아 노보로시스크 항구 근처에서 러시아 군함을 손상시켰고, 이날 밤에는 또 다른 드론이 러시아가 점령한 크름반도에서 유조선을 공격했습니다.
지난주에는 러시아 국방부를 포함해 정부 기관 사무실들이 있는 모스크바의 고층건물을 두 차례 드론으로 공격했습니다.
러시아 영토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점점 대범해지고 있는 양상입니다.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동부에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새로운 공세를 가하면서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