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이 지금까지 6차례의 핵실험으로 지반이 많이 약해졌다고 유엔 산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의 로버트 플로이드 사무총장이 지적했습니다. 플로이드 사무총장은 28일 VOA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하면 추가 붕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북한이 다른 비밀 시설에서 핵실험을 해도 이를 탐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피력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유엔이 정한 ‘국제 핵실험 반대의 날’을 맞아 플로이드 사무총장을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플로이드 사무총장님, ‘국제 핵실험 반대의 날’을 맞아 금세기 들어 유일하게 핵무기 실험을 실시한 북한 정부와 주민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으신가요?
플로이드 사무총장) 8월 29일 ‘국제 핵실험 반대의 날’은 카자흐스탄 세미팔라틴스크 핵실험장이 영구 폐쇄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됐습니다. 이 날은 전 세계 국가들이 함께 더 이상의 핵실험이 없어야 한다고 선언하는 날입니다. 우리는 모든 국가들이 자신들이 약속한 실험 중단 공약과 관행을 준수할 것을 요청합니다. 그리고 북한에 대해서도 이러한 방식으로 국제 사회에 동참할 것을 강력히 독려합니다.
기자)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이 여전히 핵실험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과 한국은 북한이 언제든 7차 핵실험을 할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고요.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할 경우 CTBTO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됩니까?
플로이드 사무총장) CTBTO는 전 세계 321 곳의 관측소에서 지각∙해양∙대기 진동과 대기 중 방사성 핵종 자료를 수집하고 있으며, 이를 통합해 언제 어디서든 핵폭발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에서든 지구 어느 곳에서든 핵폭발을 탐지할 수 있도록 항상 준비돼 있습니다. 그리고 하루 중 언제라도 관련 자료를 수집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정보를 전 세계 186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 서명국들에 전달하고 보고할 것입니다. 따라서 어디서든 실험이 있으면 감지되고 전 세계에 정보가 전달될 것입니다. 비밀리에 실시될 수 없습니다.
기자) 따라서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이 아닌 다른 비밀 핵실험장에서 실험을 실시하더라도 효과적으로 감지할 수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플로이드 사무총장) 언제 어디서 핵폭발이 일어나더라도 우리가 이를 탐지할 수 있다는 확신을 전 세계 국가들에게 주는 것이 우리의 공약입니다. 우리는 그 정보를 전달할 것입니다. 우리는 기존에 알려진 핵실험 장소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도전은 지구의 모든 장소를 항상 다루는 것입니다.
기자) 북한에서 올해 여섯 차례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이전의 핵실험이 지반 붕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관측이 있습니다. 7차 핵실험으로 지반이 크게 붕괴될 수 있다는 견해에 동의하십니까?
플로이드 사무총장) 2017년의 6차 핵실험은 북한이 실시한 핵실험 중 가장 큰 규모였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핵실험이 같은 장소인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이뤄졌는데, 풍계리 핵실험장은 사실 작은 산(만탑산) 아래에 여러 개의 갱도가 뚫려 있는 곳입니다. 이 실험으로 인해 그 산의 암석과 지형이 상당히 파괴됐습니다. 그리고 2017년 실험 이후 지각에 있는 암석이 새로운 위치에 자리잡는 여진이 꽤 많이 발생했습니다. 암석이 움직일 때마다 우리는 그 정보를 수집하고 여진이 발생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갱도 천장에 있는 바위가 갑자기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의 관측 체계는 매우 예민하기 때문에 그러한 큰 암석이 떨어져 내리는 것도 감지할 수 있습니다. 현재 시험장이 위치한 산이 상당히 느슨한 상태인 것은 분명하며, 그 결과 이러한 종류의 소규모 지진 활동이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자) 그 지역이 현재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7차 핵실험이 같은 곳에서 진행되면 많은 충격을 줄 것이라는 말씀이시네요?
플로이드 사무총장) 후속 실험이 갱도와 굴뚝, 산 내부의 구조물에 더 많은 붕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확실합니다. 그 영향의 정도는 실험의 규모에 달려있습니다. 우리는 실험의 규모를 예측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산이 점점 더 약해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기자) 앞서 라시나 제르보 전 CTBTO 사무총장은 2019년 VOA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CTBTO의 참관국(observer)이 되는 것이 신뢰 구축의 첫 걸음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조언을 하시겠습니까? 현재 CTBTO에 어떤 참관국들이 있습니까?
플로이드 사무총장) CTBTO에는 몇몇 참관국과 참관 단체가 있는데 많은 수는 아닙니다. 무엇보다 저는 북한 지도부와 관여해 신뢰 구축의 첫걸음을 내딛는 것의 가치에 대해 논의하고 싶습니다. 그 첫걸음은 실험 유예를 약속하거나 CTBT에 서명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분명히 외교와 협상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북한 정부와 정중하게 대화할 수 있길 바랍니다.
기자) CTBTO가 북한과 마지막으로 접촉한 것은 언제입니까?
플로이드 사무총장) 우리는 여러 접촉을 시도했고 여전히 그러한 만남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저는 북한 관리들과 만날 기회가 없었지만 만나고 싶습니다.
기자) CTBTO는 북한의 비핵화 검증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는데요. CTBTO가 어떤 고유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플로이드 사무총장) CTBTO의 역할은 모든 국가들에게 어떤 실험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확신을 주는 것입니다. 비핵화를 향한 계획과 조치가 있다면 우리는 모든 국가들에게 계속해서 그러한 확신을 줄 것입니다. 이것은 신뢰 구축에 중요합니다. 검증은 공약과 성명에 신뢰를 더합니다.
기자) 한국인의 70%가 자체 핵무기 보유를 원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핵무장론이 주류 담론이 됐고 여당 정치인들이 지지하고 있죠. 한국이 핵무장을 결정한다면 국제 비확산 체제에 어떤 위협이 될까요?
플로이드 사무총장) 저는 한국 정부가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들과 함께 핵무기 확산에 반대하며, 궁극적이고 세계적인 군축을 위해 굳건히 서 있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구체적인 위치와 상황을 고려할 때 이는 대담하고 강력하며 높이 평가할 만한 입장입니다. 한국 정부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이 입장을 지속한 것을 높이 평가합니다. 올해 8월 6일 저는 히로시마 원폭 투하 기념일을 맞아 히로시마를 방문했습니다. 핵무기 사용으로 인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발생한 참혹한 현실을 마주하는 것은 깊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핵실험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궁극적으로 핵무기 없는 세상이 훨씬 더 나은 세상이고 우리 모두가 계속 추구해야 할 세상입니다. 저는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 CTBT가 공식적으로 비준되면, CTBTO는 핵실험이 의심되는 지역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실시할 수 있습니다. 비준 뒤에는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도 핵실험이 실시되기 전에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을 경우 CTBTO가 조사를 할 수 있을까요?
플로이드 사무총장) CTBT의 발효는 우리가 계속 노력해야 할 부분입니다. CTBT가 서명 되기 전에는 2천 건이 넘는 핵실험이 있었고, 1996년 CTBT 서명이 시작한 이래 오늘까지 실시된 핵실험은 12건도 채 되지 않습니다. 금세기에 들어서는 북한 한 나라만 핵실험을 했죠. 따라서 CTBT는 핵실험을 억제하는데 있어 이미 놀라운 성공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기자가 정확하게 지적한 대로 CTBT가 발효가 안되면 현장 사찰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지 못합니다. 현장 사찰은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가장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궁극적인 조사와 검증 방법입니다. 핵실험이 실제로 이뤄졌는지, 또는 핵실험 주장이 있지만 실제로 실험이 실시되지 않은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현재와 미래의 모든 인류에게 최대한의 신뢰를 줄 수 있도록 조약 발효 작업을 완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로버트 플로이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 사무총장으로부터 북한 7차 핵실험 시 CTBTO의 역할과, CTBTO가 파악하고 있는 풍계리 핵실험장 현황, 한국의 핵무장론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