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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정상 회동서 이미 제재 위반…‘로켓 관련 질문’도 문제 소지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둘러봤다.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둘러봤다.

북러 정상 간 짧은 만남에서 유엔 제재 위반으로 간주될 수 있는 장면이 몇차례 노출됐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우주기지 방문 중 던진 로켓 기술 관련 질문과 러시아 측의 답변도 엄밀한 의미에선 제재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는 건데요. 함지하 기자가 그 이유를 설명해 드립니다.

12일 블리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기지 내 관계자에게 로켓 기술과 관련한 질문을 하고 일부 내용을 메모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보조까지 포함해서 8미터인가? (네, 맞습니다.)"

김 위원장은 발사체에 사용되는 연료의 특성과 추진 원리에 특별한 관심을 둔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언론은 김 위원장을 호기심 많은 학생의 모습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이 같은 행동은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위반 논란을 낳습니다.

지난 2016년 북한의 핵실험에 대응해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 결의 2321호는 러시아를 포함한 유엔 회원국이 북한에 탄도미사일 관련 기술을 전수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2321호 11항은 “모든 유엔 회원국은 의료 교류를 제외하고 북한이 공식적으로 후원하거나 북한을 대표하는 개인 혹은 기관과 과학과 기술 협력을 중단할 것을 결정한다”고 명시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핵 과학 기술과 항공우주, 항공 공학과 기술, 첨단 제조 생산 기술과 방식 등을 해당 분야로 열거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북한을 대표하는 개인인 것은 명백하고, 김 위원장이 관심을 보인 분야가 항공우주, 항공 공학 등인 것으로 미뤄 이날 김 위원장의 단순한 질문조차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게다가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가 북한의 인공위성 제작을 도울 것인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그것 때문에 이곳에 왔고 북한 지도자는 로켓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그들은 우주를 개발하려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도 러시아의 로켓 기술을 배우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우주 강국의 현 주소와 앞날에 대해서 우리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주신 데 대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3일 기자들에게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원한다면 북한 우주비행사를 훈련시켜 우주로 보내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우주 분야 협력이 현실화된다면 이 역시 결의 2321호에 대한 명백한 위반입니다.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워장과 함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둘러봤다.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워장과 함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둘러봤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에서 대북제재 위반으로 간주될 수 있는 사례는 또 있습니다.

한국 언론은 이번 방문에 동행한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조춘룡 노동당 군수공업부장이 안보리 제재 대상자라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이들은 각각 결의 2397호와 2321호에 의거한 제재 대상입니다.

안보리 제재의 공식 명칭은 ‘여행금지 및 자산 동결’입니다. 즉 이들은 북한 밖을 여행할 수 없고, 해외에 재산이 있다면 이는 동결 대상입니다.

따라서 유엔 회원국인 러시아는 이들의 입국을 즉시 금지해야 했지만 리병철 등은 어떤 제약도 없이 김정은 위원장을 수행했습니다.

이들을 제재한 2397호와 2321호는 모두 안보리 15개 이사국이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결의입니다.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도 이들을 제재하는 데 동참한 것입니다.

두 정상의 짧은 만남 속 언행조차 잇단 제재 위반 소지를 일으킨다는 것은 향후 더 많은 제재 불이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현재 미국 정부는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포탄 제공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6일 우크라이나 전장은 포탄이 매우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우리는 푸틴이 북한에서 얻고자 하는 것 중 하나가 다른 많은 군수품 중에서도 포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녹취: 커비 조정관] “And that is why we also believe one of the things that Mr. Putin is looking for from Pyongyang is artillery, amongst other types of munitions.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13일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13일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만약 북한이 포탄을 제공한다면 이 또한 대북제재 결의 위반입니다.

안보리는 2006년 채택한 결의 1718호를 통해 장갑차, 탱크, 군함 등을 북한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했는데, 2016년 결의 2270호에서 거래 금지 대상 품목의 폭을 소형 무기와 경무기, 그리고 관련 물자로 크게 늘렸습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무기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할 뜻을 내비쳤는데, 그 중 하나가 관광입니다.

러시아의 올레크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는 현지 언론에 김 위원장과 만나 북한과 러시아의 관광과 농업 분야 협력 사업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관광은 유엔 안보리가 직접 금지하는 분야는 아니지만 실제로는 안보리 결의의 여러 조항에 대한 위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제재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에서 활동한 후루카와 가쓰히사 전 위원은 앞서 VOA에 한국 문재인 전임 정부의 금강산 관광 추진과 관련해 “유엔의 제재를 위반하지 않고 그런 사업을 재개하기 매우 어렵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후루카와 위원은 “유엔 안보리 결의 2321호 32항은 대북 무역에 대한 공적·사적 금융지원이 금지돼 있다”며 “여행은 “서비스 무역”에 포함되고, 보험금 지급은 “공적·사적 금융지원”에 포함돼 안보리의 승인 없이 북한 여행자보험을 들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한미경제연구소 KEI 트로이 스탠거론 선임국장도 같은 논란에 대해 북한으로의 개별 관광은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은 아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탠거론 국장] “While going to North Korea itself…”

관광회사들이 관광 비용을 지불할 때 제재 위반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관광객들이 직접 현금을 들고 북한에 들어가는 것도 ‘현금을 운송하지 말라’는 유엔 제재 위반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와는 별도로 안보리 결의 2270호는 북한을 출발하거나, 북한으로 향하는 모든 화물을 검색하도록 했습니다. 러시아 관광객이 북한을 향한다면 이들의 소지품은 의무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건설 현장의 북한 노동자들 (자료사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건설 현장의 북한 노동자들 (자료사진).

안보리가 금지한 북한인 노동자가 다시 러시아로 향할지도 주목됩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 위원장의 수행단에는 북한의 건설 부문을 책임지는 박훈 내각부총리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12일 취재진에게 “박훈 내각부총리는 건설을 담당하고 있어 노동자 송출 논의가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말했습니다.

안보리는 2019년 8월 채택한 결의 2371호를 통해 북한의 해외 노동자 수를 당시 수준에서 더 늘리지 못하도록 했으며, 한 달 뒤 결의 2375호에선 신규 노동 허가증 발급을 금지했습니다.

이후 안보리는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자 2019년 12월 결의 2397호를 채택하고 당시를 기준으로 2년 뒤인 2021년 12월까지 각국이 자국에 있는 모든 북한 노동자를 본국으로 송환하도록 했습니다.

만약 러시아가 건설 등 분야에서 북한 노동자를 고용한다면 이는 안보리 결의 2397호를 정면으로 위반하게 됩니다.

이런 가운데 대북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13일 VOA에 러시아가 북한산 석탄을 구매할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스탠튼 변호사] “North Korea's largest source of revenue for its WMD programs is its exports of coal, much of which is mined in its political prison camps under inhumane conditions, and all of which is under a UN export ban. We've known for years that North Korea evades this ban by shipping coal to Russia, and that Russia reexports that coal as Russian.”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의 최대 수입원은 석탄이며 대부분 비인도적인 환경의 정치범 수용소에서 채굴된다”는 설명입니다.

스탠튼 변호사는 “북한의 석탄은 유엔 안보리의 금수 대상”이라며 “우리는 북한이 러시아로 석탄을 운송해 이 금수 조치를 회피하고, 러시아는 이를 러시아산으로 재수출한다는 사실을 수년 동안 알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결의 2371호에 따라 석탄을 포함한 북한의 모든 광물에 대한 수출을 금지한 상태입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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