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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찰위성 10월 중 발사’ 불발될 듯…한국 “지속 추적 감시 중”


지난 5월 한국 서울역 이용객들이 북한 정찰위성 발사 관련 TV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5월 한국 서울역 이용객들이 북한 정찰위성 발사 관련 TV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두 차례 실패 끝에 10월 중 3차 시도를 예고했던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시한을 넘길 것으로 보입니다.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위성 발사 준비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발사를 미루는 배경에 대해 여러 관측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지난 8월 군사정찰위성 2차 발사에 실패한 직후 국가우주개발국이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대책한 후 10월 중 제3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었습니다.

하지만 10월을 하루 남긴 30일 현재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서해위성발사장에선 이렇다 할 동향이 포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성준 한국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준비 동향에 관한 질문에 “군은 관련 지역과 시설에 대해 다양한 도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속 추적, 감시하고 있다”면서도 “현재로선 추가로 설명할 사안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5월과 8월 두 차례 정찰위성 발사 시도 당시 각각 발사 이틀 전에 전세계항행경보제도(WWNWS)상 한국과 북한이 속한 지역의 항행구역 조정국인 일본에 이를 사전 통보한 바 있지만 3차 발사를 예고한 사전 통보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국제기구 등에 대한 사전 통보 없이 위성을 발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이런 전례에 비춰 본다면 10월 중에 쏘려면 이미 국제기구에 발사 통보를 했어야 한다는 겁니다.

북한은 2차 발사 실패 직후 ‘3단계 비행 중 비상폭발체계 오류’를 원인으로 지목하며 “믿음성과 체계상 큰 문제는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해당 오류를 바로 잡는 데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3차 발사 성공 여부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력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와 직결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교수] “위성 발사를 공언했고 성공할 것을 확신했는데 두 차례 실패했는데다가 세번째도 실패하면 리더십도 손상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안정적 기술을 확보할 때까지 조금 시간을 두고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특히 러시아 측이 지난달 북러 정상회담 과정에서 북한의 위성 등 우주개발 사업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힌 점을 들어 북한이 러시아의 기술 지원 등을 바탕으로 발사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북한의 ‘10월 발사’ 예고는 북한 주민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서만 발표됐기 때문에 발사 일정을 미뤄도 내치 차원에서 크게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발사체 보다는 군사정찰위성에 걸맞는 수준의 위성 본체 제작과 관련한 러시아와의 협력 때문에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한국의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은 2012년과 2016년 비록 효용가치가 없다고 평가된 위성이지만 지구궤도에 안착시킨 경험이 있을 만큼 발사체 기술 수준은 높지만 위성은 조잡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이 때문에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회담 이후 위성 시스템과 관련한 양국 협력이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권용수 전 교수] “지난번에 러시아를 방문하면서 두 국가 간에 위성시스템 특히 감시정찰 위성에 관련된 기술 지원 이런 게 논의됐을 것 같고 그런 측면에서 이번엔 그런 열악한 수준의 위성 시스템이 아니라 제대로 된 위성 시스템을 쏘아 올리겠다라는 그런 의도가 있는 것 같아요.”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5월 북한의 첫 정찰위성 실패 당시 서해에 추락한 잔해물을 인양해 분석한 결과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당시 한국 군이 인양한 위성 잔해 중에는 위성체에 달린 광학카메라와 부품, 경통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진무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교수는 러시아 입장에선 미국을직접 겨냥한 탄도미사일 기술보다는 위성기술 지원이 국제사회 비난을 피하면서도 북한의 탄약 지원에 상응한 거래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김 위원장의 당장의 관심은 러시아와의 거래에 집중해 있고 정찰위성 발사는 후순위로 밀려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김정은이 지금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 탄약 거래를 통해서 반대급부를 뭘 받든지 그 거래를 최대한 실리를 뽑아내는 게 최대 관심이란 말이에요. 지금 관심이 거기에 가 있는데 굳이 인공위성까지 관심을 분산시켜서 할 필요가 없다 이게 또 하나 작용할 수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까지 터지면서 북한이 도발 보다는 외교전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달 말 최고인민회의에서 외교전을 강조했고 이후 반미 연대에 초점을 맞춘 외교 행위와 대외매체 선전에 집중하는 양상이라고 말했습니다.

홍 박사는 특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터지면서 북한은 중동에서 높아지는 반미 반이스라엘 여론에 편승해 외교전에 한층 힘을 싣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고유환 명예교수는 잇단 전쟁 발발로 국제사회의 이목이 분산된 외교적 환경 또한 북한이 위성 발사 시점을 고민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교수] “외교적으론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이스라엘 전쟁도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어려운 시기적인 문제도 인공위성 발사 연기와 연관지어 볼 수 있다는 거겠죠.”

홍민 박사는 러시아로부터의 기술 자문 결과에 따라 북한의 3차 정찰위성 발사 시점이 꽤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심혈을 기울이는 전략무기 개발의 핵심 요소이고 이미 내외에 공표된 사업이라는 정치적 무게 때문에 여전히 연내 감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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