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8월 2차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뒤 10월에 3차 발사를 단행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정찰위성의 결함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지난 8월 24일 2차 정찰위성 발사 실패를 인정하면서 “원인을 빠른 기간 내에 해명해 10월에 제3차 정찰위성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아직까지 3차 발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신원식 한국 국방부 장관은 3일 북한의 3차 정찰위성 발사 동향과 관련해 “식별된 징후로 볼 때 1~2주 이내에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11월 말 정도에는 할 수 있을 가능성은 있지 않겠느냐”면서도 “그것도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신 장관은 또 러시아의 기술 지원 때문에 발사 시간이 지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습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9월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기술 지원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미사일 및 위성 전문가들은 북한의 정찰위성과 관련한 정보가 거의 없어 앞선 두 차례 실패 원인과 3차 발사 시점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두 차례에 걸친 실험 실패 뒤 주장한 것처럼 간단한 결함일지라도 해결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주 전문가인 조너선 맥도웰 하버드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 박사는 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발사 실패가 로켓 설계의 근본적인 문제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말한 대로 비교적 단순 결함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고치기 쉽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맥도웰 박사] “Well, I believe from what they were saying, it's a relatively simple error that doesn't necessarily mean it's easy to fix.”
북한 당국은 1차 발사 실패 원인에 대해 ‘1단계 분리 후 2단계 엔진의 시동 비정상에 따른 추진력 상실’이라고 밝혔고, 2차 실패 원인으로는 ‘3단계 비행 중 비상폭발 체계 오류’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서둘러 3차 발사 단행을 공언했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발사 실패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제프리 루이스 미국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은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2차 발사 실패 원인을) 발표했을 때 비교적 간단한 문제였는지 아닌지 알지 못했을 것”이라며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려면 원격 및 다른 데이터들을 면밀히 검토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루이스 소장] “I don't think the North Koreans could possibly have known whether the problem was relatively simple when they announced it, because it takes time to really study the telemetry and other data to understand what must have gone wrong.”
루이스 소장은 또 “북한이 문제의 본질을 주의 깊게 검토할 시간도 없이 3차 발사를 공언해서 놀랐다”며 “그래서 오히려 빨리 발사하겠다고 했다가 발사가 지연되는 것이 놀랍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위성 발사 실패를 면밀히 분석하고 결함을 수정해 재발사를 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마련인데 북한은 그런 면밀한 검토 과정도 없이 서둘러 2차 발사 실패 뒤 두 달 만인 10월까지 3차 발사를 하겠다고 단언했단 겁니다.
지난 5월 25일 발사에 성공한 한국형 우주 발사체 누리호는 2021년 10월 1차 발사 실패 뒤 2022년 6월 발사 때까지 8개월이 걸렸고, 3차 발사 때까지는 11개월이 걸렸습니다.
루이스 소장은 북한의 3차 정찰위성 발사 지연 이유에 대해서는 관련 정보가 제한돼 잘 모르겠다면서도 “북한이 (지금쯤) 이전 발사 실패 원인과 그 결함들을 고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란 걸 파악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맥도웰 박사는 “우리도 정보가 거의 없지만 북한 스스로도 위성 발사 실패 원인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는지 불분명하다”며 “그래서 북한은 여러가지를 추측하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도웰 박사] “We have little information, but also it's not clear how much information the North Koreans themselves have about why it failed. So they may have to try, you know, they may have to guess at different things and cover all the possibilities.”
맥도웰 박사는 북한이 공언한 시점이 이미 지난 것과 관련해선 위성 발사는 복잡하고 민감한 기술을 필요로 하며 언제든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당초 계획보다 한두 달 늦어지는 건 다반사라고 했습니다.
러시아의 기술 지원 가능성과 관련해선 단기적인 문제라기보다 장기적인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말했습니다.
맥도웰 박사는 “(러시아의 대북 지원은) 훨씬 더 장기적인 이슈”라며 “앞으로 몇 년간 북한이 러시아 기술과 방법을 적용하는 걸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도웰 박사] “I think that's a much longer term issue. Over the years to come, we may see Russian technology or methods being adopted by the North Korean.”
루이스 소장은 “러시아가 북한의 위성 발사체 개발을 돕고 있다는 증거가 있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만약 러시아가 북한을 돕는다면 러시아 전문가들이 북한이 설계하고 만든 우주 발사체 시스템에 익숙해져야 하기 때문에 훨씬 더 오래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러시아가 북한을 돕는다면 발사 시점을 앞당기기보다 오히려 뒤로 미룰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루이스 소장] “I don't know that there's a lot of evidence that the Russians are assisting with development of the launch vehicle and if they were, it would probably take much longer because the Russian experts would have to become familiar with the system as designed and manufactured by the North Koreans.”
루이스 소장은 그러면서 북한이 새로운 상단부 엔진을 시험하고 있는데 실제 조건에서 충분히 시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선 북한의 3차 발사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1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와 관련해 “10월로 공언한 발사일이 미뤄지는 가운데 최근 엔진과 발사장치 점검 등 막바지 준비에 한창인 것으로 파악한다”고 밝혔습니다.
VOA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19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한밤중 밝은 빛이 새어 나오는 모습이 포착돼 북한이 3차 발사를 준비하는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맥도웰 박사는 “북한의 정찰위성에 관한 정보가 거의 없기 때문에 북한이 지금부터 2월 사이, 혹은 당장 다음 주에 발사를 해도 놀랍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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