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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합의 파기한 북한, DMZ 내 GP 복원…‘만리경1호’ 미한 군 기지 촬영 주장


 북한군 장병들이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에 감시소를 설치하고 있다. 27일 공개된 장면.
북한군 장병들이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에 감시소를 설치하고 있다. 27일 공개된 장면.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한 북한이 최전방 감시초소(GP)를 복원하고 서해 해안포 포문 개방을 늘리면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또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로 미한 주요 군사기지를 잇달아 촬영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군 당국은 27일 북한 군이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파괴한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에 병력과 장비를 다시 투입하고 감시소를 설치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군 감시장비로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국방부는 27일 입장자료를 내고 “24일부터 북한은 9.19 군사합의에 따른 일부 군사 조치에 대한 복원 조치를 감행 중”이라며 “파괴 또는 철수했던 GP 11개소에 근무자를 투입하고 임시초소를 설치하고 중화기를 반입했으며, 서해 해안포 포문 개방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군이 카메라와 열상장비로 촬영해 공개한 사진은 동부전선 GP로, 북한 군 병력이 감시소를 설치하는 장면과 진지에 무반동총으로 추정되는 중화기를 배치하는 장면, 그리고 병력이 야간 경계근무를 서는 장면 등이 담겼습니다.

남북한은 5년 전 체결한 9.19 군사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 내에서 운영 중이던 각각 11개 GP 중 10개를 완전 파괴했고, 1개씩은 병력과 장비는 철수하되 원형은 보존했습니다.

이에 따라 비무장지대 내 GP는 북한 측이 160여개에서 150여개로, 한국 측은 60여개에서 50여개로 줄어든 상태였습니다.

한국 군 관계자는 “GP 복원이 어느 정도 수준일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나무로 만들었기 때문에 임시로 만든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GP 내 중화기에 대해서는 “무반동총과 유사한 무기가 식별됐고 고사총 등은 현재 보이지 않지만 다 들여온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군의 이번 조치는 군사합의 파기 선언에 따른 후속 조치로, 최전방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영구 시설물이라기 보다는 준비해 놨다가 목재로 만든 임시초소를 신속하게 설치하고 있는 거고요, 일단은 정치적 제스처 성격이 더 강한 것 같고 중장기적으로 영구 고정기지를 설치하는 방향으로 흘러 가겠죠.”

한국 정부는 앞서 지난 21일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따른 대응조치로 9.19 군사합의 일부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켰고, 이에 북한은 23일 사실상 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했습니다.

군 관계자는 또 북한 군의 서해 해안포 개방과 관련해선 “기존엔 평균 1개소에 2문 정도였는데 지금은 많이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고 “북한의 동향을 빈틈없이 감시하면서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김명수 합참의장은 북한 군 조치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한국 군 GP 재가동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김 합참의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군 GP 복원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적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며 “신뢰를 깬 건 북한이기 때문에 상응 조치를 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의 이번 조치는 북한 지도부의 군사합의 파기 선언으로 예상됐던 일이라며, 한국 군의 경계태세가 격상된 만큼 북한이 한국 군을 직접 겨냥한 도발에 나서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신 사무국장은 그러나 북한 군이 12월 시작되는 동계훈련 기간 중 해안포 사격 등을 통해 군사적 긴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12월부터 내년 3,4월까지 동계훈련 기간이 길어요. 이제 초소 설치하고 그 다음 단계가 육상과 해상의 적대행위 금지구역에서의 포 사격 훈련 등 그런 것일 가능성이 있죠.”

이런 가운데 북한은 지난 21일 밤 쏘아 올린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로 미국과 한국의 주요 군사기지를 잇달아 촬영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5일 오전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찾아 오전 9시 59분 40초부터 10시 2분 10초 사이 정찰위성이 진해, 부산, 울산, 포항, 대구, 강릉 등 중요 표적지역을 촬영한 사진을 봤습니다.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방문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5일 공개한 사진.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방문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5일 공개한 사진.

또 위성이 오전 10시 1분 10초에 촬영한 사진엔 부산 남구 용호동에 위치한 군항에 정박해 있는 미 해군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 호도 포착됐습니다.

25일 새벽 5시 13분 22초에 정찰위성이 미국 하와이 상공을 통과하며 진주만의 해군기지와 호놀룰루의 히캄 공군기지 등을 촬영한 사진도 김 위원장이 확인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24일에도 평양종합관제소를 찾아 당일 오전 촬영한 목포, 군산, 평택, 오산, 서울 등의 위성사진을 확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김 위원장이 27일 오전 9시 17분 7초 괌의 앤더슨 미 공군기지를 촬영한 자료를 보고받았고, 25일 오후 5시 56분 28초 이탈리아 로마시를 촬영한 자료와 기타 지역들을 시험촬영한 자료들도 구체적으로 보고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장영근 미사일센터장은 북한이 공개한 영상촬영 표적 위치와 위성의 해당 위치 통과 시간이 대체로 부합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장영근 센터장] “북한이 한국과 미군 기지 이런 부분에 영상촬영 표적 위치와 통과시간을 제시했는데요, 여러 가지 인공위성 추적 사이트가 있어요. 그것을 보면 실제로 만리경 위성이 지나간 궤적과 시간이 대부분 일치한다 이렇게 보시면 되겠고요.”

한국 군 당국은 그러나 북한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통상 군사정찰위성을 보유한 국가가 작동 상태를 확인, 검증하고 영상품질을 보완하는 데 수개월이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북한의 발표가 너무 섣부르다는 겁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의 정찰위성체가 현재 궤도에는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지난 5월 1차 정찰위성 발사 실패 당시 수거됐던 잔해 분석 결과 위성체 수준이 조악했던 점으로 미뤄 “그로부터 수개월 내에 위성체의 기술적 진전을 이루기에는 다소 제한이 있지 않나 평가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앞서 ‘만리경 1호’ 발사 직후 일주일에서 열흘간의 ‘세밀조종공정’을 마친 뒤 12월 1일부터 정식 정찰임무에 착수하게 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의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이 현재 ‘만리경 1호’와의 송수신 체계와 영상 전달 프로세스를 점검하는 중일 것이라며, 위성이 정식 임무에 돌입하면 일부 영상을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이 정식 임무를 수행하기 전인데도 연일 김 위원장의 관련 행보를 묶어서 영상촬영을 부각하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는 데 대해 미한일 안보 협력 강화에 대한 견제 차원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북한도 나름대로 이런 확장억제 또는 한미일 안보 협력에 대해서 그들도 견제하고 있다는 것을 대내외에 선전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보여집니다.”

한편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논의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를 앞두고 자신들의 자주권을 침해하지 말라고 반발했습니다.

김선경 외무성 국제기구담당 부상은 27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들을 걸고 공화국 자주권을 또다시 침해하려 든다면 그로부터 초래되는 그 어떤 후과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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