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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백악관·펜타곤·군기지 등 미 본토 촬영”…연일 정찰위성 선전전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방문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5일 공개한 사진.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방문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5일 공개한 사진.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가 백악관과 국방부 등 미 본토 내 주요 시설을 촬영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연일 위성 촬영 상황을 관영매체로 보도하면서 대내외 선전전을 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과 28일 새벽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로부터 25일부터 28일까지의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 운용 준비 상황에 대해 보고받았다고 28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평양 시간 27일 오후 11시 35분 53초 미국 버지니아주 노퍽 해군기지와 뉴포트 뉴스 조선소, 비행장 지역을 촬영한 자료와 27일 오후 11시 36분 25초 백악관, 펜타곤 등을 촬영한 자료를 구체적으로 보고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노퍽 해군기지와 뉴포트 뉴스 조선소 지역을 촬영한 자료에서 미 해군 핵항공모함 4척과 영국 항공모함 1척이 포착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그러나 ‘만리경 1호’가 촬영한 위성사진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지난 21일 밤 첫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해 궤도에 올려 놓은 뒤 한반도는 물론 미국령 괌과 하와이 등 한국과 미국의 주요 군사기지를 촬영했다고 주장해 왔지만 위성사진을 공개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정식임무 수행 착수를 앞두고 있는 ‘만리경 1호’에 대한 운용준비사업에 대해 커다란 만족을 표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현재 ‘만리경 1호’에 대한 세밀조종 공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밀조종공정은 위성의 궤도 안착, 카메라 등 관측도구가 지상관제소와 교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위성 자세 정렬, 촬영 상태와 사진 전송 점검 등 위성 전력화를 위한 미세조정 절차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춘근 박사는 북한이 세밀조종 공정 기간 중인데도 연일 중계방송하듯 촬영 상황을 보도하는 것은 선전전 차원이라며, 촬영이 사실이더라도 제대로 된 품질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춘근 박사] “정확하게 그 지점을 통과한 것은 맞지만 거기서 나오는 사진 품질이나 그것을 교정해 나가는 과정은 아직도 상당한 시간이 더 있어야 하는데 위성이 정상작동한다는 것을 전 세계에 과시하기 위해서 그것을 계속 공개한다는 것이죠.”

북한 매체들이 밝힌 위성의 사진 촬영 시간과 위치는 미한 당국이 추정하는 위성의 궤적 선상과 대략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만리경 1호’가 일주일에서 열흘간의 세밀조종 공정을 마친 뒤 12월 1일부터 정식 정찰임무에 착수하게 된다고 밝힌 바 있는데 ‘조선중앙통신’은 이 기간이 하루나 이틀 정도 앞당겨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르면 29일부터 만리경 1호가 정식 임무에 돌입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한국 군 당국은 통상 위성 전력화 과정에 수개월이 걸린다며 정찰위성 운용 경험이 없는 북한이 열흘도 안 돼 이 과정을 마무리한다는 것은 상식 밖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춘근 박사는 러시아가 자국 내 관제망을 북한이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북한 기술자들이 밤낮없이 일을 한다면 세밀조종에 걸리는 시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원이 부족한 북한으로서는 정찰위성 1호기를 최대한 빠르게 전력화한 뒤 추가로 정찰위성들을 발사해 정찰 주기를 단축하려는 계획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미 본토의 심장부와 군 기지 촬영, 그리고 항모 포착까지 언급한 데 대해 핵 미사일이 정찰위성이라는 ‘눈’을 갖게 됨으로써 미국을 위협하는 명실상부한 핵 보유국임을 선전하려는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자신들이 핵 미사일 능력을 확보했고 이것을 정확하게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눈이 필요하다고 했으니까 그 의미는 자신들이 완벽한 핵 보유국, 오늘 또 나온 걸 보면 실질적으로 괌은 물론 미국 본토까지 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믿어달라는 얘기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북한이 사진을 공개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위성이 정식 임무에 들어가면 정찰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보다 구체적인 촬영 내용을 공개하는 등의 선전전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위성사진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위성 성능을 실제보다 과장해서 발표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전하규 한국 국방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전하규 대변인] “정상궤도에 진입해 있다 이것은 저희도 확인하고 있는 것이고 사진 촬영을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어느 정도 해상도를 가지고 있는지, 그게 군사적으로 유의미한 것인지 이런 것에 대해서는 추가 분석이 필요할 것입니다.”

북한은 또 정찰위성 발사 성공을 축하하는 행사들을 연일 이어가며경제난 심화로 김정은 위원장의 지도력에 대해 북한 주민들이 갖게 된 불만을 희석시키는 선전 소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연말 당 전원회의까지 주민들을 상대로 한 선전활동이 대대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입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8차 당 대회 때 공언한 대로 정찰위성 역량을 빨리 갖는 게 김정은의 소원이었고 그걸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업적을 과시하고 북한 주민들이 어려운 가운데 이제 참아라, 충성을 해라 이런 것을 유도하려는 의도라고 생각합니다.”

홍민 박사는 임박한 한국의 첫 독자 개발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앞두고 북한은 ‘만리경 1호’ 정식 임무 돌입을 대내외에 크게 선전함으로써 위신을 세우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당초 오는 30일 미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계획했던 첫 정찰위성 발사 일정이 현지 기상관계로 연기돼 다음달 2일 시도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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