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발사한 정찰위성은 태생적 한계 때문에 고화질의 사진을 찍을 수 없다고 전문가들이 평가했습니다. 백악관 등 주요 시설 촬영 주장은 군사적 의미가 전혀 없는 정치적 선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우주 전문가들은 북한이 연일 주장하는 것처럼 ‘만리경 1호’가 실제 우주 궤도에서 영상과 사진을 촬영하고 이를 지상과 송수신하는 데 성공했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조너선 맥도웰 박사는 2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위성은 해당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궤도에 안착했다”며, 미국과 한국의 주요 시설을 촬영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도웰 박사] “It's quite possible that it does. We don't know whether they've done that or not but there's no reason to say that they haven't done it. The satellite is in an orbit that would let them do this. The North Koreans are certainly capable of making a camera that would take those pictures. And they have the ability to radio those pictures back down to North Korea when the satellite passes back over North Korea.”
또한 북한은 분명 이러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광학 장비도 갖추고 있으며, 위성이 북한 상공을 지나갈 때 촬영해 둔 사진을 지상으로 재송신할 수 있는 능력도 확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위성의 작동 여부와 지상과의 통신 여부는 아직 확증되지 않았지만, 북한이 촬영했다고 주장하는 장소와 당시 위성의 궤도가 일치하는 점으로 미뤄볼 때 북한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자신들의 주장을 검증할 수 있는 증거, 즉 위성사진을 공개하지 않는 데는 군사적 또는 기술적 이유 등이 있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녹취: 맥도웰 박사] “The US doesn't generally release photos from its military spy satellites either. They might choose to release one at some point to show what they've done. On the other hand, maybe they don't want America to know quite how good or bad the pictures are. So that would be a good reason for not releasing them.”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군사 기밀을 이유로 군사 정찰 위성 사진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며, 북한도 이 같은 고려를 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위성 사진의 품질 등 역량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아 공개하지 않고 선전 목적으로 통제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북한이 어느 시점에는 자신들의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공개하기로 결정할 수도 있지만 계속 공개를 하지 않더라도 그리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과 28일 새벽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로부터 25일부터 28일까지의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 운용 준비 상황에 대해 보고받았다고 28일 보도했습니다.
특히 김 위원장이 27일 미국 버지니아주 노퍽 해군기지와 뉴포트 뉴스 조선소, 비행장 지역을 촬영한 자료와 백악관 및 미 국방부 건물 펜타곤 등을 촬영한 자료를 구체적으로 보고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또 지난 21일 밤 첫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해 궤도에 올려 놓은 뒤 한반도는 물론 미국령 괌과 하와이 등 한국과 미국의 주요 군사기지를 촬영했다고 주장하면서도 만리경 1호’가 촬영한 위성사진을 공개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주장대로 위성이 정상 작동하고 임무를 수행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이것이 곧 정찰위성으로서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미사일 전문가인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결국 성공 여부는 만리경 1호가 촬영한 위성 사진의 해상도가 어느 정도냐에 달려 있다”며 북한의 만리경 1호는 고품질의 위성 사진을 확보하기 어려운 ‘태생적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밴 디펜 전 부차관보] “Based on what kind of the general perception of their general level of technology and based on the relatively small size of the satellite given the capabilities of the launch vehicle it's probable that the resolution is modest. My guess it was a sort of, no better than a resolution of a couple of meters. That's because this satellite is a lot smaller. And so it can't have optics that are as large it can't have as many sensors.”
일반적 기술 수준과 발사체의 성능을 고려할 때 위성의 크기가 위성사진의 해상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데 ‘만리경 1호’는 크기가 작은 소형 위성으로 제작돼 해상도가 낮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위성이 미국이나 한국의 위성과 비교해 훨씬 작은 만큼 고화질 위성 사진 촬영을 위한 큰 광학 장비나 센서를 탑재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독일의 미사일 전문가인 마커스 실러 ST 애널리틱스 박사도 ‘만리경 1호’를 미국의 대형 광학 정찰위성인 ‘키홀’과 비교하면서 작은 위성으로는 최고 수준의 정찰 능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녹취: 실러 박사] “We know that the size of the satellite must have been quite small and due to technology in physics you can't see much with a small satellite. For example, the US keyhole satellites are the size of a school bus which is good for looking down to earth. But if you launch something that's just the size of a bridge of keyhole, you will never reach that quality of course.”
일반적으로 대형 위성은 고해상도의 카메라를 탑재해 더 선명한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고 고성능의 통신 장비 탑재가 가능해 더 많은 정보를 전송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버스 크기 정도인 미국의 키홀 위성은 지구를 정찰하기에 훌륭하지만 키홀 위성의 한 연결 부위 정도로 작은 만리경 1호로는 그 정도 고화질에 도달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조너선 맥도웰 박사도 북한이 위성 발사를 계획했을 때 기대한 정찰 능력은 미국과 한국의 군사 활동과 자산 배치를 꿰뚫어 볼 수 있는 1m 미만의 해상도를 갖춘 ‘서브미터급 위성’이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 북한의 정찰위성은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맥도웰 박사] “That the current generation of North Korean spy satellites probably can't go to that level of submeter capability although it's quite common now. My guess would be that it's more comparable to say, the commercial images from the Planet Satellites, the US company and not from the Us's premier spy satellites. So this is probably comparable to the sort of images you see from satellites in the newspapers when they're showing you commercial satellite imagery of events in Ukraine, and North Korea for example.”
그러면서 만리경 1호는 최고 수준의 미군 정찰위성이 아닌 미국의 상업용 위성사진 업체들과의 비교가 더 타당할 것이며, 북한 내부 소식을 보도하는 언론사들이 인용하는 위성 사진 화질 수준 정도와 비슷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측면에서 만리경 1호의 군사적 효용성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진단하면서 현 단계에서 북한의 정찰위성이 제기하는 군사적 위협도 크게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밴 디펜 전 부차관보] “You can identify large concentrations of troops or aircraft or ships. That kind of information is certainly valuable but it's not going to be the sort of precise information that allows you to gather the sort of specific characteristics of individual aircraft and individual missiles. There are going to be a lot of limitations to what one can do with that information. But compared to not having that capability at all which was the current situation in North Korea? You know, they'll be better off having this than not having it.”
반 밴 디펜 전 부차관보는 “북한은 이 위성으로 대규모 병력이나 전투기, 또는 전함의 집결 정도를 식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런 정보들은 분명 가치가 있지만 개별 항공기와 개별 미사일의 구체적인 특성을 수집할 수 있는 정도의 정밀한 정보는 아니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정도 정보로는 군사적으로 할 수 있는 일에 많은 제약이 있을 것이라면서, 만리경 1호가 제공하는 역량은 북한에게 ‘없는 것보다는 나은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백악관과 미 국방부를 촬영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해당 장소들은 당장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손쉽게 고화질의 위성 사진을 얻을 수 있는 상당히 공개된 장소들이고 별다른 외부 움직임이 있는 곳도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으며, 미국 정부와 언론들이 북한 내부를 위성으로 들여다 보는 데 반발해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정치적 선전에 가깝다고 평가절하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정찰위성 발사가 단기적으로 군사적 효용성이 낮지만 장기적으로는 군사적 가치가 더 커질 것이라며 미래의 위협까지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미사일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우주에서 찍은 어떤 이미지라도 군사적 유용성을 가질 수 있으며, 정보 측면에서도 효용성을 갖게 될 것”이라면서, 단지 북한에게는 이를 다룰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루이스 소장] “I think any image from space is going to have military utility. We'll have also intelligence utility. It's just that you need to learn different things. So certainly I don't think it's just a political gesture. I think it has real military utility for them.”
또한 정찰위성은 많이 확보하고 범위가 중첩될수록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면서, 북한이 향후 추가 정찰위성 발사를 공언한 만큼 이번 발사를 통해 ‘진전으로 가는 열쇠를 찾게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관점에서 북한의 만리경 1호 발사는 단지 정치적 선전에 그치지 않으며, 앞으로 실질적인 군사적 유용성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커스 실러 박사도 이번 정찰위성이 실제 군사 정찰 활동에 사용하기에는 유용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외 북한이 원하는 활동을 하기에는 충분한 정도의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실러 박사] “This of course is not very useful if you want to use it for its espionage or for military reconnaissance but it's good enough for anything that they want to do. And perhaps it even was an indigenous development, which I seriously doubt. So it might still be quite a success for North Korea. North Korea is still one of the very few countries that can actually build and launch satellites on their own territory. So it still is an achievement. You shouldn't downplay that too much.”
실러 박사는 특히 북한이 외부의 큰 조력 없이 자체적으로 위성 개발에 성공했을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이는 북한에게 ‘상당한 성과이며 성공’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지금껏 북한이 발사했던 ‘광명성’ 위성들이 선전 및 과시용이라면, 이번 만리경 위성은 앞으로 김정은에게 실제 독립적 정보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공언한 대로 향후 추가적인 정찰위성 발사가 계속 이어진다면, 정치적 선전이 아닌 실제 우려 사안이 될 것이며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를 너무 과소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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