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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원, ‘적군파 테러’ 소송서 북한 ‘궐석’ 인정...소셜미디어 소송 고지 첫 사례


미국 워싱턴 DC의 연방법원 건물.
미국 워싱턴 DC의 연방법원 건물.

북한의 소장 접수 거부로 진척되지 못했던 일본 적군파 테러 피해자들의 대북 소송이 속도를 내게 됐습니다. 북한이 소셜미디어를 통한 소송 통지마저 묵살했다는 지적이 미국 법원에서 인정돼 ‘궐석재판’ 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 서기관실은 일본 적군파 테러 피해자 소송의 피고인 북한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서기관실은 연방법원 전자기록 시스템에 최근 게시한 문건에서 “정식으로 소장이 송달됐지만 피고(북한)는 이 소송에 대해 변론하거나 방어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궐석(default)’을 확인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앞서 북한에서 훈련받은 일본 적군파 요원의 테러로 사망한 카르멘 크레스포-마티네즈 등의 상속인, 그리고 부상자와 가족 등 131명은 지난해 5월 북한 정권을 상대로 약 40억 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피해자 측이 평양의 북한 외교 당국에 소장을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법원은 지난 10월 북한의 대외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의 엑스(구 트위터) 계정에 소송 사실 고지를 허가했습니다.

그리고 이날 법원 서기관실은 엑스를 통한 고지일로부터 60일 이내에 북한이 답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한 것입니다.

적군파 피해자 측이 X(옛 트위터)에 게시한 법적 고지. 출처=X
적군파 피해자 측이 X(옛 트위터)에 게시한 법적 고지. 출처=X

미국 연방법은 피고가 소송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 원고의 주장만을 바탕으로 한 ‘궐석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피해자 측은 조만간 법원에 궐석 판결을 요청해 법원으로부터 궐석 판결 승인과 더 나아가 승소 판결까지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북한에 소송 사실이 고지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게다가 법원까지 북한의 ‘궐석’을 공식 인정하면서 이번 소송은 북한에 대한 소송이 소셜미디어로 고지돼 판결까지 내려지는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또 엑스를 통해 북한에 피소 사실이 공식 전달된 만큼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다른 미국인들도 같은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실제로 북한 정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북한 억류 피해자 케네스 배 씨는 최근 재판부로부터 소셜미디어를 포함한 대체 송달 방식을 이용해 북한에 소송 내용에 고지하라는 주문을 받았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적군파 테러 피해자의 엑스를 통한 소송 사실 고지를 사례로 들며 배 씨 측도 동일한 경로를 거칠 것을 권고했습니다.

과거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미국인 등은 소송 제기 후 국제 우편 서비스인 ‘DHL’을 통해 소장과 판결문 등을 북한 외무성으로 보냈었습니다.

하지만 ‘DHL’이 2020년부터 유엔이 아니거나, 외교 목적이 아닌 우편물에 대한 북한 내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대북 소송인 등은 북한에 소장을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습니다.

미국 연방법은 다른 나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외국주권면제법(FSIA)’을 근거로 북한과 같은 ‘테러지원국’은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1988년 최초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뒤 2008년 해제됐지만 2017년 11월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현재까지 이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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