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무차별 폭격으로 이스라엘이 국제사회 지지를 잃고 있다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경고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유엔총회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즉각적인 인도적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통과됐습니다. 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는 것으로 전환을 요구하는 선언문을 채택하고 마무리됐습니다. 마지막으로, 폴란드에서 8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진 가운데 도날트 투스크 신임 총리가 취임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테러단체로 지정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사이 분쟁 관련 소식인데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과의 이견을 다시 드러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12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무차별 폭격으로 국제사회 지지를 잃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날 워싱턴 D.C.에서 열린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그렇게 말했는데요. 지금까지 이스라엘 지도부를 겨냥해 나온 말 중에 가장 강한 어조의 발언입니다.
진행자) 이스라엘 군 공격으로 가자지구 안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급증하자 이를 막아야 한다는 압력을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계속 받았죠?
기자) 네. 이스라엘 군이 가자지구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민간인들을 더 보호하도록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압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그러자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미국 정부 고위 관리가 그동안 여러 차례 이스라엘 측에 민간인 보호를 촉구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민간인들을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이스라엘이 지키지 않는다는 말이 미국 정부 쪽에서 나오지 않았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며칠 전 가자에서 민간인들을 보호하겠다는 이스라엘 당국 약속과 현지 상황 사이에 괴리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미국은 가자지구 내 하마스 소탕을 위한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 자체는 문제 삼지 않고 있죠?
기자) 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12일) 발언에서도 “하마스를 제거할 필요에 대해선 의문이 없고, 이스라엘은 그렇게 할 모든 권리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그렇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는 것에 직접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 경고와 관련해서 이스라엘 쪽에서는 어떤 반응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12일 늦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성명을 냈는데요. 그는 “이스라엘은 하마스 파괴와 인질 구출이라는 목적뿐 아니라 지상전에 대한 미국의 완전한 지지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미국이 전쟁을 중단하라는 국제사회 압력을 막아주었다”면서 “물론 하마스 붕괴 이후에 대한 이견이 있지만, 이것도 합의에 이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12일 유엔에서는 인도적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통과됐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날 유엔총회에서 가자지구 내 즉각적인 인도적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통과됐습니다. 결의안은 국제 인도주의법에 따라 이스라엘인들과 가자 주민들을 보호해야 하며, 아직 잡혀 있는 인질들을 조건 없이 즉각 석방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표결 결과가 어떻게 나왔나요?
기자) 네. 찬성 153, 반대 10, 그리고 기권 23표가 나왔는데요. 결의안에 반대한 나라는 미국과 이스라엘, 오스트리아, 체코, 과테말라, 라이베리아, 파라과이 등입니다.
진행자) 지난주에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비슷한 결의안을 두고 표결이 있었는데, 통과되지 못했죠?
기자) 네. 역시 인도적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안보리에서 이사국 표결은 통과했지만, 결국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채택되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아랍과 이슬람권 나라들이 비상총회를 요구해 비슷한 내용을 담은 결의안이 통과된 겁니다. 참고로 일반총회의 결의안은 안보리 결의안과는 달리 구속력이 없습니다.
진행자) 유엔총회 결의안을 두고 미국 쪽에서는 어떤 말이 나왔나요?
기자) 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대사는 총회에서 이스라엘이 어떻게 자신들을 지킬지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가자 남부에서 민간인들의 대량 이주를 피해야 하며, 충분한 구호가 제공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유엔 회원국들이 하마스 테러 행위를 비난하기가 왜 그렇게 어려운지 반문했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 측에서는 결의안 채택에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기자) 네. 길라드 에르단 유엔대사는 표결 전에 “휴전은 오로지 가자지구 내 죽음과 파괴를 연장할 뿐이며, 셀 수 없이 많은 이스라엘인과 가자 주민에 대한 사형선고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휴전은 오직 하마스, 그리고 이스라엘과 유대인을 절멸시키려는 테러분자들의 생존을 보장하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팔레스타인 당국 쪽에서는 어떤 말이 나왔나요?
기자) 네. 리야드 만수르 팔레스타인자치정부 대사는 “팔레스타인인들을 겨냥한 침략과 전쟁이 끝나는 것을 볼 때까지 계속 이 경로에 있고, 인명을 구하는 것이 우리 의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화석연료’에 대한 내용을 담은 합의문을 발표하고 끝났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COP28이 13일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기 위한 전환을 시작하자”는 내용을 담은 합의문을 내고 폐막했습니다. 합의문은 구체적으로 “올바르고 질서 있고 공정한 방식으로 에너지 체계에서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기 위한 전환을 추진해 2050년까지 탄소배출 ‘0’ 목표를 달성하자”고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화석연료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말하는 겁니까?
기자) 네. 집이나 공장, 그리고 교통수단 등에서 쓰는 석탄이나 석유, 가스 등을 말하는데요. 이 화석연료가 기후변화의 주범입니다.
진행자) 이번 COP28에서 이 조항 외에 또 어떤 내용이 합의됐습니까?
기자) 네. 2030년까지 전 세계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로 늘리고, 석탄 감축 노력을 가속하며, 탈탄소가 어려운 산업을 정리할 수 있는 탄소 포집·저장 같은 기술을 가속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앞서 회의 초반에는 기후변화에 취약한 가난한 나라들을 위한 특별기금을 만들고, 이 기금에 약 8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총회에서는 역시 화석연료가 제일 중요한 논의 사항이었는데, 결국 이 항목에서 합의를 끌어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에스펜 바르트 아이데 노르웨이 외무장관은 “국제사회는 이번에 처음으로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기 위한 전환의 필요성에 대한 분명한 문구에 일치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내고 “COP 결과가 처음으로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기 위한 전환의 필요성을 인정했다”면서 “화석연료 시대는 공정하고 공평하게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COP28에서는 화석연료 퇴출을 두고 참가국들 사이에 의견 대립이 있었죠?
기자) 네. 이번 총회 최대 관심사는 화석연료 ‘퇴출’ 합의가 과연 이뤄질 것인지 여부였습니다. 작은 섬나라와 유럽 등 100개 나라 이상이 화석연료 퇴출을 지지했지만 몇몇 나라의 반대로 결국 ‘퇴출’이란 문구가 채택되지 못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들 나라가 요구한 것이 일거에 화석연료를 퇴출하자는 개념은 아니었죠?
기자) 네. 이걸 영어로 ‘Phasing out’이라고 하는데요. 탄소 배출이 ‘0’이 될 때까지 화석연료 생산과 사용을 점진적으로 낮춘다는 개념입니다. 그러니까 한꺼번에 화석연료 생산과 사용을 중단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진행자) 화석연료 퇴출 문구에 어떤 나라들이 반대했나요?
기자) 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이들은 국제사회가 특정 연료를 회피하지 않고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그러면서 결국 화석연료 퇴출이란 문구가 채택되지 못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이번 합의가 일종의 타협이라고 할 수 있는 겁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의 존 케리 기후변화 특사는 “많은 사람이 화석연료 제거에 대한 더 분명한 문구를 원했을 것”이라면서 “이번 합의는 타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합의에 대해 기후변화에 취약한 나라들 쪽에서는 아무래도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작은 섬나라들을 대표해 이번 총회에 참석한 사모아의 안느 라스무센 대표는 자신들이 회의장에 없을 때 합의 발표가 나왔다면서 필요한 경로 수정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또 “이번 합의는 급격한 탄소 감축 노력 대신 통상적인 비즈니스를 대변했고, 전진한 것이 아니라 잠재적으로 후퇴한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같은 태평양 국가인 마셜제도의 존 실크 대표도 이번 합의에 대해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폴란드에 새 정부가 들어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도날트 투스크 신임 폴란드 총리가 13일 대통령 궁에서 취임식을 갖고 정식으로 새 총리가 됐습니다. 이 자리에서 새 정부 각료들도 함께 취임식을 했습니다.
진행자) 투스크 폴란드 신임 총리, 지명도가 꽤 높은 인물이죠?
기자) 맞습니다. 투스크 총리는 이미 지난 2007년부터 2014년까지 한차례 총리를 지낸 거물급 정치인입니다. 또 2014년부터 2019년까지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으로 활동하면서 국제 사회에서도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인물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폴란드가 8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룬 거라고요?
기자) 네. 폴란드에서는 지난 2015년부터 우파 민족주의 보수 성향의 ‘법과 정의당(PiS)’ 정부가 집권해 왔는데요. 지난 10월에 치러진 총선에서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총리가 이끈 집권당 PiS와 중도성향인 ‘시민연합’ 정당 대표로 야권 연합을 이끈 투스크 총리의 2파전 양상으로 전개됐습니다. 이 선거에서 Pis가 1당은 유지했지만 과반 확보에 실패했는데요. 다른 주요 정당들이 PiS와의 연정 참여를 거부하면서 모라비에츠키 총리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습니다.
진행자) 이에 앞서 하원에서는 총리 신임 투표가 있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11일 폴란드 하원에서 모라비에츠키 총리에 대한 신임 투표가 진행됐는데요. 부결됐습니다. 이어서 투스크 대표를 새 총리 후보로 지명하고 신임 투표가 진행됐는데요. 출석 의원 449명 가운데 248명이 찬성하고 201명이 반대해 통과됐습니다.
진행자) 8년 만에 집권당이 바뀌면서 폴란드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되죠?
기자)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먼저 예상되는 변화는 유럽연합(EU)과의 관계 개선입니다. 폴란드가 EU 회원국인데요. 전 집권당인 PiS 가 권위주의를 강화하고, 사법부 독립을 주장하며 EU와 거리를 둔 탓에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왔습니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대로 투스크 신임 총리가 EU 최고위 직인 정상회의 상임의장까지 지낸 정치인이라 폴란드 새 정부 정책이 다시 친EU 노선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진행자) EU로서는 반가운 소식이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당장 지난 11일, 총리 후보 지명을 축하하면서 투스크 총리의 경험과 유럽의 가치에 대한 강한 헌신이 폴란드 국민들에게 이롭고, 더 강한 유럽을 만드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극찬했습니다.
진행자) 투스크 총리는 어떤 말을 했습니까?
기자) 네. 투스크 총리는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분열해서는 안 된다면서, 단결을 촉구했습니다. 또 잘못된 것을 모두 바로잡고 누구나 예외 없이 편안함을 느끼는 나라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투스크 총리는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투스크 정부 중점 과제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기자) 네. 전문가들은 1차 과제가 무엇보다 사법부 독립성 회복을 꼽고 있습니다. 전임 정부는 헌법재판소 등 주요 사법기구에 정치인을 판사로 임명하는 등의 조처를 하면서 사법부 독립을 주장했는데요. 하지만 EU는 이 조처가 법치주의를 훼손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2021년부터 폴란드에 할당된 EU 지원금 360억 유로를 동결한 바 있는데요. 투스크 총리는 이 문제부터 해결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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