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억류됐다가 숨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미 재무부의 북한 동결 자산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구했습니다. 법원은 이를 승인했는데,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미국 내 북한 자산이 회수될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이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북한 자산 공개에 대한 ‘보호명령’ 요청서를 제출했습니다.
미국 연방법원 전자기록시스템에 따르면 해외자산통제실은 지난달 19일 제출한 요청서에서 지난 11월 30일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재무부에 의해 차단된 특정 자금 정보를 요청하는 소환장을 발부했다고 밝혔습니다.
해외자산통제실은 해당 정보공개에 동의했다면서, 다만 이 같은 정보공개가 자칫 미국의 ‘영업비밀법(Trade Secrets Act)’ 위반일 수 있어 미 법원에 ‘보호명령’을 요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반적으로 특정인이나 기관의 은행 계좌나 자금 정보는 영업비밀법과 함께 ‘금융비밀보호권리법(Right to Financial Privacy Act)’, ‘그램-리치-브릴리법’ 등에 의해 제3자에게 공개돼선 안 되지만, 미 법원은 ‘보호명령’을 통해 한시적으로 공개를 허용할 수 있습니다.
워싱턴 DC 연방법원의 베럴 하월 판사는 요청서 제출 사흘 뒤인 23일 ‘보호명령’을 승인했습니다.
다만 관련 정보를 웜비어 가족의 변호인과 재판부, 그리고 이번 사안의 관련자들에게만 공개하도록 했습니다.
앞서 웜비어의 부모인 신디와 프레드 웜비어 씨는 북한 당국의 고문으로 아들이 사망했다며 2018년 4월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같은 해 12월 약 5억 달러의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후 5억 달러를 회수하기 위해 전 세계에 흩어진 북한 자산을 추적해 왔습니다.
따라서 이번에도 최근 해외자산통제실이 보유한 북한 관련 자금 정보를 확인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 판단하려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웜비어 씨 부부는 2019년부터 매년 법원의 보호명령 아래 해외자산통제실 등이 차단한 북한 자산 정보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5월에는 미국 웰스파고와 JP모건 체이스, 뉴욕멜론 은행이 보유한 북한 자금에 대해 보호명령이 내려졌는데, 이후 3개 은행에 북한 관련 자금 2천379만 달러가 예치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이어 지난해 11월 뉴욕멜론 은행에 예치된 220만3천258달러의 소유권을 인정받아 이를 회수했습니다.
이 자금의 원소유주는 러시아 극동은행으로, 웜비어 씨 부부는 극동은행이 북한 고려항공의 대리, 대행 기관이라는 이유를 들어 이 자금의 소유권을 주장했었습니다.
웜비어 씨 부부는 이보다 앞선 2020년엔 미국 뉴욕주 감사원이 동결한 북한 자금에 대해 보호명령을 받아 조선광선은행 소유의 24만 달러를 회수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북한산 석탄을 불법 운반하다 인도네시아 당국에 억류된 뒤 미국 정부에 의해 몰수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의 소유권을 주장해 2019년 이 선박의 매각 대금 일부를 받아냈습니다.
웜비어 씨 부부는 최초 승소 판결 이후 북한 자산 압류와 의회 로비활동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북한 정권을 계속 압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 왔습니다.
지난 2019년 12월 미 의회가 오토 웜비어의 이름을 딴 대북 제재 관련 법안을 의결할 당시 신디 웜비어 씨의 기자 회견 발언입니다.
[녹취: 신디 웜비어] “My message is to North Korea, like it always says, people matter. Otto matters. We're never going to let you forget our son.”
북한에 대한 메시지는 “늘 그랬듯 사람, 특히 (아들) 오토가 소중하다는 것이며, 절대로 북한이 아들을 잊지 않게 하겠다”는 겁니다.
오토 웜비어는 지난 2015년 12월 북한 여행길에 올랐다가 북한 당국에 억류된 뒤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후 2017년 6월 혼수상태로 미국으로 돌아왔지만 엿새 만에 사망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For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