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북한이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 개입하기 위한 도발을 벌일 것이라며 국가 총력 대비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어제(30일) 쏜 미사일이 기존 순항미사일인 ‘화살-2형’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북한 정권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 선제사용을 법제화한 비이성적 집단”이라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57차 중앙통합방위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고 북한이 “오로지 세습 전체주의 정권 유지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연초부터 북한 정권은 도발을 계속하고 있고 민족 개념을 부정한 채 대한민국을 교전 상대국이자 주적으로 못 박았다”며 “반민족 반통일 행위이며 역사에 역행하는 도발이고 위협”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올해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정치시스템의 핵심인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다”며 북한이 “접경지 도발, 무인기 침투, 가짜뉴스, 사이버 공격, 후방 교란 등 선거 개입을 위한 여러 도발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북한 정권은 지난 70년 동안 우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시스템을 붕괴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고 중요한 정치 일정이 있는 해에는 늘 사회 교란과 심리전 그리고 도발을 감행해 왔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앞서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동족이 아닌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고 한국을 ‘주적’으로 칭하며 ‘완전 초토화’ 등을 언급했습니다.
북한은 또 올 들어 서해 완충구역 포사격, 고체연료 추진체계를 적용한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수중핵무기체계 ‘해일-5-23’이라고 주장한 신무기 시험발사, 그리고 잇단 전략순항미사일 발사 등 벌써 8차례 도발을 벌였습니다.
윤 대통령은 “안보 위기가 발생하면 민.관.군.경이 협력하는 국가 총력 대비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번 회의가 “단합된 의지를 보여주는, 북한에 대한 경고의 자리”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30일 서해상으로 발사한 순항미사일이 ‘화살-2형’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은 31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의 전략순항미사일 발사 훈련’이라는 제목으로 “조선인민군은 1월 30일 조선 서해상에서 전략순항미사일 ‘화살-2형’ 발사 훈련을 진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해당 훈련은 군의 신속반격 태세를 검열하고 전략적 타격 능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였으며 주변국가의 안전에는 그 어떤 부정적 영향도 주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화살-2형을 통한 반격태세를 확인했다고 주장함으로써 이 미사일이 실전배치 단계임을 시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국방대학교 권용수 명예교수입니다.
[녹취: 권용수 명예교수] “신속 반격태세 검열을 위한 훈련을 했다는 그런 발표문을 볼 때 화살계열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은 전력화 임박 또는 초기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조선중앙통신’은 또 해당 미사일이 지면으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초저고도에서 비행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도 공개했습니다.
사진에 따르면 미사일 동체는 어두운 바탕에 흰색 띠를 칠한 형태로, 과거 공개된 화살-2형이 아닌 ‘화살-1형’과 같은 모양이었습니다. 기존 화살-2형은 흰색 바탕이고 탄두부에 체크무늬를 그려둔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이번 사진에서 미사일 탄두 앞부분에서 예전의 화살-1형과 2형 발사 때 볼 수 없었던 검은색 원형 부분이 식별돼 목표물을 향해 유도비행하는 데 필요한 광학장치를 탑재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화살-1형과 화살-2형을 엄격하게 구분 짓기보다 두 기종을 모두 지속 개량하면서 이번에 저공비행 능력과 유도 기능을 보여주려 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 24일과 28일 연이어 신형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이라고 밝힌 ‘불화살-3-31’을 지상과 해상에서 시험발사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화살-2형은 지상과 함정에서 발사할 수 있는 순항미사일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의 지난해 연말 당 전원회의 때 지시에 따라 핵 무력 고도화의 방향을 발사 플랫폼을 다양화하는 쪽으로 전환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지금까지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이 지상 중심의 탄도미사일에 집중돼 왔다면 이제 전술핵도 일정 부분 배치된 상태이니까 플랫폼을 확대시켜서 한미에 비해 절대적 열세에 있는 해상과 공중에 있어서의 일정한 억제력을 확보한다, 이게 큰 틀에서의 흐름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김 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당 전원회의 5일 차 회의에서 발표한 보고에서 “해군의 수중과 수상 전력을 제고하며 국방력 발전 5대 중점 목표 수행에서 미진된 과업을 빠른 기간 안에 집행하는 것을 중심과업으로 제시”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새로운 핵 무력을 과시하는 도발을 이어가면서도 ‘반격태세 검열’이라든지 ‘주변국 안전에 부정적 영향이 없다’는 등의 절제된 표현을 쓰고 있다며, 자신들의 행동이 방어적이고 정당한 행동임을 강변하는 논리를 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지금 상황이 전시이고 한미가 끊임없이 북한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그 어떤 상황에서도 김정은은 이걸 즉각 대응하고 반격할 수 있는 역량과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봅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북한의 이 같은 자기정당화 논리는 향후 도발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의 열악한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핵무기 고도화와 민생 회복을 동시에 추구할만한 역량이 없다며 그럼에도 북한이 1월 한 달 간 보인 일련의 도발은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쥐면서 내부 동요를 막아야 하는 조급함에서 비롯된 무리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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