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정상회담을 둘러싼 북일 간 접촉 움직임에 대해 한반도 평화 유지 차원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또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무시한 도발에 나설 경우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덕수 한국 국무총리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최근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내비친 담화를 낸 데 대해 북일 간 만남이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 총리는 2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의 관련 질의에 김 부부장의 담화가 북한 핵과 일본 납치자 문제를 의제로 삼지 않는다는 점을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달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한덕수 총리] “북한이 좀 더 개방이 되고 또 국제사회와 접촉을 갖고 하는 것은 우리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는 데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한 총리는 일본이 결정할 일이라면서도 일본 측과 모든 문제를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며, 지금은 한국 정부가 공개적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고 적절한 시기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앞서 지난 9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북일 정상회담 추진 관련 질문에 “구체적으로 여러 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15일 이 발언과 관련해 “일본이 관계 개선의 새 출로를 열어나갈 정치적 결단을 내린다면 두 나라가 얼마든지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나갈 수 있다”며 “기시다 총리가 평양을 방문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도 이날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유령선’이라고 규정하며 자신들의 ‘해상국경선’을 주장한 데 대해 도발 명분을 축적하려는 의도라며 이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녹취: 신원식 장관] "우리 군은 지난 70년 동안 6.25 전쟁 이후에 NLL을 실질적 해상경계선으로 피로써 지켜왔습니다. 그래서 그 방침에 변동이 없고요. 만일 김정은이 잘못된 선택을 하면 김정은한테는 큰 재앙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신 장관은 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실전배치해도 그 위협으로 한미동맹이 이간되거나 약화될 가능성은 없고 오히려 더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신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 ‘북 핵 동결’ 기류가 강화될 것이라는 윤상현 의원의 전망에 대해선 “미국이 북한의 공갈에 말리고 휘둘려서 동맹국과의 조약상 의무를 저버리면 글로벌 리더십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예비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동맹 경시 기조’를 재확인한 가운데 어떤 경우에도 미한동맹은 유지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남북관계를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며 대남정책을 바꾼 배경에 대해 북한 내부를 결속시키려는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김 장관은 “북한 내부에 경제난, 식량난이 굉장히 심각해지고 있다”며 “남북관계를 적대적 국가관계로 규정해 북한 내부 어려움을 외부로 돌려 체제 결속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장관은 또 한류 문화 유입에 대한 위기 의식도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김영호 장관] “북한 주민들이 한국 드라마를 굉장히 많이 보고 있죠. 드라마를 보게 되니까 북한 주민들이 한국사회가 자유롭구나, 한국사회가 풍요롭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고 체제 이반 현상이 생기게 된다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강조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의 한국사회에 대한 동경심을 차단하려는 그런 목적도 있다 이렇게 보입니다.”
김 장관은 한국 정부가 북한의 이런 ‘두 개의 국가론’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대한민국 헌법 제4조의 규정처럼 정부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추진해야 한다”며 “북한은 1991년 남한과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을 충실히 지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장관은 “북한이 언어와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민족을 부정해도 민족은 없어질 수 없다”며 “북한이 무슨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헌법 가치에 충실해 통일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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