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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 이산가족, 북한 김정은 ‘남북 교전국’ 선언에 절망…통일부 “문제 해결 포기 안해”


지난 2018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 참가자들이 포옹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018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 참가자들이 포옹하고 있다. (자료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국 관계로 규정하면서 이산가족들의 상봉에 대한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어떤 언동에도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면서 대남정책 전환을 선언했습니다.

이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규정한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한 겁니다.

김 위원장의 발언으로 한국 내 이산가족들은 시름이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남북이산가족협의회 심구섭 고문은 상봉에 대한 실낱 같은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심구섭 고문]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까? 더구나 북한에서 김정은이 지금 대남방송을 하는 걸 보면 동족으로서 이런 게 있을 수 있는가 상당히 회의감도 갖고 거의 절망 상태입니다.”

미한 두 나라는 북한의 이 같은 적대적 언행에도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줄리 터너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방한 중이던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영호 한국 통일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인 납북자, 억류자, 국군포로가 셀 수 없이 많고, 탈북민도 가족과 이별해 이산의 아픔을 겪고 있다며, “캠프 데이비드 정신에 근거해 미한일이 지속해서 협력함으로써 이산가족을 도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영호 장관은 설날인 지난 10일 임진각에서 진행된 망향경모제에 참석해 “정부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과 언동에도 흔들리지 않고 이산가족, 국군포로, 납북자, 억류자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김영호 장관] “정부는 이산가족 등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에는 언제든지 열려있습니다. 북한은 그 어떤 정치적 고려 없이 진정하게 호응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 정부에 이산가족 등록 신청을 한 인원은 지난해 12월 기준 13만3천900여명입니다. 고령화에 따른 사망으로 생존자는 3만9천500여명까지 줄었습니다.

생존자 가운데 70세 이상이 84%에 달합니다.

이산가족 교류는 남북관계 악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따른 북한의 봉쇄정책 등으로 최악의 상황입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남북 이산가족 교류는 민간을 통한 서신교환 2건이 전부였습니다.

2022년에도 민간 차원에서 생사 확인 1건, 서신 교환 2건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정부를 통한 교류와 민간을 통한 교류 전체를 통틀어 1990년 이래 최저 수준입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남북 당국 차원의 교류는 한 건도 없는 상태입니다.

남북 당국을 통한 교류 중 생사 확인은 2007년 1천196건, 상봉 건수로는 2003년 598건이 역대 최대였습니다.

민간 차원에서는 서신 교환이 가장 많았던 해는 984건을 기록한 2000년이었고, 상봉은 2003년 283건으로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산가족 문제 전문가인 임순희 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관료 출신 탈북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이른바 ‘동요계층’ 관리 차원에서 이산가족 현황을 잘 정리해 놓은 상태라며, 북한이 그럼에도 생사 확인 요구조차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이 문제를 인권 차원이 아닌 정치 이벤트로, 다른 실익을 챙기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 온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임순희 전 선임연구위원] “김정일 때부터 사실 이산가족 문제 해결하겠다고 한 건 심하게 표현하면 제스처에요. 남북간에 만난다 대화한다 이러면서 하나의 상징으로 된 게 이산가족 상봉이었어요.”

이산가족들은 신종 코로나 사태 종식으로 북한이 국경 봉쇄를 완화하는 데 따라 중국 등을 통한 민간 차원의 교류 재개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심구섭 고문은 중국에서 북한을 오가며 무역을 하는 이들을 통한 서신 교환이 신종 코로나 사태로 막혔는데 3월이면 재개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중국에서 비공식적으로 이뤄졌던 이산가족 접촉은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을 교전 중인 제1주적으로 규정한 만큼 위험한 일이 됐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과거엔 여러 가지 북한 당국이 묵인했던 일들도 이제는 접촉하면 반역이 되고 적과의 내통이 되는 거거든요.지난해가 남북관계 악화로 인해서 최악이었다고 하면 이제 김정은 위원장이 2국가 관계 선언 이후론 완전히 중단되는 아마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개념 자체가 소멸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어요.”

심구섭 고문은 북한은 물론 한국 정부도 이산가족 문제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원칙만 되풀이할 뿐 생사 확인 요구 등 최소한의 행동도 하지 않고 있다며 모두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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