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부부장이 15일 일본을 겨냥해 담화를 내놨습니다. 김여정은 담화에서 일본 총리가 평양을 방문할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요. 실제로 북한과 일본 간 정상회담이 이뤄질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최근 북한과 일본은 최고위급에서 외교 재개를 희망한다는 신호를 공개적으로 주고받고 있습니다.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 9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북한과의 정상회담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며 "작금의 일북 관계 현상에 비춰 봐 대담하게 현상을 바꿔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면서 “나 자신이 주체적으로 움직여 정상끼리 관계를 구축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기시다 총리]”일본어”
그러자 북한 수뇌부도 기시다 총리 발언에 긍정적으로 화답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은 15일 담화에서 “정치적 결단을 내린다면 두 나라가 얼마든지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나갈 수 있다"며 "수상이 평양을 방문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시다 총리가 희망하는 일본-북한 정상회담을 언급한 겁니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월 5일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과 관련 기시다 총리에게 위로전문을 보냈습니다. 김 위원장은 전문에서 기시다 총리를 ‘각하’라고 부르며 피해자들을 위문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위로전문은 북한과 일본 간 물밑 접촉을 강화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신문은 2월 13일 일본 당국자를 인용해 위로전문을 받은 기시다 총리가 일북 정상회담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했으며 일부 접촉은 중국 베이징 채널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본과 북한 간 외교적 접촉은 지난해에 시작됐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5월27일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실현을 위해 북한과 고위급 회담을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북한 외무성의 박상길 부상은 이틀 뒤 담화를 내고 “조일 두 나라가 서로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공화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일본 관리들이 지난해 5월 등 두차례 동남아에서 북한 노동당 관계자들과 비밀 접촉을 가졌으나 입장차로 인해 별다른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김정은 위원장과 기시다 총리는 일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이해가 일치하는 부분도 있고 미해결된 문제도 있습니다.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는 일본 외교의 가장 큰 숙제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일북 정상회담을 통해 납치 문제를 해결한다면 기시다 총리는 커다란 외교적 성과를 거두는 셈입니다.
또 일본에서 기시다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현재 10∼20%대로 상당히 낮습니다. 따라서 기시다 총리는 북한과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지지율을 끌어올리려 한다고 일본의 마키노 요시히로 히로시마대학 객원 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 기자는 말했습니다.
[녹취: 마키노 기자]”지지율이 20%도 안되는 상황이라서, 올라갈 수있는 호재가 북한 문제 밖에 없는 상황이라서, 기시다 총리께서는 북일 정상회담에 전향적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일북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한국-일본의 공조체제에 균열을 내려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지난 2년간 미한일 공조체제는 ‘캠프 데이비드 3자 정상회담’등을 통해 상당히 강화됐습니다. 따라서 한국, 미국을 배제하고 일본과 정상회담을 할 경우 미한일 공조체제를 흔들 수있습니다.
그러나 평양을 10여차례 방문한 한 일본 ‘주간 동양경제’ 신문 후쿠다 게이스케 칼럼니스트는 북한이 그런 의도는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후쿠다 게이스케 ]”저는 그렇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요즘 북한 사람들과 얘기를 해보면 사실 일본에 신호,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그런 생각이고…”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기자는 북한이 또다른 의도를 갖고 일본에 접근한다고 말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당선을 전제로 전략적 포석을 놓고 있습니다. 북한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미국과 핵군축 협상을 하고 대북 제재를 해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일본이 이에 반발하면 미북 협상이 안되거나 어려워진다는 겁니다.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해 사전에 일본과 관계를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마키노 기자는 말했습니다.
[녹취:마키노 기자 ]”당시 아베 신조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한미군과 (북한)핵무기 보유 인정하면 안된다고 여러가지 어드바이스 했기때문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이번에 일본정부가 또다시 북미 협상에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북미 협상과 북일 협상을 병행하려고…”
문제는 ‘납치’와 ‘핵, 미사일’이라는 핵심 현안을 둘러싸고 일본과 북한이 아직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15일 발표한 담화에서 납치 문제는 “이미 해결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핵,미사일 문제’가 “조일관계 개선과 아무런 인연도 없는”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은 16일 “납치 문제가 이미 해결됐다는 주장은 전혀 받아들일 수 없으며, 우리나라는 일조평양선언에 근거해 납치·핵·미사일 등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2002년과 2004년 평양에서 열린 1,2차 일북 정상회담을 통해 납치문제가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입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일본인 13명을 납치 했으며 이 중 5명은 일본으로 귀국시켰으며 나머지 8명은 북한에서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일본은 납치 피해자가 17명이며 일본으로 귀환한 5명 이외에 또다른 생존자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본은 북한에 남아있는 생존자의 행방을 찾고 또 사망자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후쿠다 칼럼니스트는 일북 정상회담을 할 경우 납치문제가 반드시 해결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후쿠다 게이스케]”특히 일본의 여론을 생각해보면 납치 문제 해결, 모든 납치 피해자 귀국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생각인데…”
일본과 북한 간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9월 이전에 이뤄질 것이라고 마키노 기자는 말했습니다. 오는 9월 일본에서는 자민당 총재 선거가 실시됩니다. 따라서 기시다 총리는 그 이전에 북한과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려 한다는 겁니다.
[녹취: 마키노 기자 ]”9월에 자민당 총재 선거가 있기때문에 기시다 정권 입장으로서는 9월 총재 선거 이전에 해야하거든요.”
기시다 총리는 3월20일께 서울을 방문해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어 기시다 총리는 4월 10일 워싱턴을 국빈 자격으로 방문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만날 예정입니다. 이 자리에서 기시다 총리는 자신이 추진하는 일북 정상회담 취지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일북 정상회담이 동북아시아의 안정에 기여한다면 환영할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20일 일북 정상회담 추진 조짐과 관련해 북한 비핵화 목표에 아무 변화가 없다고 확인했습니다.
밀러 대변인은 이날 “북한의 제안에 대해 알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의 반응은 아직 보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한다는 우리의 정책은 계속될 것이고,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밀러 대변인] “I am aware of the North Korean offer. I have not seen the Government of Japan’s response, but it will be, continue to be our policy to achieve to that for full denuclearization of the North Korean
한국 외교부는 VOA의 관련 질문에 “일북 접촉을 포함한 북핵·북한 문제 관련해 일본 측과 긴밀히 소통 중”이라면서 “일본-북한 간 접촉은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안정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북한과 일본 수뇌부가 정상회담의 성격과 조건을 둘러싸고 암중모색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일본의 접근이 정상회담으로 이어져 한반도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For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