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리창 중국 총리가 전국인민대표대회 업무보고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5% 안팎으로 제시했습니다. 프랑스가 세계 최초로 낙태할 자유를 헌법에 명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 폭력 사태가 격화하면서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됐다는 소식,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5일 개막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 목표치가 공개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리창 중국 총리가 이날 전인대에서 업무보고를 했는데요. 여기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제시했습니다. 중국은 지난해에도 5% 안팎 성장을 목표로 내세웠는데요. 실제로 5.2% 성장했다고 최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리창 총리가 올해에도 5% 안팎 성장이 목표라고 발표하면서 주변 여건이 녹록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군요?
기자) 네. 리 총리는 올해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 회복과 성장을 위한 기반이 충분히 견고하지 않다”면서 “경제에 숨겨진 위험이 잔존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리 총리가 이날(5일) 업무보고에서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줄 것으로 보이는 항목들을 구체적으로 밝혔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리 총리는 불충분한 유효 수요, 일부 업종에서의 과생산, 그리고 약한 사회적 기대 등을 들었습니다. 그는 또 “일부 지역에서 부동산과 지역 정부 부채, 중소금융기관들에서의 위험이 심각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정책을 결정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더 많은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어려움에 대처하기 위해서 어떤 대책이 제시됐나요?
기자) 네. 리창 총리는 정부가 선제적인 재정 정책과 신중한 통화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구체적으로 올해 약 1천400억 달러를 시작으로 앞으로 몇 년 동안 장기채권을 발행해 성장을 촉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경제의 발목을 잡는 부동산 부문의 오래된 침체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 보조 주택 건설 등 주택시장을 위한 새로운 개발모델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최근 중국 안에서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문제에 대한 언급도 있었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리 총리는 코로나 대유행 기간 일자리가 더욱 불안정해진 사람들과 학교를 졸업하고 일자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젊은이들의 시급한 관심사인 고용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이를 위한 계획으로 실업 보험과 여타 사회적 지원, 대출, 그리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에 대한 보조금 제공 등이 포함된다고 리창 총리는 밝혔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를 다시 5% 안팎으로 잡은 것에 대해서 어떤 평가가 나오고 있나요?
기자) 네. 리창 총리 지적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스위스 금융기업 UBS의 수석 중국경제학자인 왕타오 씨는 AFP 통신에 “우리는 5% 성장 목표가 보수적인 목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야심 찬 목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계속 하락하는 부동산 시장이 아직 바닥에 이르지 않아 경제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지방정부 재정과 지출, 그리고 소비지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리창 총리가 이날(5일) 업무보고에서 경제 성장 목표 외에 국방비 규모도 밝혔죠?
기자) 그렇습니다. 리 총리는 지난해보다 7.2% 늘어난 약 2천300억 달러를 국방비로 지출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앞서 러우친젠 전인대 대변인은 4일 기자회견에서 주권과 안보, 그리고 개발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국방예산의 합리적인 증액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참고로 중국 국방비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에서 대략 1.6% 정도를 차지합니다.
진행자) 중국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국방비를 쓰는 나라죠?
기자) 맞습니다. 미국이 가장 많은 국방비를 쓰고요. 중국이 다음입니다. 미국 국방비는 지난 2022년 기준으로 약 8천700억 달러 수준이었는데요. 중국 뒤로는 러시아와 인도가 각각 3위와 4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 국방비는 일본이나 타이완 같은 주변 나라들과 미국이 주목하는 항목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이 타이완해협이나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등의 수역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어서 이들 수역에서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나라들이 특히 주목하는 항목입니다.
진행자) 최근 타이완해협에서 중국과 타이완 사이에 긴장이 다시 커지고 있는데요. 이날(5일) 전인대 업무보고에서 타이완이 언급됐습니까?
기자) 네. 리창 총리는 중국이 2024년 타이완의 독립을 염두에 둔 분리주의자들의 활동에 다시 결연하게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프랑스가 낙태할 자유를 헌법에 명시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프랑스 의회가 여성이 낙태할 자유를 명시한 헌법 개정안을 4일 승인했습니다. 해당 헌법 개정안은 이날(4일) 표결에서 780대 72로 통과됐는데요. 이로써 프랑스는 세계 최초로 낙태의 자유를 헌법이 보장하는 나라가 됐습니다.
진행자) 낙태는 이미 프랑스에서 법으로 허용된 상태였죠?
기자) 맞습니다. 지난 1975년부터 합법이었습니다. 프랑스에서 낙태법은 지금까지 9번 개정됐는데요. 그때마다 낙태에 대한 접근이 확대됐습니다. 많은 법학자는 낙태권이 프랑스에서 이미 실질적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가 됐다고 지적합니다.
진행자) 이미 낙태가 합법인데, 굳이 헌법에까지 낙태할 자유를 명시한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22년 미국 연방 대법원이 주 정부가 낙태를 금지하거나 축소할 수 있도록 하자 낙태권을 프랑스 헌법에 포함하겠다고 지난해 선언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지난 몇 년 새 여성 낙태권을 없애거나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미국이나 폴란드, 헝가리 등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데요. 이런 경향에 대한 프랑스의 대답이라고도 할 수 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는 의회 표결 전 의원들에게 낙태권이 위험에 처했고, 결정권자들의 자비에 맡겨졌다면서 “우리는 당신의 몸이 당신 것이며 다른 사람이 당신을 위해 결정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모든 여성에게 보낸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낙태할 자유를 헌법에 넣는 것에 대한 프랑스 대중 여론은 어땠습니까?
기자) 네. 약 85%가 낙태할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헌법 개정을 찬성했다고 합니다.
진행자) 과거에 프랑스 헌법재판소가 낙태에 관해서 판결한 것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요?
기자) 네. 지난 2001년에 나온 판결이 있는데요. 당시 프랑스 헌법재판소는 엄밀하게 따지면 프랑스 헌법의 일부인 1789년 인권선언에 있는 자유에 대한 개념을 근거로 낙태를 승인한 바 있습니다. 참고로 AFP통신은 프랑스에서 한 해에 70만 명에서 80만 명의 여성이 낙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번 프랑스 헌법개정안에 ‘낙태할 권리’가 아닌 ‘낙태할 자유’라는 용어가 들어간 것이 눈에 띄는군요?
기자) 네. 원래 하원에서 낙태할 ‘권리’라는 문구가 들어간 헌법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상원에서 이걸 낙태할 ‘자유’로 수정했습니다. 그랬다가 마크롱 대통령 중재로 결국 ‘낙태할 자유 보장’이라는 문구를 넣기로 의회가 합의한 겁니다.
진행자) 그런데 프랑스 우파 정치권과 종교계에서는 아무래도 이번 헌법개정이 마뜩잖을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네. 의회 내 우파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헌법개정을 선거 목적으로 이용했다고 비난했습니다. 또 일부에서는 헌법개정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불필요했고, 대통령이 좌파 진영의 환심을 얻으려고 이를 이용했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한편 프랑스 가톨릭 주교들은 이번 헌법개정에 관해 프랑스인들에게 금식과 기도의 날을 촉구했고요. 또 로마 교황청은 인간의 생명을 뺏을 수 있는 ‘권리’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프랑스가 지금까지 몇 차례나 헌법을 개정했나요?
기자) 네. 이번이 25번째고요. 마지막 개정이 지난 2008년에 있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로 가봅니다. 아이티가 지금 거의 무법 상태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아이티에서 무장 갱단들이 활개를 치면서 극도의 혼란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장 갱단은 4일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국제공항까지 장악하려고 했는데요. 군경과 무장 갱단 간에 격렬한 총격전이 벌어졌다고 공항 당국이 전했습니다.
진행자) 현재 아이티는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 상태죠?
기자) 네. 아이티 정부는 지난 3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72시간, 즉 사흘간의 통행금지령을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법 집행관, 소방관, 보건 요원, 신분이 확인된 언론인 등을 제외하고 저녁 6시부터 다음 날 새벽 5시까지는 일절 통행이 금지됐는데요. 하지만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 지 하루 만에 공항 총격전이 벌어졌습니다.
진행자) 아이티 정부가 이번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배경이 있습니까?
기자) 네. 아이티에서는 지금 아리엘 앙리 총리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이런 혼란을 틈타 무장 갱단들이 폭력과 약탈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3일에는 교도소 2곳을 습격해 수감자들을 대거 탈주시켰는데요. 이 과정에서 일부 사망자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아이티 정부는 질서 회복과 상황 통제를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탈주한 수감자는 얼마나 됩니까?
기자)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로이터, ABC 등 매체에 따르면, 3일 교도소 습격 사건 당시 수도 포르토프랭스 시내에 있는 아이티 최대 교도소인 국립교도소 안에는 3천 명~ 4천 명이 수감돼 있었다고 하는데요. 대부분 탈옥했다고 합니다. 약 1천400명이 수감돼 있었던 두 번째 교도소는 현재 무장 갱단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사실 아이티의 폭력 사태와 혼란상이 어제오늘 시작된 건 아니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된 이래 극심한 혼돈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카리브해의 가난한 섬나라 아이티는 정치, 사회적 혼란과 경제난으로 갱단이 준동하고 있어, 가뜩이나 치안이 불안한데요. 하지만 지금도 대통령 없이 아리엘 앙리 총리가 국정을 맡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아이티는 그전에도 정국 혼란으로 총선거도 제대로 치르지 못해 의회도 사실상 공백 상태였습니다.
진행자)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당한 게 벌써 2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선거를 치르지 않은 건가요?
기자) 네. 앙리 총리는 2021년 7월 총리로 취임한 이래 줄곧 선거를 치르겠다고 공언했는데요. 하지만 번번이 갱단의 폭력 등으로 약속을 이행할 수 없다고 말해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말, 가이아나에서 카리브해 국가들의 연합인 ‘카리콤(CARICOM)’ 정상회의가 열렸는데요. 회의 후 나온 성명에 따르면, 앙리 총리는 회원국 정상들과 2025년 중반까지는 총선을 실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진행자) 앙리 총리는 현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기자) 앙리 총리는 지난 1일 케냐 나이로비를 방문해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과 아이티 치안을 위한 케냐 경찰 파견을 위한 협정을 체결했는데요. 이후 행방이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 매체는 앙리 총리가 아직 귀국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는데요. 케냐 정부는 앙리 총리의 행방을 묻는 VOA의 거듭된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 대변인은 앙리 총리가 아이티로 돌아오는 중인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아이티 주변국들도 비상이 걸렸다고요?
기자) 네. 특히 아이티와 같은 히스파니올라섬에 있는 도미니카공화국은 국경을 강화하고 장벽 상태를 점검하고 있습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지난해에도 폭력 사태를 피해 국경을 넘은 아이티 주민 수만 명을 추방한 바 있습니다. 한편 미국 정부는 현지 체류 자국민에게 가능한 한 빨리 아이티에서 철수할 것을 촉구했고요. 멕시코는 현지 자국민에게 이동을 제한하고 물과 연료 등 비상품 비축을 당부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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