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북한이 선박 간 환적을 통해 불법적으로 유류를 반입한 정황이 포착돼 왔었는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이런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또 북한 해커들의 불법 사이버 활동과 고가 차량 같은 사치품 유입도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김정호)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20일 공개한 연례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해상 불법 활동이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북한 유조선이 계속 정제유를 밀수하고 있으며 이들 유조선 중 일부는 예년보다 더 남쪽으로 이동하고 잇는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유조선 천마산호가 지난해 3월부터 10월 사이 거의 매달 청두산호라는 이름으로 북한 해역에서 남쪽으로 한참 떨어진 동중국해까지 내려간 것을 구체적 사례로 제시했습니다.
과거 기록을 고려할 때 천마산 호는 불법 석유 화물 선적을 위해 항해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또 한 유엔 회원국을 인용해 지난해 4월부터 9월 사이 타이완해협을 통과한 북한 선박이 월 4~5회로 이전보다 크게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또 지난해 11월 북한의 정제유 초과 반입 문제를 지적한 55개 유엔 회원국의 공동 서한을 언급하면서 북한 유조선은 지난해 1월부터 9월 사이 남포와 흥남, 청진, 송림항으로 모두 87차례에 걸쳐 정제유 제품을 운송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이 중량의 60%만을 채웠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정제유 반입추정치는 101만 배럴에 이른다며, 북한의 연간 허용 반입 정제유량 50만 배럴을 2배 이상 뛰어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북한의 사치품 유입 문제도 밝혔습니다.
특히 북한 TV 화면에 등장한 메르세데스 벤츠 마이바흐와 렉서스, 포드 차량과 함께 김여정 노동당부부장이 손에 들었던 디올사의 핸드백을 사치품 유입의 구체적 사례로 제시했습니다.
이어 지난해 상반기에만 북한이 수입한 사치품 액수가 4천64만 달러에 이른다는 민간 연구기관 분석을 인용하면서,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결의 1718호, 2270호, 2321호 등을 통해 대북 사치품 거래가 금지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습니다.
보고서는 또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우려도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전문가패널은 2017년부터 2023년 사이 이뤄진 북한의 사이버 공격 의심 사례 58건을 조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피해액이 약 30억 달러에 달하고, 이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자금으로 충당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습니다.
또 정찰총국 산하 해킹 조직에 의한 대량 사이버 공격도 계속되고 있다며 북한이 방산 기업과 공급망 등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북한 등 관련국들의 대북제재 불이행 사례를 조사하는 것이 주요 임무이며, 매년 두 차례 관련 보고서를 작성해 위원회에 제출합니다.
VOA뉴스 조상진입니다.